커피에 대한 46가지의 진실
커피야말로 프루스트의 마들렌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로 하여금 기억을 더듬게 만든다.
- 박영순, 국방일보 기사(2023. 09. 27) 중 -
저자 박영순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야현성당(현 교현동성당) 혜성유치원에서 바오로(Paul)라는 세례명을 받고 교현초등학교 2학년 때 청주로 전학을 갔다. 주성초등학교, 청주남중학교, 세광고등학교를 거쳐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123학군단(한국교원대학교)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충북대학교 대학원 유전공학과에서 2학기만 마치고 돌연 언론사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세계일보』수습 5기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조폭 전문’ 기자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2년 국내 첫 무료신문인 『메트로』 창간 멤버로 참여한 뒤에는 출판, 의학, 영화, 와인 등 문화생활 분야의 전문기자를 지냈다. 이 과정에서 식음료 향미 탐구에 심취하면서 와인 블렌더, 위스키 블렌더, 사케 소믈리에, 차 테이스터, 커피 로스터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디플로마(diploma) 과정을 밟았다. 식음료 제조·향미와 관련해 40여 종의 자격증과 학위를 갖고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포커스』 편집국장을 끝으로 21년간 언론인 생활을 마감한 뒤 본격적으로 커피 향미와 인문학을 접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의를 시작했다. 세계적인 커피 석학인 숀 스테이먼 박사와 커피 향미를 올바로 평가하고 묘사하는 커피 테이스터 교육 과정을 공동 창안했다. 커피비평가협회 회장 자격으로 미국 뉴욕의 명문요리대학 CIA와 교육 협약을 체결해 향미 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커피인문학, 커피 테이스터, 플레이버(flavour)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커피 분야에서는 한국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2017년 국내 처음으로 청주 서원대학교 교양학부에 ‘커피인문학’이 개설되어 강의하고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저지만 맛있는 커피를 구별할 미각을 가지진 못했기에 사실 커피에 대한 미각적 관심은 적었습니다. 그러나, 알릴레오 북스를 통해 <커피인문학>을 만나고 나의 인문학적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이네요.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을 읽은 제가 과연 커피로부터 유혹당할 수 있을까요?
인문학적 관심이란 결국 커피에 대한 문학적 이야기나 커피 역사 및 사상가들의 커피에 대한 철학적 견해가 궁금해진 것이지요.
커피에 대한 초보자로서 이 책 <커피인문학>을 주 교재로 하여 나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 보고자 합니다.
카페모카라는 이름의 모카는 예멘의 지명인 모카에서 수입한 커피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모카 마타리(Mattari)라는 커피 품종의 풍미를 재현하려는 과정에서 유래한 음료입니다.
이 품종은 커피에서 자연스러운 초콜릿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인데 그렇다면, 카페모카에 들어가는 커피는 모두 예멘 커피일까요? 아닙니다. 다른 원두로 커피를 만들 때 초콜릿을 넣어 모카의 초콜릿 향을 재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제는 의미가 확산되어 예멘과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더 넓은 뜻으로 아라비아 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제 초콜릿을 가미하지 않은 진정한 카페모카를 음미하고 싶어 집니다. 인생 처음으로 예멘 모카 마타리 원두를 구매해 봐야 하겠습니다.
동의어까지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커피가 음탕, 타락과 관련된 사건이 실제로 있었군요.
1511년 메카 총독 카이르 베그(Khayr Beg)는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음탕한 짓을 한다"며 커피 및 커피하우스 금지령을 내린 사실이 있었습니다. 다만 커피 자체의 성분 때문이기보다는 그 카페인 성분이 야간 각성이 되어 집단 모임을 갖게 해서 정치, 종교, 풍자 등 통제 불가능한 사회적 현상을 만든다는 것이었다랍니다. 결국 수년 내 그 금지령은 해제되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 이슬람 국가에서는 커피 논쟁이 있었을 듯합니다. 다소 격렬했을 듯도 하군요.
커피가 16세기에 오스만제국에 전파되고 161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항구를 통해 유럽에 상륙되었다고 합니다. 교황 클레멘스 8세 재임 당시 로마 사제들이 교황에 진정을 넣어 기독교인들이 사탄의 음료인 커피를 마시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때 교황은 커피 맛을 보고 "이렇게 좋은 음료를 이슬람교도만 마시게 할 수 없다"라며 커피에 세례를 주어 기독교인의 음료로 만들어다는 군요.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8세의 재임 기간은 1592년 ~ 1605년이니 어떻게 된 것일까요?
