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덤
우리 집 1층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있었다. 원래도 치킨을 좋아했지만, 포장할인까지 되는 덕에 혼자 자주 시켜먹었다. 그러다 자연스레 사장님과 안면을 트게 됐다.
사장님은 아주 파이팅이 넘치는 분이셨다. 치킨집 오픈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하는데, 매일 아침 일찍부터 나오셔서 가게 청소를 하셨다. 그러고도 새벽까지 영업을 하셨으니, 나는 보면서 저 사장님은 정말 강철 체력이구나 싶었다.
과 특성상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 많았는데, 밤에 집에 오는 길이면 사장님은 언제나 활기차게 “학생 이제 와요? 힘들겠네.” 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 인사 덕분에 혼자 걸어오는 밤길이 덜 무서웠다.
치킨엔 언제나 오븐에 구운 계란 하나가 함께 들어있었다. 호일에 감싸져 있는 계란은 한참이 지나도 뜨거웠다. 살살 굴려 껍질을 까고 한 입 베어 물면, 퍽퍽하면서도 담백하게 들어오는 그 맛이 좋았다. 치킨을 시키면 오는 이 계란 하나가 평소 그 사장님답다 싶었다. 과하지 않게 따뜻한.
방학 때 본가에 갔다가 돌아온 날, 이십 분 뒤에 찾으러 가겠다고 치킨집에 전화를 했다. 여러 분점이 많은 프랜차이즈 치킨 집인데, 이상하게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이십 분 뒤에 찾으러 내려갔는데, 처음 보는 남자분과 여자분이 웃으면서 치킨을 건네주셨다. 뭐지, 그 사이에 사장님이 바뀐 건가, 아니겠지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혹시 사장님이 바뀌셨냐고 여쭤봤다.
“네. 저희가 새로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 얼떨떨한 채 가지고 올라가서 치킨을 먹었다. 그런데, 다 먹고 나서도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도 못한 것이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전에 계시던 사장님 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잠깐 고민하시는 듯하더니, 번호를 알려주셨다. 이미 한 달이나 되었는데, 갑자기 연락하는 게 실례는 아닐지, 뭐라고 보내야 하고 싶은 말이 전달이 될지 문자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사장님. 치킨 자주 포장해가던 윗집 학생이에요. 바뀐 사장님께 부탁드려 번호를 받아 연락드리는데 실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방학 끝나고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들렸는데, 사장님이 바뀌었더라고요. 이 년 동안 만날 때마다 인사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저는 밤길이 무섭지 않았고,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시든지, 다 잘 되기를 기도할게요.”
“학생. 연락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도 너무 아쉽네요. 학생도 앞으로도 학교 열심히 다니고, 밥 잘 챙겨 먹어요.”
그 뒤 이 년의 시간 동안 아래 치킨집은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치킨을 좋아하니 한 번씩 시켜 먹었지만, 전의 그때처럼 맛있진 않았다. 더는 따뜻했던 그 계란도 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이 매서운 바람을 만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힘든 날 시켜먹던 그 치킨 하나에 보물처럼 들어있던 호일 속 삶은 계란으로부터, 나는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