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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기 Oct 19. 2020

끊었지만 끊는 중


    그녀가 그를 보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불안하게 주위를 살피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달싹이는 것을 보고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 어......

    낯선 풍경이었다. 눈에 익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뭐 드릴까요? 

    어......

    ......

    디스... 플러스요.

    그녀와 그 사이에 그것이 놓였다. 

    바뀌었구나...... 

    끊은 지 오래되어 그래요, 서툰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 라이터도 하나... 아무거나, 제일 싼 거요.

    그는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


    그는 후회했다. 

    아는 맛이다. 독하고 탁한 맛, 해로운 것을 선명하게 만드는 맛, 거리를 만드는 맛, 그녀가 싫어한 맛. 

    그럼에도 그는 두 번째 불을 붙였다. 아무래도 아까웠다. 

    역시 아니다. 다시는......

    남은 것을 모두 버렸다. 상자 모서리가 날카로웠다. 라이터를 버릴 때는 조금 망설였다. 쓸 데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초를 켤 때라든지 아 초가 없지 같은 쓸데 없는 생각이 들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니었네. 

    그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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