17세기 인도의 바바 부단(Baba Budan)은 메카를 순례하고 귀국하면서 커피 씨앗 7개를 몸에 숨겨 들어왔다고 합니다. 문익점(文益漸, 1329~1398)은 고려말 조선초 문인이었기에 당연 씨앗 국가이동자의 원조는 문익점입니다. 다만 붓뚜껑인지 주머니에 넣어왔는지는 불분명하답니다.
1650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유대인 야곱이 커피하우스를 엽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주인이 돈을 받을 여유가 없어 상자를 놔두게 했는데, 이것이 팁(To Insure Promptness, 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해)의 유래랍니다.
커피의 기원으로 알려진 '칼디(Kaldi)의 전설'만 보아도 "염소가 붉은 열매만 먹었다 하면 날뜁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커피의 열매(커피 체리)는 정말 체리처럼 빨갛습니다. 과육을 벗겨낸 씨앗(파치먼트, parchment)의 볶기 전의 색은 아이보리색에 가깝군요.
1683년 오스만제국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합니다. 오스만 군대가 퇴각 시 커피 생두를 남겼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군인(조지 프란츠 콜시츠키)이 빈(Wien)에 커피하우스를 열고, 터키식 커피에 우유와 꿀을 넣어 부드럽게 즐겼다는 것이죠.
마부의 커피, 즉 마차에서도 커피를 흘리지 않도록 생크림을 얹어 먹었다는 아인슈패너(Einspanner) 커피가 비엔나커피의 유래라는 설도 있네요. 평소 아인슈패너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부의 커피가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말을 사랑했던 프리드리히 니체의 일화를 믿고 싶은 것처럼 말입니다.
칸타타(cantata)는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와 함께 바로크의 3대 성악 장르 중 하나로, 사랑의 내용을 극적으로 서술하는 양식인데 때로는 교훈적이기도 한 음악입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1732년 <칸타타. BWV 211>을 작곡합니다. 재혼 후 얻은 13명의 자녀 중 맏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았다고 하지요. 그 딸이 커피를 무척 좋아해서 혼인서약서에 '커피 자유 섭취 보장'이란 문구도 넣었다고 합니다.
칸타타 중 소프라노의 대사 일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 부드럽구나!"
이런 칸타타를 감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https://music.youtube.com/watch?v=phhz2NgJ8G0&si=Cozsb5wjERXuN_EI)
아, 이래서 한국의 한 음료회사에서 캔커피 브랜드로 '칸타타'를 사용했군요.
커피 애호가였던 바흐의 명언 "모닝커피가 없으면 나는 그저 말린 염소고기에 불과하다"를 들으며 저도 말린 염소고기가 되고 싶지 않은 듯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1686년 프랑스 최초로 '카페 드 프로코프'가 문을 엽니다. 이곳은 계몽 사상가들의 아지트로 26년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백과전서>로 유명한 볼테르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건너편 극장에서 자신의 연극을 보고 나온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는 것이죠. 볼테르는 하루에 40~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유명인의 일일 커피 잔수와 커피사랑이 더 궁금해집니다.
발자크는 50잔, 괴테는 20~30잔, 심지어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3.8리터나 마셨다고 하는군요. 나폴레옹은 모닝커피를 마셔야 침대에서 일어났다고도 하고, 슈베르트는 커피를 분쇄하며 <죽음과 소녀, Death And The Maiden>를 작곡합니다. 이 음악도 감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https://music.youtube.com/watch?v=otdayisyIiM&si=tSbjIMMYOb4cdc2_).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의 저자인 박종호는 '서른한 살의 비문'으로 이 <죽음과 소녀>를 소개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가 멀리 장기 출장 중이라 그 책을 열어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다시 프랑스혁명과 커피와 관련된 루소의 일화로 돌아가 보면, 루소는 우유를 탄 커피를 마실 때 가장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는 죽는 순간 "아, 이제 커피잔을 들 수 없구나"라고 했다고도 하네요.
프랑스 외교관인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Charles-Maurice de Talleyand)은 커피의 행복감을 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저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으며 한번 중국어로 번역해 봅니다.
