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연금술사 '한글'에 관한 아이디어
저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지금도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다양한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요. 미드, 일드 할 것 없이 재미난 콘텐츠를 다루면 찾아볼 정도죠. 물론 국내 드라마도 많이 찾아봅니다.
저는 드라마를 한 번 보게 되면 또 다시 보는 일은 없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두 번 이상 봤던 드라마 한 편이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는 '뿌리 깊은 나무'입니다.
"오직 인내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세종대왕 '이도'는 이러한 말을 합니다. 많은 반대에도 의견을 굽히지 않고 한글 창제의 의지를 피력하며 나온 대사입니다.
극 중에는 한글 창제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밀본의 수장은 세상이 뒤엎어질 큰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대부가 누리던 힘을 만인에게 나눠지는 것이 옳은가 하는 관점이죠.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는 모두가 한글을 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른 동아시아권의 문화보다 편한 삶을 누리고 있다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이 모든 이가 언어를 쓰고 읽을 수 있는 목표로 한글을 창제했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디스커버리(Discovery)의 94년도 6월호에는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the world's most rational alphabet)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실 생활에 한자 1800자를 알아야 하고, 중국은 3000자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한글만 있음 문자를 쓰고 읽고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나 21세기가 된 현대 사회에서 한글은 컴퓨터 자판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도 IT문화가 빠르게 발전했다는 썰이 있을 정도죠. 이렇듯 한글은 매우 편리한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공식 문자입니다. 1443년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되었죠. 한글은 언어를 쓰고 읽기 위해서 사용되는 문자(alphabet)입니다. 즉 한국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라틴 문자인 알파벳과 영어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네요.
한글이 한국어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말을 표기하는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시범적으로 초등학교에 한글로 표기한 그들의 말을 교과서로 만들어 활용했었습니다.
또한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와 '말라이터'에서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한 적도 있었죠. 한글이 합리적인 문자로서 다양한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증거겠지요.
과거에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아학편'에 지석영이 영어본을 추가했던 교재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위 교재는 한자와 함께 로마자 알파벳의 영어 단어와 발음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교재에서는 한자 '나물 채(菜)', '푸성귀 소(蔬)'를 영어의 'Vegetable'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글 발음 표기로 '뻬쥐타불'이라고 적어놨죠. '벼 화(禾)'의 영어 'Rice'는 '으라이쓰'라고 적기도 했고요.
한글로 영어 발음과 최대한 가깝게 발음할 수 있는 표기를 하고자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로만자 알파벳을 기초로 한 영어 발음 기호보다 더욱 친숙하게 공부가 될지 모르겠네요.
노마 히데키의 저서 '한글의 탄생'에는 한글은 탄생부터 에크리튀르(쓰는 것, 쓰이는 것, 문자가 가지는 필적, 문체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프랑어)의 혁명이자, 천(天), 지(地), 인(人)을 바탕으로 각 형상을 본뜬 게슈탈트(형태)에 접근함에 있어 극찬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천지의 소리를 기록하는 기호로서 한글은 문자의 혁명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한글날이 다시 휴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날이 찾아오면 한글을 극찬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글을 활용한 패션, 포스터, 물건 등 다양한 디자인도 찾아볼 수 있죠.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한글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가 필수인 시대에 한글이 활용될 방향이 없나 고민을 했습니다. 상기의 지식 영 '아학편'처럼 말이죠.
그래서 한글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글 하면 떠오르는 훈민정음부터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훈민정음을 보면 희한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자음인 세모, 쌍히읕, ㅂㅅ의 조합체 등이 쓰인 점입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자음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 자음을 발음할 소리가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러한 궁금증과 흥미에서 시작하여 가상의 자음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외국어 공부를 하며 발음이 어려운 단어들이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F, V, Z이었고, 일본어에서 つ 이었습니다. 한글의 자음으로 정확한 표기가 어려운 단어입니다.
실제로 과거 일제시대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후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퍼뜨린다는 괴소문과 함께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つ 발음을 시켰고 어설픈 발음을 내는 사람은 조선이라며 학살을 했다 합니다.
이렇듯 현재 한글로 발음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면 어떨까? 합리적인 문자 기능으로 더욱 발전하진 않을까? 찌아찌아족의 사례처럼 세상 다양한 언어(Language)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되진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 한글 자음의 확장을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에서도 한글에 대한 다양한 표현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만리를 중심으로 한 사대부는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이 있다' 표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 사람 글이 발음하는 여러 소리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었죠. 그래서 외국에서 사용하는 문자를 자음처럼 활용해보는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영문 알파벳과 일본 히라가나를 자음으로 사용할 경우 충분히 문자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주변 외국인 친구들한테 물어보았습니다. 한글에는 없는 그 나라 문자의 발음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입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소리가 있더군요.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서 [그림 04]처럼 테스트해보니 재밌게도 새로운 소리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종합해보았습니다. 새로운 자음이 생긴다면 모음과 만나서 새로운 소리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리고 끝도 없이 새로운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연금술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에 따라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연금술과 어울리는 주기율표에 한글의 새로운 자음을 접목시켜보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공모전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언어가 존재합니다. 그 언어들을 표기하기 위해서 다양한 문자들이 존재합니다. 로마자 알파벳을 기반하는 언어는 영어, 라틴어, 터키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쉽게 찾아볼 수 있겠네요. 한국에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존재합니다.
한글은 한국의 과거 조선왕조에서 만든 문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평가하기를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 사람들은 한자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과 같이 한국도 언어에 한자가 기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10000개 이상의 소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는 한글만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글은 조선 왕조의 임금 '세종'이 만들었습니다 세종은 만백성이 쉽게 글을 배우고 쓰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세상천지의 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문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도전이었다는 뜻이죠. 저희는 이러한 의미를 기반하여 한 가지 도전을 했습니다. 현재 한글에 없는 문자를 만들어 보고자 한 시도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만으로 세계 많은 언어의 소리를 기록하긴 어렵습니다. 세상천지의 모든 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문자 '한글'은 다른 언어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고대 한글 중 몇 개의 문자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문자는 사라지기도 하고 생성될 수 있겠지요.
한글의 특성인 형태의 조합을 통해 저희는 새로운 자음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연금술로 해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통해 자신 나라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기를 상상했습니다. 언젠가 에스페란토 언어와 같이 세계 공용 문자로 한글이 통용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면서요.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남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고 했습니다. 저는 한글이 문자라는 형태를 쉽게 배우고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드는 데 있어 기능주의 명제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사용하여 귀한 가치인 줄 모르는 소재들이 많습니다. 한글이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해서 칭찬을 하지만, 정작 우리는 너무 쉽고 당연하게 사용을 하다 보니 그 가치를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 탄생했던 문자는 우리 생각보다는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드물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까지 살아남은 한글은 이제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인류의 문화 자산이 아닐까 합니다.
*Hangeul Alchem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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