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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Jul 01. 2016

브라질 결혼식(1)

결혼식 준비과정

나는 한국에 있다 보니 결혼식 준비는 오로지 데이빗의 몫이었고브라질식 결혼식을 모르는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에서의 결혼식은 저녁에 시작해서 밤새도록 피로연과 파티를 즐기고 다음날 아침에 끝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이렇다 보니 결혼식에 들이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브라질 친구 에미 말에 따르면 결혼식 하루 성대한 파티를 위해 돈을 모으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그래서 하객들은 신랑신부가 새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그릇이나 이불 등을 결혼식 선물로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식에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았고 (그럴만한 돈도 없지만), 이후에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치러야 하니 최소의 하객만 초대해서 소박하게 하고자 했다사실 성당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하루면 끝나는 우리나라 혼인 강좌와 달리 브라질은 여러 차례 성당에 가서 오랜 시간 동안 교리를 들어야 한다고 하니 시간상 불가능했다.

 


결혼식 장소 예약


결혼식 준비는 예식 장소 예약부터 시작했다나는 다니고 있던 회사를 3월말부로 퇴사하고 4월에 브라질에 갈 계획이었고 그래서 데이빗은 4월 첫째 주 토요일이 어떠냐고 했다마음 같아서는 남자친구와 1년을 떨어져 있었으니 당장 날아가고 싶었지만 그날은 친구 딸 돌잔치가 있었기 때문에 한 주 미뤄 둘째 주 토요일로 결혼식을 잡았다결혼식 장소는 데이빗 고향 시골마을인 Guaçui(구아쑤이)에 있는 작은 펜션으로, 야외에 단상을 꾸미고 피로연은 내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하기로 했다.

 


청첩장 결혼 인터넷 사이트 가입


우리는 최소의 비용으로 결혼식 준비를 하고자 했기 때문에 청첩장도 데이빗 친구에게 디자인을 부탁해서 인쇄한 후 데이빗이 어머니와 함께 직접 속지를 접고 붙이는 작업을 해야 했다청첩장 내용은 포르투갈어와 한국어를 같이 넣었는데인터넷으로 청첩장 문구를 찾다 보니 번역하기 애매한 문장들이 많았다그래서 우리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문장으로 내가 직접 지어서 써넣었다.


"Pensamos ser impossível, pensamos ser temporário e pensamos na distância, mas vimos que tudo é possível, enterno e verdadeiro com amor."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모든 게 가능하고 영원하며 진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는 우리나라 모바일 청첩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 가입을 하고 우리 결혼식 정보를 넣었다. 블로그 같은 형식의 이 사이트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의 이야기와 사진을 올리고하객들은 방명록을 써서 축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이트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상점과 연동되어 결혼 선물로 갖고 싶은 상품을 골라 놓으면 손님들이 이 사이트에 들어와 클릭과 카드 결제로 손쉽게 선물을 할 수 있다생활용품,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신혼여행 패키지호텔 상품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선물은 상품으로 받기도 하지만 선물 가격만큼 총액을 돈으로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이 있고 선택하는 서비스와 기간 및 업로드 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금액이 다르다. 결혼식 전부터 후까지 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정해주고하객 목록과 참석여부도 이 사이트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한국 친구들에게도 사이트를 보여주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남편과 어떻게 만났고 청혼은 어떻게 했고 하는 이야기들을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레스 맞추기