咖啡的本能是诱惑。
浓烈的香气比红酒更甜蜜,比接吻更迷人。
像恶魔一样黑,像地狱一样热,像天使一样纯洁,像爱情一样甜蜜。
베토벤은 모닝커피용으로 커피 원두 60알을 골라 추출했는데, 원두 60알은 오늘날 에스프레소 한잔을 뽑는 데 사용되는 양이라 합니다. 그래서 커피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라 불린 답니다.
J.M. 스머커 컴퍼니는 던킨(Dunkin)· 폴저스(Folgers)· 카페 부스텔로(Café Bustelo)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식품 및 음료 제품 제조업체입니다. 이 중 폴저스(Folgers)는 '최초의 미국인'이란 영예로운 호칭을 지닌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도 커피를 사랑했었고 그의 어머니(Abiah Folger) 집안에서 폴저스(Folgers) 커피를 설립했다고 하니까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은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한 북아메리카의 식민지 주민들이 인디언으로 위장한 후 1773년 12월 16일 보스턴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홍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린 사건입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데, 시민은 차 불매 운동과 대신 커피 소비를 늘리게 된 겁니다. 드디어 '아메리카노 커피'의 기원을 만납니다. 커피의 강한 맛을 줄이려고 물을 많이 타서 옅게 마시게 된 거죠.
한 호텔에서 맛이 안 좋은 커피를 제공받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만약 그게 커피라면 내게 차를 갖다 주세요. 만약 그게 차라면 내게 커피를 갖다 주세요
역시 위인들의 재치와 격조는 모든 면에서 다르게 나타나는가 봅니다.
1907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맥스웰하우스 호텔에 머물며 그곳의 커피 맛에 매료되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구먼!"이라며 기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맥스웰은 1917년부터는 "Good To the Last Drop"(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은)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퍼뜨린 헛소문이란 말도 있으니 조심해서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 일생을 커피 스푼으로 측량해 왔다(I have measured out my life with coffee spoons).”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S Eliot, 1888~1965)이 22세 때 쓴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1915)’에 나오는 이 구절은 커피와 함께 명상을 즐기고자 하는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문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커피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커피처럼 각성되어 있으나 결단하지 못하고, 스푼처럼 조금씩 미루며, 삶을 살기보다 측정·관리하게 된 근대적 의식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으로 모더니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보면 역시 문장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또다시 실감합니다.
1934년 개봉한 영화 <물랑루즈>에는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Coffee in the morning, and kisses in the night)'라는 로맨틱한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밤에 커피와 키스를 모두 못하는 우리에게 2001년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를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캔 커피의 원조국인 일본과 커피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675년 일본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육식금지령이 내려지고 이후 1,200년간 지속되다가 메이지 정부가 들어서면서 1868년 해제되었다고 합니다. 놀랍습니다. 이때 우유 소비운동이 활발했는데 마시기 익숙하지 않았던 우유를 마시기 위해 커피를 혼합해 마시도록 홍보를 했다고 하네요.
커피믹스 발명국인 한국은 어떨까요?
흔히 고종황제가 아관파천(1896년) 시 심적 위로를 받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10년 전인 1886년 관료 윤치호가 쓴 일기에 "가베관에 가서 두 잔 마시고 사원으로 돌아오다"라는 기록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2년 전인 1884년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한강변, 즉 마포나루 인근인 담담정(The house of sleeping waves)에서 커피를 접대받은 사연'을 기록했으니 누군지는 모르지만 한강에서 커피를 판 사실은 확인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한국 최초의 커피점은 어디일까요? 1899년 독립신문 광고에 '윤용주가 홍릉 전차정거장 다과점을 열었고 커피를 판다'고 하였으니 기록상 최초입니다.
혹시 후손들이 다시 커피점을 열기라도 했다면 한번 찾아가고 싶네요. 이 참에 홍릉(고종·명성황후 합장릉)에 들려 황제에게 커피에 대한 진실을 물어볼 겸 말입니다.
정동구락부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이라 불렸던 손탁호텔 1층 레스토랑이었는데 많은 애국인사가 모여 항일운동을 시작한 곳입니다. 그 주요 회원이 민영환(閔泳煥)·윤치호(尹致昊)·이상재(李商在)·서재필(徐載弼)·이완용(李完用) 등이었지요. 아시다시피 민영환은 명성황후의 친척으로 1905년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자결한 분입니다. 같은 집안 민영휘와는 다른 삶을 산 분이죠. - 개인적으로 민영휘 후손과 군대에서의 인연이 있는 제게는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
중요한 점은 그 대표적 인물 중에 이완용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미국과 일본은 각각 필리핀과 조선의 지배를 인정하게 되지요. 이로서 이상재, 서재필 등은 독립협회 설립으로, 이완용은 매국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1882년(25세) 과거급제 후 5년도 안되어 정 3품 당상관까지 오른 그는 어쩌다가 매국노의 대표적 인사가 되었는지는 세심히 정리할 별도의 기회를 가져보기로 하겠습니다. 한 인간의 변심과 그로 인한 우리의 고통은 늘 우리가 접하는 삶의 문제이니까요.
