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희망의 징검다리
목격자 하나 없는데
계단에 섰다 고꾸라진 지나버린 그 상황
바보 같고 부끄러워 눈을 감는다.
누구는 팔걸이
누구는 워커
누구는 보정기에 의존해
모두가 불구인데
하나 더 많은 두발 통깁스가 뭐라고... 부끄러워 커튼을 친다.
보아도
안 보아도
아픈 건 분명한데
아픈 다리 보기 싫어
고개 돌려 외면한다.
고개를 돌리고
커튼을 치고
눈꺼풀을 내리고
이불까지 덮고는
다 가리면 되겠지.
몇 평 안 되는 이 공간에서 도망친다.
타인의 눈에서 도망쳐 동정에서도 벗어났다.
모두 다 가리고 눈 감으니 다 끝났다.
침상 끝 두 다리도 외면하니 됐다.
그런데...
다 가려도 참담함은 가려지지 않네.
마음을 관통하는 깊은 슬픔.
발끝부터 머리까지 타오르는 진한 통증.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그 어둠처럼
마음에도 어둠이 드리웁니다.
희미한 어둠의 그림자처럼
어두운 마음도 흐릿하여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분간할 수 없는 고뇌와
절망의 언어들이 주위를 떠돕니다.
다시 해는 어둠을 몰아냈는데
이 마음의 어둠은 언제나 사라질까나.
어두운 길을 걷는
어두운 실체만이
의식 속에 또렷이 살아납니다.
무사한 지체 찾으며
감사는 희망을 노래한다.
흥얼대는 콧노래
연신 웃어대는 멘탈
옆사람도 의아한지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게 사람이야.
푸념처럼 절망의 강은 하릴없이 흘려보내고
흐린 날에서도 희망의 달빛을 찾는다.
꿈속에서 통깁스 비틀며 트위스트 추던 날,
진통 속에서도 춤추는 현실을 꿈꿔본다.
먼 곳에서 기다리는 희망에 빈 손짓이라도...
ㅡㅡㅡㅡㅡㅡㅡ
멘탈이 붕괴되던 며칠
살인적 통증에 꼬박 새우던 밤들의 절망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지체가 남겨짐에 감사하며 희망을 찾아봅니다.
병상에서 수술과 재수술의 과정, 오락가락하던 마음을 떠오르는 대로 글로 표현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