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라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도착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을 꼭꼭 삼키듯이 관찰하면서 느릿느릿 휘적휘적 걷고 있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걸을 때에는 내가 바로서는 것 같고, 생각의 거품들이 걷혀지는 느낌이 든다.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은 자신있다. 천천히 걷는 것은 기록을 다투지 않는 그 자체의 행동이기에 목표를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의 러닝 붐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러닝하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극한까지 내달리며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러닝을 하면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다가, 러닝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러닝을 하면 성취감이 든다는데, 성취감을 느낀지 너무 오래 된 나는 성취감이 간절했다.
러닝을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마라톤 대회가 언제 개최되는지를 찾아보았다. 마라톤 행사에 등록하면, 목표의식을 갖고 러닝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라톤 대회에 등록을 하고 나면 그 뒤는 어떻게든 연습을 하게 될 것이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무려 6만원이나 하는 접수비를 내고 마라톤 대회 10km 코스에 등록했다. 마라톤 대회 한달 전에 대회에 등록하고나니 러닝 연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5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간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록은 1시간 44분이었다. 이번 대회는 100분 내에 들어와야 해서, 100분 내에만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기 시작했는데, 안정적으로 1km당 10분씩 걸렸다. 10km 마라톤에 나가도 10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러닝 연습을 시작하자 살도 잘 빠지고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고, 신체 건강에도 좋고, 돈도 안 드는 러닝을 왜 지금까지 안했는지 바로 깨달았다. 왜냐하면 러닝은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숨이 차는 것이 못견디게 싫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러닝을 동경해왔지만, 러닝에 도전할 때마다 매번 포기했었다. 내가 동경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이며,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라고 했고,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체력과 정신적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나도 작가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글을 더 잘쓰기 위해 신체능력을 강화하고, 정신건강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러닝이 꼭 필요했다.
흔히 10km의 거리는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안락한 헬스장에서 경사도 없이 러닝머신을 뛰는 것도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3km를 뛰다 걷다 하였고, 그 다음엔 5km를 뛰다 걷다 했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 딱 한번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7km의 거리를 채워보자 하여 거리를 채울 때까지 계속 뛰다 걷다 했었다. 걷는 시간이 훨씬 많았는데도 7km 이상을 하는 것은 힘들어서 마라톤 대회 전까지 10km를 단 한번도 채우지 못했었다. 결국 10km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몸으로 체감해보지 못한 채, 대회에 나갔다.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나는 1km를 쉬지 않고 뛰어본 적도 없다.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면서, 운동신경도 없는 사람이라면 더 긴 시간을 가지고 준비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뛰어도 10km 쯤은 금방 간다고도 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대회날이 다가올수록 무모한 도전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사에서의 계속된 야근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 7km도 딱 한번 런닝머신 위에서 뛰다 걷다를 했을 뿐이어서 과연 10km를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15년 전의 나는 10km 마라톤에서 아예 뛰지 못했었고, 결국 대부분의 거리를 걸어서 완주했었다. 그 때의 대회를 떠올려보면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만 있어서, 이번에 10km를 완주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대회 전날이 되니 대회날 비가 많이 오길 바랬다. 비가 오면 비 핑계를 대고 대회에 나가지 않을 참이었다. 100분 안에 종료지점까지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라톤 초보자는 긴장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비일상적인 이벤트인 마라톤 대회 참가를 앞두고는 긴장이 많이 되었다.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완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찾아봤는데, 자동차용 도로를 막고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너무 느리게 가면 뒤따라오는 버스에 태워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어쩌면 마라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뒤처진 낙오자들을 태우는 버스를 타는 것도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하는 마라톤이기 때문에 정 못하겠으면 도중에 빠져나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렇게 퇴로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마라톤 대회 전날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잠도 쉽게 오지 않았다. 그냥 대회에 나간다는 것이 긴장이 되었던 것 같다.
대회 날 아침 일찍 출발점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출발지점은 서울 시청 광장이었다. 서울시청에 가까워져 갈수록 마라톤 대회 운영본부에서 보내준 양말과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 점점 많아지더니 시청역에 내려서부터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에서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기피해왔던 나였지만, 모두 똑같은 양말과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주말 아침 일찍이 서울 광장에 모여서 다같이 달린다고 생각하니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리겠다고 똑같은 옷을 입고 모일 수 있을까. 대단한 규모에 압도되었다.