2018년 이병헌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드라마 속 글로리 호텔이 혹시 손탁호텔을 참조하지 않았을까요?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거요 삶을"
- 이병헌 명대사 -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감독 이경손이 1927년 안국동 네거리 근처에 연 다방으로 프랑스혁명기의 계몽사상가들의 비밀 아지트 이름에서 '카카듀(Kakadu)'를 따왔다고 합니다. 또 다른 블로그의 글을 보면 "카카듀라는 이름은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1899년에 쓴 희곡 <초록 앵무새>에서 따왔다. 슈니츨러는 프랑스 좌파들이 모이던 가상의 카페 카카듀를 무대로 1789년 바스티유가 무너지던 그날을 다룬다. 슈니츨러의 독일어 희곡을 읽은 이경손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카페 이름을 카카듀라고 지었다."라고 나오는군요.(민태기 저,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에서 인용한 듯합니다.) 실재의 장소이든 희곡 속의 가상의 장소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커피숍은 지식·지혜의 장소이자 혁명의 장소라고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22. 제비다방 주인 이상은 금홍과 인연이 되고 금홍은 1995년 <금홍아 금홍아>로 영화화되었으며, 금홍역의 배우 이지은은 2021년 50세로 사망하기 전 커피전문점을 운영합니다. 삶과 인간은 이렇게 계속 연결되나 봅니다.
조선인삼원에서 만든 인삼 커피는 20세기 초 조선에 온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었다고 하지요. 한 블로를 보니 이탈리에도 인삼커피가 있다는 글을 보고 혹시 'K-커피'인가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레지(Reji)는 금전등록기의 영어 발음인 ‘레지스터(Register)’를 축약해 부른 것으로, 국내에서 ‘레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은 다방이 아니라 백화점이라 하는군요(1932년 화신백화점).
세계일보(다방 마담과 레지의 본질을 찾아서 [박영순의 커피 언어] | 세계일보)에 의하면, "이기붕과 박마리아가 종로다방을 열었는데, 잡지 ‘삼천리’가 “이화여전 교수가 다방 / 미국대학 출신의 부부, 근로의 하우스를 찾아”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기사에 “레지스터엔 부인인 박마리아 여사가 앉아 계시고, 부군 이기붕씨는 홀을 청소하고 계셨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한국에서 최초의 ‘다방 레지’가 박마리아라는 오해가 생겼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 역시 이 책의 저자인 박영순님이 쓰신 거군요.
대학로에 가면 1956년에 문을 연 학림다방이 있습니다. 서울대 문리대의 25 강의실이란 별명과 다방 이름 학림(學林)은 매우 조화롭군요. 제가 좋아하는 비엔나커피가 시그니처 메뉴인 모양입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이 다방의 한 장면이 나온다는 말에 영화를 다시 보고 싶고 학림다방에도 가보고 싶어 집니다.
한국의 다방이 사업가의 사무실 구실도 했다는 문장을 읽고, 저는 바로 38년 전 여름의 강릉에 있는 00 다방으로 가 있는 회상을 합니다. 당시 대학 선배님들과 같이 동해 여행을 떠났는데 강릉 주변 숙소에 도둑이 들어 저를 제외한 모든 일행의 지갑을 잃어 비린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당시 한일은행이 동해에 있다는 소식에 동해에서 돈을 찾으면 강릉의 00 다방에 전화를 걸기로 한 거죠. 다방에 있던 분들은 돈이 없었으니까요. 돈을 구하면 '김사장님'으로, 구하지 못하면 '김 선생님'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그런 추억이 옛날이야기처럼 소개할 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다시 느껴봅니다.
