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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May 24. 2020

상실의 치유

뒤늦은 답장

Y에게,

이제야 시간이 되어 생각해 보네요.

'상실의 치유(회복)', 사람마다 다르지만 상실감에서 느끼는 상처는, 상실을 준 상대가 회복시켜 주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상실이란 완전히 끝난 상태이니까요. 자신 앞에 없는 사람에게서 치유받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많이(=진실로) 사랑하지 않았기에 상실감을 준 거고, 사랑하지 않는 상대에게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여 또 다른 상대를 만나 떠나버려서 준 상실감이니까요.


과거에 어떠했든 간에, 현재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가 두 사람 관계를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배우자가 단순히 가정을 지키려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가정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시겠죠. 하지만 모든 가정의 본질은 같잖아요. 우리가 매번 했던 얘기이기도 하고요. 가정이 존립하기 위해선 모두에게 적용되는 그 본질적인 부분을 서로 충족시켜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배우자가 속해 있는 가정에 무관심하다는 건 뭘까요? 그건 바로 그 가정에 속해 있는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죠. 사랑하면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자발적이고, 그 상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잖아요.




세속적이다. 속물 같으니라고.

이러한 상황은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일 수 있어요. 그것이 오히려 진실일 수 있어 행복감과 만족감을 줄 수도 있어요.




취미활동은 배우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죠. 사람마다 선호하는 건 다르고 다른 걸 인정해줘야 하는 거죠.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다면 거절하거나 방해하겠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다 자신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해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상황이 불편해지거나 원활하지 않을 때 타인 핑계를 대거나 타인 책임으로 몰아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실은 본인이 다 해놓고선 말이에요.




어떤 사람의 배우자가 변심했는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배우자 마음을 돌리려 하고 그동안 하지 않던 배우자 관리도 해요. 하지만 변심한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죠. 실은 개선하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거죠. 그 자신도 예전부터 배우자에게 불만이 많았고 벌써부터 배우자를 싫어하고 있었던 걸요. 그들은 어느 기간 동안은 자녀를 구실 삼아 책임감을 운운하며 같은 집에 살았죠. 생활에서 불편한 게 싫고 서류나 집 등을 처리하는 게 귀찮아서 계속 가정을 꾸렸다고 했어요. 서로 끝난 사이인걸 이미 알았지만 실리적인 성격이어서 자신이 직업을 구하여 경제력을 가질 때까지는 그냥 함께 살았대요.


그러다 헤어진 그들, 지금은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해요. 자녀들도 부모가 매일 다투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롭고 스트레스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어 학교 수업에 잘 집중하고 도리어 예전보다 더 잘 지낸대요.


이건 사례일 뿐 권장하진 않아요. 겉으론 좋아 보여도 제로섬인지 윈윈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이잖아요. 초기엔 뭐든 좋은 법이기도 하고요. 전 제로섬 게임보다 윈윈게임처럼 눈에 띄게 분명하게 적용된 걸 선호하니까요.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에요. 자식은 부부의 결정에서 차후의 문제예요.


인간사에선 해결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잖아요. 자신에게 당당하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인간은 그런 거니까요. 자신에게 솔직해 보세요. 어떤 인생을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지를요.


여러 질문에 조금 함축적으로 답했네요. 제 표현을 항상 잘 이해하셨기에 이번에도 이렇게 답해요.


*1. 영화 [인턴]에선 부부가 예전 관계를 유지하고 다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해요.


 2. 영화 [Silver Linings Playbook]에선 새로운 상대를 만나 사랑함으로써 치유해요.


1과 2의 차이는 무엇이고, 치유의 정도는 어떠할까요?  다음에 함께 생각해 보아요.




https://youtu.be/oLoeICdnBGM

(김동률, “답장”,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친구로서 그녀를 존중하리라.)



(사진 출처, 밀란 쿤데라, 이재룡,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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