규모가 큰 마라톤대회였는데, 규모가 커도 너무 컸다. 완주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분위기가 들떠있었다. 요즘 러닝 붐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서울에서 멋있는 사람들은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출발지점에 모여있으니 내가 잘 달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고 그냥 참여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해해보였다. 다들 달리기 위해 들떠있었고, 긴장해있었다. 그래서 그 분위기에 나까지 고양되었다.
사람이 워낙 많은 대규모의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서의 출발은 접수할 때 입력한 기록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깃발 아래 그룹끼리 모여있다가 출발지점까지 다같이 행진을 한 뒤, 그때 출발을 하는 방식이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모여서 대규모의 사람들이 다 함께 출발지점을 향해 걸어가는데, 순수하게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그 분위기는 모두가 들 뜬 축제같아서 그 분위기에 휩쓸린 나는 오늘 진짜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장소까지 걸어가는데 두근거렸다. 이렇게 가슴 뛰는 순간은 오랜만이었다.
사회자의 우렁찬 응원을 받으며 출발을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뛰는 사람들에 휩쓸려 나도 같이 뛰게 되었다. 내 예상은 조금 뛰다가 걷다가 좀 회복되면 뛰다가 또 걷다가 뛰다가를 하려고 했다. 헬스장에서 연습을 할 때도 3km이상을 연속으로 달려본 적도 없는데, 달리는 사람들의 무리에 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달리게 되어 3km를 내리 달렸다. 안달릴 수 없는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달렸다. 경험이 많은 러닝고수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원래의 기록대로 빨리 달릴 수 없다며, 사람에 막혀 치고 나갈 수도 없다며 불평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다같이 느리게 달리게 된 그 속도가 내가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였기 때문에 더 빨랐으면 나는 그때부터 뒤로 빠져서 걸었을 것 같다. 참가자가 너무 많았던 나머지 다같이 느리게 달릴 수 밖에 없어서 나도 그 무리에 함께 뛸 수 있었다.
워낙 큰 대회여서 광화문, 숭례문, 을지로의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출퇴근길에 수도없이 다녀본 그 길을 인도가 아닌 도로 한 가운데서 달려보니 풍경이 낯설었다. 혼자 러닝머신 위에서 벽만 보며 연습하다가 다른사람들과 함께 뛰니 나도 모르게 들뜨게 되었다. 마라톤이란 참 재밌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힘이 빠진 나는 점점 뒤처지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뛴 것만 해도 평소의 실력보다 훨씬 많이 뛴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몸에 힘이 빠져서 뛸 수가 없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걸으면 내가 이 대회의 꼴찌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한 3km 지나는 지점부터는 지치거나 힘든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빠져서 걷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잘 달리는 사람들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기록이 좋은 사람들은 진작에 앞으로 뛰어나간 것인지, 뒷부분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종료지점이 다가올 수록 걷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만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처럼 잘 뛰지 못하지만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는데, 러닝을 잘하는 사람만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마라톤에 나가서야 알게 되었다.
걷는 사람들중에는 누가 봐도 원래는 러닝 고수인데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걷는 것처럼 보이는 절뚝이면서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리에는 의료용 테이프를 잔뜩 붙이고 걷는데, 부상에도 불구하고 걸어서라도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서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러너들도 있었다. 티셔츠를 보고 알 수 있었는데, 러너 중에는 군인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고, 소방관도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도 있었고, 훨씬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백발의 노인 러너분들도 있었는데, 다들 너무 멋있어서 멋있는 사람들을 한가득 볼 수있는 것만으로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점점 뒤처져서 이를 악물고 걸었는데, 마라톤 코스는 전환점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해 달리도록 되어있었다. 전환점을 돌고 나니 전환점을 향해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코스의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걷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는데, 사람들의 무리 끝에는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할 낙오자들을 태우는 고속버스가 천천히 뒤쫓고 있었다. 차량 통제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행사 시간 내에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느림 사람들이나 부상자들을 고속버스에 태우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고속버스에 1호차라고 써있는 것이 보였는데, 나중에는 1,2,3호차는 먼저 출발지점으로 간 것인지 4호차가 보였다. 버스가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제일 꼴찌로 종료지점에 문닫고 들어가더라도 버스에 태워지지는 말자고, 버스보다는 빨리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조금도 쉬지 않고 최대한 빨리 걸었다.