할리스(hollys) 커피는 1998년 6월 서울 강남에 한국 최초의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오픈한 커피 브랜드입니다.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이 1999년도이니 그보다 빠른 것이죠.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1995년부터 스타벅스의 한국 도입을 검토한 신세계의 직원이었던 강훈은 브랜드 커피의 사업성을 높게 판단했으나, 당시 한국은 IMF로 스타벅스의 국내 도입이 지연되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신세계를 퇴사, 할리스(hollys) 커피를 설립합니다. 설립자 강훈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할리스 커피를 2003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현 CJ E&M)에 매각, 2008년 카페베네 사장으로 영입되어 최단기간 가맹점 수 500개 돌파 등의 기록을 남기며 ‘커피왕’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러나 2017년 강훈. 대표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가 부진에 빠지면서 가맹점 수가 줄었고 금전적으로도 어려움에 빠진 것입니다.([업계이슈] 1세대 프랜차이즈 커피왕들의 明暗 < 경제 < 기사본문 - 월간중앙)
할리스는 2024년 KG프레시가 인수, 현재 매장수 495개로 다소 줄어드는 모양새인 듯합니다. 경영인 1세대들은 강 대표와 어떻게든 인연이 엮여 있습니다.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는 그와 동업으로 ‘할리스커피’를 열었고, 김선권 전 회장은 강 대표를 ‘카페베네’에 영입한 사람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의 브랜드 커피 소비 시장을 정확히 간파한 1세대들의 현재가 다소 씁쓸하여 마음이 편치는 않군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의하면 "스타벅스 리저브(RESERVE™)는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가장 희귀하고 특별한 커피입니다. 다채로운 풍미를 가진 최고 품질의 원두, 다양한 추출 방식, 여기에 커피 전문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스타벅스 리저브만의 특별한 커피 경험이 완성됩니다"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테루아(Terroir) 커피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스타벅스 전략이 아니었던가요? 스타벅스 리저브는 단순한 고급 메뉴 라인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성장 한계와 브랜드 희석 문제에 직면했을 때 선택한 ‘전략적 리포지셔닝 장치’로 이해됩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스타벅스 리저브의 대결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메밀꽃 축제를 여는 강원도 봉평에 가면 '이효석 문학관'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가족과 한번 다녀온 기억이 나는데, 이 책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듯한 이효석(1907~1942)의 <낙엽을 태우면서>(1938)를 다시 읽는 행운을 가져봅니다.
"(...)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
40년 전으로 돌아가 <낙엽을 태우면서>의 줄거리가 대략 기억은 나면서도 '개암'이란 말과 그 뜻이 '헤이즐럿(hazelnut)'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습니다. 더구나 35세의 나이로 사라져 간 작가가 32살의 나이에 삶에 대해 이런 글을 남긴 것에 또한 감탄하면서 저도 별안간 생활의 의욕을 느껴 봅니다.
덤으로 이브 몽땅의 고엽(Fallen Leaves)을 오랜만에 들어보는 행운도 얻었네요.(Les Feuilles Mortes (Fallen Leaves)-Yves Montand 고엽 - 이브 몽탕 Live 불어, 영한 자막 French English, Korean Su)
위가 약하거나 카페인 부작용이 있거나 혹은 커피가 필요하지만 밤잠을 설칠까 봐 걱정하는 분들을 위한 디카페인 커피. 예전엔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을 마셔도 잠이 부족했는데 이젠 저도 저녁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카페인이 없는 카페인 프리(caffeine-Free)와는 달리, 있던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가 발명된 지가 벌써 120년이 넘었다고 하는군요. 181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룽게(Friedrich Ferdinand Runge)가 최초의 카페인 제거 기술을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중국 우한(武汉)으로 가기 위해 상해 홍차오공항으로 와서 Coach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 브랜드 선호가 특별히 없는 제게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커피만 마시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커피인문학> 책 때문인지 Coach 커피는 어떤 커피일지 궁금함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확인해 보니, 이미 패션·럭셔리 브랜드의 ‘카페/호스피탤리티’ 확장 트렌드(코치, 랄프스 커피, 구찌, 디올, 루이비통 등)가 일어나고 있군요.
이는 리테일 전환(상품 판매 → 경험 판매) 전략으로 핵심은 커피 사업 자체의 “카페 매출”이 아니라, 브랜드 접점·체류시간·콘텐츠·재방문을 설계해 궁극적으로 패션 매출과 가격 프리미엄을 지지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Ralph’s Coffee는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이란 세계관을, Gucci Osteria는 “하이엔드 호스피탤리티/문화공간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Coach 커피는 소매 트래픽/재방문을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분석도 있군요.(The Business of Fashion)
고급 패션 브랜드들의 커피 활약상을 보면서 누가, 어떻게 성공할지 기대해 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고 계신가요?
