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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Sep 13. 2017

동네꽃#6 옥잠화.. 밤이 더 좋아

옥비녀처럼 곱고 백합보다 더 향기로운.. 희어서 밤에 더 빛나는 꽃

옥잠화는 "동네꽃#4 비비추"편에서 비비추와 사촌지간처럼 비슷하다며 잠깐 사진과 함께 언급을 했었는데 비비추보다 조금 늦게 피기 시작해서 8월 중순부터 9월 초에 한창 이쁘게 피어있다가 9월 중순인 지금은 많이 시든 상태이다. 시들어가는 옥잠화에 대한 아쉬움은 그림으로 달래야 할 것 같다.


옥잠화는 토종인 비비추와는 다르게 중국에서 건너온 관상용 꽃이지만 여린 잎을 나물로 먹는 것도, 잎 모양도, 백합과인 꽃 모양도, 잎이 뿌리에서 바로 나오는 것도 비비추와 닮았다. 비비추가 귀엽고 작은 아이 느낌이라면 옥잠화는 곱고 우아한 여인 같은 느낌이다. "옥비녀꽃"이라고도 불린다니 딱 맞는 이미지다.(길쭉한 봉오리 모양이 비녀 같다.)

2017. 8. 26 동네에서 오전 8시 52분에 촬영

옥잠화는 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동네 여기저기 많이 피어있는 옥잠화를 모두 관찰하며 다녔는데 대부분 그늘에서 자라고 해가 중천에 뜨기 전인 아침과 밤에만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들면 봉오리를 오므려서 옥잠화의 우아한 자태를 볼 수 없으니 옥잠화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면 오전 10시 이전 또는 깜깜한 밤에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옥잠화도 비비추처럼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송이가 활짝 꽃봉오리를 열고 있으면 그 향기가 꽤 강하고 매혹적이다. (비비추도 향기가 있었던가??) 백합보다 더 은은하고 좋은 향기다.. 너무 좋아~♡♡

 2017. 8. 24 동네에서 밤 9시 50분에 촬영. 희어서 밤에 더 빛난다.

이번 옥잠화 작업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작가되기#4 색연필 준비하기(2)"에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에 사용하는 수성(수채) 색연필에 대해 설명하면서 색을 칠한 후 붓으로 물칠을 해서 수채화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장점을 언급했었는데 그 기법을 이용하여 그림의 일부를 그려보았다.


아래 꽃봉오리와 줄기, 꽃 뒤의 큰 잎 모두 그런 기법으로 그렸다.

아래 색연필로만 채색한 잎들과 비교해 보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용한 색은 일부 다르니 표현상의 차이를 비교하기 바란다.)

물칠을 하여 표현하는 것은 색연필로만 할 때처럼 밑 색을 꼼꼼히 칠하지 않아도 되니 편한 면도 있고, 물칠 후의 색감이 색연필로만 칠했을 때보다 더 선명하고 명도가 높게 표현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밑 색 작업 후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색연필로 색을 올리고 붓으로 물칠을 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지울 수 없어 망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도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색연필 그림을 그리는 종이인 "제도패드지"가 아닌 수채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수채화 종이에 그려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필자는 Extra White·Hot Pressed(세목)·300g/㎡·140lbs 수채화 종이를 사용하였다.


흰색 꽃은 제대로 작품으로 그려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이번 옥잠화는 나름 성공한 것 같다.(자체 평가라 후하다^^)

흰 꽃은 주로 차가운 회색 계열의 색연필로 표현한다.

흰색의 꽃은 차가운 회색 색연필(파버카스텔의 경우 cold grey I~VI)을 사용하여 그린다. 파버카스텔의 경우 회색이 warm grey와 cold grey 이렇게 두 종류가 있는데 warm grey는 따뜻한 회색으로 노랑, 초록. 붉은색 계열의 톤 조절 및 음영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고 흰 꽃을 그릴 때에는 차가운 회색 색연필을 사용한다.


회색 색연필은 명도(밝고 어두운 정도)에 따라 I~VI(1~6)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연필로 그릴 때처럼("작가 되기#2 연필로 작품 모사하기" 참조) 옅은 회색부터 사용하여 점차 진한 회색 색연필을 사용하여 채색을 하면 표현이 자연스럽게 된다. 참고로 위의 그림은 cold grey II, III, V 세 가지 회색 색연필을 사용하여 그렸다. 그리고 회색 외에 파란색 계열인 sky blue(파버카스텔 146번)도 사용했는데 얇은 꽃잎 아래로 초록색 잎이 살짝 비쳐 보이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흰 꽃잎이 빛에 반사되어 약간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번 그림은 새로운 시도였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하나의 그림에서 두 개의 다른 기법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옥잠화. 2017. 9. 12. by 까실 (A3사이즈, 종이에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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