종료지점이 가까워질수록 발도 아프고 힘들긴 한데,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치 큰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밀려나듯이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 종료지점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는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끝까지 걸어서 결승지점을 통과했다. 비록 5km 미터 이상 구간부터는 달리기보다는 걸어왔지만, 어쨌거나 10km의 구간을 완주하고 나니 마음속 깊이 뿌듯했다. 몸으로 노력해서 어떤 거리에 도달하고 성취한 것은 너무 오랫만이라서 몸으로 한 성취가 너무 기뻤다. 결승지점을 통과하자 수많은 완주자들이 바닥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다들 뭔가 짠했다. 모두 고생했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들 너무 훌륭하고 대단했다. 결승지점에서의 고양된 분위기는 축제같이 느껴졌다.
결승지점을 통과하니 진행요원분이 플라스틱으로 된 메달을 나눠주었고, 몇걸음 더 가니 여러 종류의 음료수와 간식거리가 한가득 담겨진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음료수와 간식거리가 한 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는 너무 무거워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넓은 시청역 광장에는 결승지점을 통과한 러너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고, 모두의 표정이 밝았다. 나도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그제서야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완주하기 까지의 과정은 확실히 즐거웠다.
요즘의 마라톤 대회는 최첨단이라고 느꼈는데, 배번호표에 센서가 있어서 특정 구간에서의 속도와 기록을 문자로 보내주었다. 내 기록은 1시간 23분이었다. 100분안에만 들어오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들어와서 놀라웠다. 평소 연습할 때의 기록에 비하면 너무 좋은 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러닝을 좀 해봤다는 사람이 듣기에는 귀여워하며 코웃음을 칠 기록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마흔살에 러닝기피자로 살아온 나로서는 이렇게 좋은 기록을 또 다시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기록이다. 그리고 배번호로 AI가 사진기사가 촬영한 내 사진을 찾아주어서 달리는 순간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서 정말 작게 찍히긴 했지만, AI가 나를 정확히 찾아내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번 기록이 내 실력 덕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워터파크에 가면 큰 파도가 칠 때 물 밖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마라톤 참가자들의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도가 나를 물 밖으로 밀어내듯이 밀어주어서 10km를 완주한 것 같다. 만약 10km를 지금 다시 완주하라고 한다면, 저 기록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 기록은 다 함께 뛰는 그 분위기속에서 뒤에서 부드럽게 밀어주듯한 분위기에 이끌려서 온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데, 앞으로 살면서 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반가울 것 같다.
내 경험 속에서 마라톤은 기록과는 상관없이 그저 즐거운 일이었지만, 사실 마라톤은 냉정한 기록의 스포츠다.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는 짧은 찰나의 순간으로도 순위가 바뀌게 되는 냉정한 세계일 것이다. 기록이 있기 때문에 순위도 있다. 그런데 마라톤은 다른 스포츠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는데, 완주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모두가 동등해진다. 기록이 비록 하늘과 땅의 차이라도 같은 거리를 완주했다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게 된다. 중도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완주자라는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물론 마라톤은 기록경기라서 기록이 정말 중요하기에 나도 다음번 대회에 나간다면 조금은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지만, 만족스러운 기록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완주를 했다는 그 자체로도 보상이 되는 스포츠는 몇개 없는 것 같아서 마라톤 대회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대회가 끝나고 지친 몸을 회복하면서 시청역 5번 출구 근처 바닥에 앉아있는데, 마침 자주 가는 서울도서관에서 예약도서가 왔다는 알림이 왔다. 운명적이게도 예약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기쁜 마음에 도서관에 들어가 예약도서를 빌려 책을 읽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 평균 10km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가능하면 매일 달리려 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오늘 내가 정말 기를 쓰고 뛰고 걷고 했던 거리가 10km 였는데, 10km를 완주했기 때문에 몇일은 앓아 누워 엄살을 부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이를 악물고 완주했던 그 거리를 거의 매일 달린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해서 러닝을 하는 삶을 꿈꿔오긴 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하루에 10km씩 달리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이번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동경하던 무라카미 하루키에 가까워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