미국에는 카우보이 커피라는 게 있었답니다. 외부에서 야영을 해야 했기에 물과 커피가루를 함께 넣고 끓이는 방식이었죠. 이후 커피를 주머니에 넣고 끓이다가 결국은 양말 모양의 천주머니에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서 향미를 높였다고 합니다. 진짜 양말은 아니고 그 추출되는 모양이 양말 같다고 해서 Sock's coffee라 이름 붙여진 건 같습니다.
최근에는 깨끗함·투명성을 강조해서 종이 필터를 표준으로 채택하는 것 같군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벤저민 버틀러 장군은 북군의 승리 이유를 커피를 꼽았다고 합니다.
북군의 개머리판에 그라인더를 장착하기도 했다는군요. 남군은 어땠을까요? 링컨 대통령은 남군 지역의 항구를 봉쇄해 전쟁 내내 커피 공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커피가 전쟁에서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맞는가 봅니다. 역시 모든 일은 디테일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1차 대전 시 조지 워싱턴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를 독점 공급했고, 2차 대전 시에는 네슬레가 향미를 높인 인스턴트커피 공급을 독점 공급했다고 하는군요.
터키시 커피(Turkish coffee)는 특정 원두나 브랜드가 아니라, 아주 곱게 분쇄한 커피를 물과 함께 끓여 ‘거르지 않고’ 마시는 추출·섭취 방식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방식은 오스만 제국 시기부터 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으며, 커피 문화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독자적인 전통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여과를 하지 않고 끓이기 전 설탕을 넣는 것이 특징이라 합니다. 환대와 의례, 점성술의 기능도 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군요.
최근 커피 재배국이 늘어났지만 2024년 기준, 브라질이 3.98백만 톤(세계 35~40% 점유)을 재배하고, 베트남이 1.8백만 톤 재배로 2위 국가입니다.
참고로, 브라질은 붉은 염료로 쓰이는 브라질우드(Pau Brazil, Brazilwood)가 유명해서 국가명을 브라질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군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 주둔하던 프랑스 해군장교 가브리엘 드 클리외는 1714년 프랑스 왕립 식물원에서 커피 묘목 3그루를 마르티니크섬으로 가져옵니다. 라틴아메리카 커피의 기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 거죠.
1727년, 포르투갈의 프란시스코 데 멜로 팔헤타(Francisco de Melo Palheta)가 프랑스 총독의 부인을 유혹하여 브라질로 커피 묘목을 가져온 사실이 전해지는데, 정말 카사노바처럼 유혹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래 그의 그림을 보면 어떠신지요?
브라질 커피는 결점두(Defects Bean)의 수에 따라 등급이 나뉩니다. 생두 300그램 기준으로 결점두가 4개 이하면 No.2, 12개 이하이면 No.3 등 해서 No.6까지 나뉜다고 하죠. 그런데 No.1은 없습니다. 이는 커피 생두에 결점두가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합니다. 요즘 No.1이 남발하는 세상에서 참 솔직한 기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선악과가 사과라고 알고 있었는데, 잘못 알았던 것일까요?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창세기의 선악과가 '사과'라고 표현된 것에 유래라고 하니 제가 잘못 안 것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실재 창세기의 선악과는 무슨 과일이었을까요?
창세기에는 어떤 과일인지 분명히 언급하지 않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히브리어 peri)”라고만 적혀 있다는군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7)
그렇다면 왜 선악과가 커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세기 3:5)
'눈이 밝아 맑아진다'다는 것은 지혜의 열매로 불리게 되어 커피의 각성 효과를 연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다양한 토론을 했던 카페를 '페니 대학'이라 부른 것도 우연치고는 놀랍습니다.
어쨌든 은유적으로 '커피는 근대의 선악과'라 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자크는 <커피에 관하여>에서 “커피는 위장 속으로 들어가면 사상들이 대열을 맞추고, 기억이 깨어나며, 전투는 시작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시바 여왕이 솔로몬을 알현할 때 육감적인 커피 향과 뇌색적인 맛으로 솔로몬 왕을 유혹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일화를 포함한 글을 제 브런치에서 언급한 기억이 나는군요.([독서] 철학)
최음제(aphrodisiacs)는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관련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프로디테의 것이란 뜻이니까요.
