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안정과 따뜻한 확신이 필요했던 '혼란형 애착유형'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
[ 1편 먼저보기 :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과 불안형 ]
[ 2편 먼저보기 : 애착의 변화 가능성과 회피형 ]
애착유형을 이렇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만,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 애착 유형은 실제로 모두 '불안정 애착'에 속하기 때문에 선을 긋듯이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고, 다른 개념 또한 아니다. 각 유형의 특징은 존재하지만, 사람마다 상황과 관계에 따라 서로 섞여서 나타나기도 하고,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불안정 애착은 여러 패턴이 뒤섞인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각각의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불안형이다, 회피형이다. 혼란형이다' 단정 짓기보다 '안정적인 애착에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내 안의 어떤 감정이,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는지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안전한 항구가 되어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애착 유형을 배우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상처받았던 과거에서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관계에서 더 안전하고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애착유형은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불안정 애착의 한 유형으로, 불안형과 회피형의 특징이 뒤섞이거나 모순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애착이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나타내기 쉽다.
주 양육자가 보호자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될 때, 아이는 애정과 공포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존재가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애정과 보살핌을 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분노나 폭력, 무서운 표정, 언어 등으로 아이를 위협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일 때 발생한다. 아이는 양육자에게 다가가면 안전하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양육자에게서 공포를 느낀다. 주 양육자가 아이를 학대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극단적 기분 변화가 잦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주 양육자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서도 형성되지만, 무관심과 방치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학대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기고, 아이의 내면에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각인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울음, 요구, 감정표현에 일관되게 반응하지 않거나 무시할 경우 아이의 자존감을 흔들고, 성인이 되어서도 '내 감정은 부담이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양육자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반복적인 무반응은 애착 행동을 억제하거나 왜곡시킨다. 결국, 애착을 형성하고 싶은 욕구와 포기하려는 충동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감정과 행동이 일관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방치된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조차 없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위협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아이가 성인이 된다면 감정을 억누르거나, 갑자기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통제와 과잉보호도 포함된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면서, 자기 결정권과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고, 동시에 양육자의 사랑과 거부 사이에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통제받는 사람은 불안, 우울, 자존감 저하를 느끼며, 자율적인 사고나 행동이 억제되면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는 혼란스러운 대처 방식이 발달되게 된다.
마찬가지로 혼란형 애착을 가진 양육자가 아이와도 혼란형 애착을 형성할 확률이 높다. 때로는 애정을 주지만 때로는 거부하거나 혼내는 일관되지 않은 양육 패턴으로 아이는 사랑받고 싶지만, 다가가면 위험하다는 모순된 메시지를 학습하게 된다. 또한 양육자의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나 정신 건강 문제(우울증, 불안장애 등)로 인해 정서적 지원이 부족할 경우, 아이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기 어렵다.
2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집안에서 첫째에게 많이 보이는 패턴이기도 한데, 아이가 양육자를 위로하거나 보호하려는 모습, 즉 '내가 강해져야 양육자가 안전하다'는 역할을 하게 되면 혼란형 애착이 형성되기도 한다. 아이가 자신의 나이와 발달 단계에 맞지 않게, 양육자의 정서적 또는 실질적인 요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역할 전도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한 채 양육자의 정서적 안정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연결하게 된다. 양육자에게 의자하고 싶다는 욕구와 강해져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상반된 욕구가 충돌하면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아이는 양육자의 불안정함이나 취약함을 목격하며, 양육자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없는 존재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자신이 보호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일시적인 안정감을 얻지만, 동시에 자신은 돌봄 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순적인 경험은 혼란형 애착을 형성하는 데 크게 작용한다.
연애 초반에 강한 친밀감과 동시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마음을 열지만, 동시에 상대의 반응에 과민하게 반응하는데, 상대가 답장이 늦으면 '나를 싫어하는 걸까?'라고 걱정하며 불안해할 수 있다. 상대가 애정을 표현하면 마음이 안정되지만, 금세 '정말 날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심이 따라오게 된다.
마치 완벽한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애착 욕구가 관계를 통해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상대의 작은 관심에도 기뻐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려 한다.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하다가, 갑자기 연락을 미루거나 차갑게 대하면서도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내적 혼란을 겪는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혼란형의 특징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상대가 '사랑해'라고 말하면 순간적으로 기쁨을 느끼다가도, '그래서 더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의심이 커지면서 일부러 소극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스스로를 시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다른 약속을 잡거나 연락이 느려지면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거나, 반대로 스스로 거리를 두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으로 '이 사람의 단점을 뭘까?'를 탐색하게 되고, 이를 핑계 삼아 마음을 닫거나 스스로 관계를 끊기도 한다.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라는 내면의 갈등으로 사랑받고 싶고 혼자 있기 싫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제대로 의지하는 것도 두려운 감정이다.
상대를 통제하려 하거나, 작은 실수에도 비난하며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통제받았던 경험의 투사이거나, 상대방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두고 불안감을 줄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
연애가 오래되면, 안정적인 연결을 원하면서도 여전히 두려움과 의심을 느낀다. 상대가 개인 시간을 보내면 '나를 떠날까?' 하는 불안과 함께, '나도 혼자 시간을 보내겠다'며 거리를 두는 행동을 보인다. 다툼 후에 화해할 땐 강하게 붙잡거나, 반대로 스스로 물러나며 혼자 감정을 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정 조절과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으면 반복적인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혼란형 애착도 누구보다 사랑을 깊이 원하지만,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사랑이 어려울 뿐이다.
이제부터 내가 나를 양육하면 된다.
과거를 공부하며 미래를 바꾸면 된다.
안정형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현재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안정한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올라올 때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 탐색해 보자. 불안이나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마다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어떤 생각과 연결되는지 기록해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어떤 말에 이런 감정이 들었을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과정에서 나의 트리거(불안 유발 요인)를 파악하고 감정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건 역시나 감정일기(감정 기록 앱 활용가능)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 경험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어린 시절이 너무 힘들었다면 아마 뇌가 기억을 저 멀리 무의식으로 보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전문가와 함께 안전하게 내면의 '사랑받고 싶지만, 동시에 두렵다'는 모순적인 감정이 자리 잡게 된 원인을 돌아보며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안전하다는 느낌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서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를 돌보는 루틴을 만들어 나를 돌보자. 명상이나 운동,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 나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같은 긍정적인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으며 자기 효능감을 키우자.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기준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애착은 관계로부터 형성된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긍정적 연결 경험을 쌓자. 지금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고, 독서모임이나 운동모임처럼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활동해 보자. '좋은 관계 = 내 희생'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 지금 불안해", "상대가 멀어질까 봐 겁난다"등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정과 기대와 요구를 명확히 표현하고, 상대방의 수용적인 반응을 확인하며 안정감을 학습하는 것이다. 때로는 트리거가 건드려져서 과민하게 반응할 것 같을 땐, 즉시 판단하기보다 상대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해보는 시도도 필요하다.
잘하고 있어, 잘 될거야.
4편 이어보기
[ 1편 다시보기 :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과 불안형 ]
[ 2편 다시보기 : 애착의 변화 가능성과 회피형 ]
이전 에피소드
[ 건강한 이별 ]
[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