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애착유형은
연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정적이고 깊은 연결이 필요했던 '회피형 애착유형'

by 은빛

애착 :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







[ 1편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과 불안형에 대해 먼저 보기 : https://brunch.co.kr/@songyeseul93/29 ]



애착은 고정적인 것일까?

아니다. 초기 애착은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기본 틀이 형성되지만,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생애 초기 경험에서 형성된 애착은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스스로 인식하고 자기 돌봄 과정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애착유형을 성격처럼 받아들이곤 하는데, 애착은 성격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관계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 패턴이다. 예를 들어, 1편에서 다뤘던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이 연인의 늦은 연락에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라는 불안을 느끼지만, 이건 과거 경험에서 학습된 해석 패턴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애착은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누구와 주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나와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는지이다. 내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인정하고 존중하는지, 나 자신보다 상대를 더 우선순위로 두고 있진 않은지 점검하면서 내가 나를 돌보며 살아야한다. 결국 성인이 되면 내가 나의 주 양육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애착을 바꾸는 것은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정서 조절, 자존감 등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심리적 트라우마가 있다면 더욱 전문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와 환경적 요인(빈곤, 학대, 차별 등) 역시 애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트라우마 관련해서는 나도 심리치료를 통해 과거 트라우마를 재처리한 적이 있다.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라는 치료 방법으로 나를 괴롭히던 트라우마 기억을 흘려보냈고,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던 기억이 사라져 그때 기억을 떠올려도 더 이상 감정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덕분에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삶의 질이 올라간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 다룰 애착유형은 회피형 애착유형이다.

지금의 나와 가깝기도 하고, 해외에서는 '맨 박스'라 불릴 정도로 남성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애착유형이라고 한다. 이유는 자세히 살펴보자.




회피형 애착

주 양육자가 아이의 정서적 요구에 거절이나 무반응의 태도가 반복될 때, 아이는 '나의 욕구는 중요하지 않다.', '도움을 요청해 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내면화되면서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생존 방식이라고 학습하게 된다. 즉, '나 혼자서도 괜찮아, 아무도 필요 없어'라는 방어기제가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슬프거나 불안할 때, 양육자가 "별일 아니야", "그만 울어"라며 감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게 되면 아이는 감정을 드러내면 실망하거나 혼난다고 학습하게 된다. 특히 한국과 같이 남성에게 강인함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남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남자는 울면 안 돼", "약한 모습 보이지 마"와 같이 정서 표현을 억누르도록 강요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점이라여겨 외부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맨 박스(Man Box)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가 다가오거나 애정을 표현할 때, 양육자가 짜증을 내거나 귀찮아하는 태도 또한 반복되면 회피형 애착으로 굳어진다. 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양육자에게 부담이라 느끼고, 스스로에게서 멀어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상을 받았을 때, 규범을 준수했을 때, 독립적으로 행동했을 때만 칭찬과 애정을 보인다면 아이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사랑받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양육자가 회피형 아이로 키울 확률이 높다. 이유는 양육자가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가까운 관계를 불편해하는 걸 아이는 옆에서 그대로 보고 학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로 '가까워지면 불편하다'는 패턴을 내면화하게 된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를 억누르고 독립하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회피형 애착이 성인까지 이어져 연애를 시작한다면

호감 표현은 가능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거리두기 충동이 생긴다. 상대방과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렵고,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어 보여도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과 불안을 안고 있다.


연인이 깊은 대화를 시도하거나 감정을 표현할 때, 대화를 회피하거나 주제를 바꾸는 등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 상대방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을 멀리하거나 무심해지는 행동패턴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관계에 의존하면 상처받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애정 표현이나 도움 요청을 피하게 되고, 책임이나 속박이 생기는 장기적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단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연인을 거리 두기 위함인데 상대방의 사소한 단점이나 실수를 크게 지적하며 관계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관계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이 관계에서 벗어날 이유를 찾는 것이다.


연인에게 갑자기 이별 통보를 하거나 잠수를 타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관계가 깊어지거나 결혼처럼 구속력이 생긴다고 느끼면 불안이 올라와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혼자만의 성에 갇힌 채 깊은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두려워 관계로부터 멀어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문제를 사실과 논리로만 다루고, 감정 대화를 꺼려 상대는 '벽을 만난 느낌'을 받게 된다. 깊은 관계가 아니라면 안정된 생활은 잘 유지하지만, 연인과 가족처럼 정서적 교감이나 로맨스가 필요한 관계에서는 감정 부족으로 관계가 메말라질 수 있고, 상대는 '같이 사는데도 외롭다'는 느낌을 자주 느끼게 된다.


연인이 정서적 교류를 원할수록, 회피형은 더 멀어진다. 불안형 파트너와 만나게 된다면 '추격자와 도망자'패턴이 반복되게 되는데, 두 사람 모두 정서적 안정감을 얻지 못한 채 관계에 대한 불만과 상처만 쌓이게 된다.


불안형은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회피형에게 다가간다. 연락빈도를 늘리거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거나, 감정을 쏟아내는 등 관계를 확인하려 한다. 회피형은 불안형의 이런 행동에 부담을 느끼고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느끼며 잠수를 타거나 연락을 피하고, 일부러 싸움을 걸어 거리를 두려 한다.