참고로, 필로폰도 필로포노스(Philoponos) 즉 '노동을 사랑한다'라는 뜻으로 원래 졸음을 쫓고 피로를 없애는 효과를 빗대어 일본 제약회사가 만든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코피 루왁(kopi luwak)은 긴 꼬리 사향고양이가 소화시키지 못한 커피 씨앗을 정제해 만든 커피입니다. 희소성 탓에 고가 논란이 잇따르는 커피입니다. wiki를 보니 "코피 루왁은 파운드당 $120~600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으며, 한 잔 가격은 대략 $35~100(약 5만~14만 원)입니다"로 나와 있네요.
코피 루왁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긴 꼬리 사향고양이를 가두고 억지로 커피 열매를 먹이며 배설물을 받아내는 참상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게 사실이면 정말 '저주의 커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커피의 귀부인'으로 지칭되는 '예멘 모카 마타리'와 더불어 한국 3대 고급 커피로 불린다고 합니다. 고급 커피를 모르는, 이 책을 읽고 감상을 적고 있는 저도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는 욕구도 생깁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오크통에 담겨 판매되는데 일본인이 아이디어를 낸 고급화 전략의 하나라고도하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즐겨 마셨다는 소문으로 '왕실의 커피'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쇼핑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가베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원두 100g에 45,000원에 판매되는군요. 내일 커피숍이라도 들리게 되면 한잔쯤 마셔보는 것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36. 브라질에도 '팔헤타'라는 카사노바가 있었다?'에서 간단히 정리한 바 있습니다.
자메이카(영연방)의 동쪽으로 히스파니올라섬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티(서쪽)와 도미니카 공화국(동쪽)으로 나뉘어 있지요. 1659년 프랑스는 아이티 지역을 빼앗아 '생도밍그'라고 부릅니다. 1750년대에 생도밍그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는데, 1789년 프랑스혁명의 발발로 흑인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아이티 혁명'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커피 기술을 지닌 수천 명이 자메이카로 탈출, 1800년대에 들어 자메이카는 유럽 커피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1964년 일본이 자메이카와 수교를 맺습니다. 당시 자메이카는 커피산업이 추락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자메이카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일본은 자메이카 커피를 전량 인수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품질의 고급화를 시도하고 오크통에 파는 마케팅 전략의 성공으로 '커피의 황제'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 것이죠.
상기 <40.> 에서 정리한 코피 루왁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고 했고,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세인트 헬레나 커피를 꼽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미운틴 커피와 하와이안 코나 커피도 빠지는 법이 없지요. 그러나 2010년부터 이런 논란은 잦아들고 있습니다. '신의 커피'라 불리는 파나마 게이샤(Geisha) 커피의 등장 때문입니다. 일본 기생 게이샤(芸者)와 발음이 같지만, 실은 에티오피아의 게샤(Gesha)라 불리는 카파 지역의 숲에서 커피 씨앗을 받은 것이 유래입니다. 에머럴드 보석을 뜻하는 에스메랄다 농장의 내추럴 커피 원두가 유명합니다. 게이샤 커피에 대한 글은 Brunch에 훌륭한 기록이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습니다.(게이샤 커피 라는 환상)
1990년부터 1994년까지 150만 명이 학살된 르완다(영화 <호텔 르완다> 참조)에는 감자맛 커피가 있습니다. 이 르완다 커피는 품질이 좋을수록 생감자의 아린 맛(끈적임)이 나는 결점이 있다고 하는군요. 우간다는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검은 대륙의 진주'라는 찬사를 받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인스턴트용이라 알려진 로부스타종과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로 알려진 아라비카종이 생산됩니다.
'미국 문학의 링컨'이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은 "코나 커피는 그 어는 곳에서 재배되는 커피보다 향미가 풍성하다"하며 하와이안 코나 커피(Hawaiian Kona coffee)에 찬사를 보냅니다.
하와이가 어떻게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1795년, 카메하메하 1세, 하와이 왕국 선포
1810년, 영국 도움으로 하와이 제도 통일
1893년, 미국은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을 감금, 임시정부 구성
1894년, 샌퍼드 돌(Sanford Dole), 하와이 공화국 초대 대통령 취임
1898년, 미국 50번째 주로 편입
하와이 역시 제국주의 열강의 혼란 속에서 결국 미국이 차지한 것이군요.
하와이 공화국 초대 대통령 샌퍼드 돌(Sanford Dole, 1844~1926)의 이름을 보니, 식품회사 Dole(1851년 창업)과 밥 돌(Bob Dole) 미국 상원의원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는군요.