회피형이 거리를 둘수록 불안형은 더 불안해져 추격을 멈추지 않고, 회피형은 이런 압박에 질식할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더 멀리 도망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불안형은 '역시 나는 버려지는구나'의 상처를 입고, 회피형 또한 '역시 관계는 위험해'라는 믿음이 굳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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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회피형 애착도 누구보다 사랑을 깊이 원하지만,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사랑이 어려울 뿐이다.


이제부터 내가 나를 양육하면 된다.

과거를 공부하며 미래를 바꾸면 된다.


회피형은 대부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약점이라고 여기면서 억누르곤 한다. 시작은 내 감정은 중요한 신호라는 점을 인식하고, 마음속으로라도 '나는 지금 불편해', '외롭다', '두렵다'같은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시작임을 알아야 한다.


인식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조금씩 표현해 보자. 불편하더라도 작은 감정부터 솔직하게 '오늘 불안했다', '지금 화가 난다'같이 단순한 단어로라도, 혼자서라도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일기를 쓰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하루 한 번이라도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엇이 필요했는지 기록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오늘 화가 났던 거야? 사실은 섭섭했던 거야?'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나 전달법(I-message)'을 활용해서 상대에게 전달해 보자.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가 아닌, '나는 ~에 ~한 감정을 느껴'처럼 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너 왜 연락 안 해?"가 아니라 "나는 네가 연락이 없을 때 걱정돼"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아마도 주변에 비슷한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 있다. 나를 비난하지 않고, 감정을 존중해 주는 안정적인 사람과 꾸준히 관계를 맺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나 전달법'으로 표현했을 때, 상대의 반응을 통해 '내가 감정을 표현해도 거절당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신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에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와 함께 안정적 애착 대상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까워지면 상처받는다'는 믿음으로 인해 관계가 깊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행동 패턴을 알아차리고 멈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인과 가까워질 때 연락을 잘 안 받는지, 일부러 혼자 있으려고 하는지, 상대의 단점을 찾아낸다는 지 와 같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이 하고 싶어 질 때, 잠시 멈춰 왜 내가 이런 행동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불안감 때문인지 진짜 혼자 있고 싶은 건지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피형은 주로 이성으로만 문제를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서와 신체적인 감각은 무시하는 패턴이다. 나의 감각과 친해지는 자기 돌봄 루틴을 만들어 나의 욕구와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통해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명상이나 요가, 호흡법을 통해 현재 감정을 느끼는 힘을 강화시키고, 감정일기로 감정을 인식하고, 말 혹은 예술 활동(글쓰기,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독립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관계 단절 속에서 혼자 버텨온 생존 전략일 뿐, 진짜 자립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은 것부터 도움을 청하는 연습도 해보자. '이거 같이 들어줄 수 있어?', '나 요즘 좀 힘들어서 위로가 필요해', 상대가 도움을 준다면 '고마워'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꾸준히 실천하면서 변화하려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자. 오늘 내 감정을 인식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해냈다는 것에 대견해하면서 가까워도 안전하다는 새로운 믿음을 조금씩 쌓아가자.


내 감정을 존중할 줄 알게 되었다면 상대의 감정도 존중하는 단계이다. 특히 연인관계에서는 감정 교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인이 힘듦을 이야기할 때 논리적 반박이나 해결책보다는 "그랬구나", "힘들었겠다"와 같이 공감의 말을 건네거나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질문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상대도 '내 감정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오랜 시간 내면화된 애착 패턴을 혼자 힘으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그렇다. 혼자 힘으로는 감정 접근이 어렵다면, 전문가와 함께 안전한 환경에서 감정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관계를 회피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걸 잊지 말자. 사랑은 노력으로 쌓아가는 것이고, 깊은 관계는 상처보다 회복을 더 많이 준다. 혼자서도 괜찮다는 건 과거 생존 절략일 뿐, 이제는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배워야 할 때다.




회피형이 되어보니 과거에는 느껴본 적 없던 '고독함'을 경험했다. 누군가 나에게 기대는 것이 부담스럽고, 혼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게 느껴져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었다. 그렇다고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도 아니었다. 연결은 필요한데 연결할 사람은 없고, 힘들어도 말도 못 하고...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지금은 상담도 받고, 모임도 직접 주최하면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마주하고 있다. 나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 벗어나 내가 나를 돌보며 안전한 사람들과 연결하고 있다. 살다 보면 참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덕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는 거 같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 '나 자신과 데이트한다'는 마음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사용하는데도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이나 보건복지상담센터 129처럼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경로도 찾아보면 정말 많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그리고 상처를 준 사람을 탓할 수도 없는 건,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상처를 받고 그런 행동패턴이 만들어졌을 거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돌본다.


나는 그저, 내가 타인에 의해 변하지 않고 단단하게 웃으며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3편 이어보기

[ 예측 가능한 안정과 따뜻한 확신이 필요했던 '혼란형 애착유형' ]


1편 다시보기

[ 존재자체로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했던 '불안형 애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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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이별 ]

[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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