아니나 다를까... 식품회사 Dole은 샌퍼드 돌(Sanford Dole)의 사촌 제임스 돌이 세웠군요. 하와이의 막대한 농업 이권을 백인들에게 부여하면서 사촌동생인 제임스가 돌 사의 모태가 될 거대한 파인애플 농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밥 돌(Bob Dole, 1923~2021) 캔자스주 출신 상원의원이 혹시 샌퍼드 돌의 후손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지만 확인해 보니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와이의 미국 편입 관련한 하와이 비운의 공주인 프린세스 카이울라니 영화(Princess Kaiulani, 2009)를 감상하며 저는 조선의 덕혜옹주를 생각합니다.
콜롬비아의 프란시스코 로메로(Francisco Romero) 신부는 고달픈 원주민들의 삶을 해결할 묘안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원주민에게 용서받기 위해 치르도록 하는 고행 대신 커피 묘목을 심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야말로 '신이 빚어낸 커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자 56만 명이 가입된 커피 생산자 연합회(FNC, Federación Nacional de Cafeteros de Colombia)에서 프리미엄 원두를 보급하고 품격 있는 카페 사업을 펼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인 ‘후안 발데즈(Juan Valdez)’ 가 있는데 이는 가공인물입니다. 이전에는 홈플러스에서만 독점 판매한다고 하던데, 요즘 '홈플러스 사태'로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커피와 관련된 곳이 2개인데, 쿠바 남동부 최초 커피 재배지 고고 경관
(Archaeological Landscape of the First Coffee Plantations in the South-East of Cuba,2000 지정)과 이 나라 콜롬비아 커피 문화 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 CCLC, 2021 지정)입니다.
에스프레소(espresso)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 빠르다는 의미의 익스프레스(express)의 이탈리아식 표기라는 것이지요. 1901년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는 이전에 커피 한잔을 만드는데 4~5분 소요되던 것을, 물의 증기압을 통해 25초 만에 커피 한잔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둘째, 증기압 방식은 끓는 물의 온도가 높아 쓴맛과 탄맛이 너무 강했답니다. 1938년 역시 이탈리아의 아킬레 가치아(Archille Gaggia)가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피스톤으로 바꾸면서 과도한 물의 온도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보다 '압력(press)'이 핵심이라는 주장입니다. 2022년, 에스프레소 커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공식화한 나라가 이탈리아인 이유가 있군요.
셋째, 바리스타는 주문한 사람에 따라 추출 조건을 달리하여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커피 맛의 구별은 물론, 심지어 최고 비싼 커피인 코피 루왁(kopi luwak) 조차도 알지 못했던 제게, 이 책이 제게 준 커피에 대한 진실이 46개만 있었다면 거짓일 것입니다. 아마 100가지도 넘을 것이나 제게 호기심을 자극한 것만 추린 것이어서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은 이 책 <커피인문학>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커피에 대한 기술적 정보보다 커피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좋은 주제에 결국 '유혹'당해 버렸습니다.
이전 제 브런치의 글 '베니스의 상인'의 감상평([독서] 문학)을 적어 놓을 때 '여행 등 이동할 때는 세계문학 소설을 읽는다'라고 했었는데, 소설을 읽다가 틈틈이 이 <커피인문학>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하기까지도 2달이나 소요되었네요. 하지만 이 책만 꾸준히 읽는 것보다 마치 신문이나 메일을 통해 한 챕터별로 연재되듯이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어서 매우 즐거운 2개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내일 上海로 돌아가는 길에 가능하면 커피숍에 들러 두 달이나 걸린 책거리를 핑계로 득의양양하게 '커피의 황제'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 한잔을 마셔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슨 커피를 마시고 계시나요? 그리고 어떤 기억을 더듬고 계시는지요?
P.S 無錫역 Costa에 들러 블루마운틴을 찾아보니 없군요. 아쉽지만 점원이 추천한 Flat White를 마셔보는 걸로 위로를 삼아야겠습니다. 늘 생각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장의 피로를 無錫역 Costa 점원이 약간 해소해 주는군요.
1. <번지점프를 하다>
2. <티켓>
3. <러브 어페어>
4. <호텔 르완다>
5. <Princess Kaiulani>
2025.11.16 ~ 2026.1.16, 한국과 上海에서 틈틈이 읽다가 無錫 출장 중 정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