한국이었다면 예식장 예약과 함께 스드메를 세트로 해결했겠지만 브라질에서 반셀프 웨딩을 진행하다 보니 직접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그중에서 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드레스는 데이빗 누나 산드라가 아는 재봉사에게 맡겼다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드레스 디자인을 골라 사진을 보내고화상통화를 하면서 필요한 신체 치수를 재서 알려줬다이렇게 맞추는 게 비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으로 파는 셀프 웨딩드레스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브라질은 결혼식 전에는 신랑 신부가 서로의 모습을 보면 안 된다고 하니 드레스 준비는 산드라와 얘기해야 했다산드라는 직접 드레스 재단용 천과 레이스도 사러 다니고 이게 예쁘다 저게 좋겠다 하나하나 신경 써주니 내가 따로 할 게 없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까다롭게 내가 원하는 걸 요구할 수가 없었다나보다 산드라가 더 드레스에 설레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진 한 장만 달랑 보내 놓고도 드레스에 대한 생각은 잊고 있었고오히려 주변 친구들이 더 기대하는 듯했다. 24시간의 비행과 4시간의 버스여행 후 브라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산드라와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간 것이다피곤하고 졸려워서 가봉을 하면서도 그냥 연신 예쁘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재봉사 네이아는 이 동네에서 옷 잘 만들기로 소문나서 결혼식졸업식 등 파티 의상을 많이 만들고 있었다.

 

3번의 수정 작업 끝에 드디어 결혼식 전날 드레스가 완성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찾았던 사진보다 훨씬 더 근사한 드레스였다. 최근 살이 많이 빠져서 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했고네이아는 드레스를 만들면서 바비인형 옷을 만드는 줄 알았다고 했다구슬로 장식된 허리띠까지 하고 보니 진짜 만화 속에서나 나오는 인형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귀고리는 동생 결혼식 때 엄마가 미용실에서 사셨던 (사실 보증금 내고 빌린 건데 못 돌려주고 그냥 갖고 오셨다걸 끼고, 웨딩슈즈는 뉴코아아울렛 슈펜에서 3만원 주고 산 은빛 구두를 신었다결혼식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튀면서도 편한 걸 골랐는데 청바지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신부 올림머리 예행연습


결혼식에 대한 큰 환상이나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결혼식 당일 머리나 화장도 그냥 브라질 미용실에서 해주는 대로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산드라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물어왔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찾아서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결혼식 이틀 전 예약해둔 미용실에 가서 내가 보냈던 사진을 확인하고 미리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은 미용실에 신부머리와 화장 샘플 사진이나 예시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마음을 놓고 있었던 건데 미용사는 정말 내가 보낸 사진 달랑 한 장만 보고 머리를 만지는 것이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해놓고 보니 머리 역시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부케 식장 장식


구아쑤이가 작은 시골이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서로 다 아는 사람이고 친구고 가족이다그래서 동네에 결혼식이 있으면 거의 정해진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웨딩플래너나 전문 회사처럼 모든 과정을 다 알아서 처리해주는 업체가 있겠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데이빗은 가족들과 함께 하나하나 필요한 사람을 불러 준비했다


장식사 라이란의 집에 가보니 넓은 집이 행사 장식에 필요한 소품과 꽃으로 가득했다우리는 낮에 하는 결혼식이니만큼 너무 화려하지 않고 자연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장식과 파스텔톤의 부케로 선택했다.


 

라이란의 장식과는 별도로 나는 우리나라와 브라질 국기를 같이 달아놓고 싶었고데이빗은 또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연락할 때마다 퇴근 후 집에서 가위질을 한다고 해서 뭘 하나 했더니 바로 버진로드 길가를 따라 하트를 박아놓은 것이다손수 다 오려서 막대기까지 꽂아서 만들었는데 정작 당일엔 만들어놓은 것에 반밖에 사용하지 않았단다.




결혼식 피로연에 가장 중요한 케이크와 간식도 데이빗 가족들이 이미 알고 지냈던 아줌마에게 맡겼고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커플 장식은 한국에서 전통혼례복을 입은 인형 장식으로 준비해 갔다. 그리고 브라질에서는 결혼식이 끝나면 하객들이 하나씩 가져갈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준비해 놓는데 Bem-casado(벵카사두)라고 하는 마카롱처럼 생긴 작은 간식거리를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작은 복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사진을 책임질 사진사도 구했는데, 결혼식 준비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더 저렴한 사진사도 있었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니 좀 옛날 사진 스타일 같아서 예쁜 사진으로 골랐다. 마지막으로 결혼식 음악은 신랑 입장, 신부 입장, 피로연장 입장, 식사 중 등 상황에 맞는 음악 여러 가지를 골랐고, 결혼식날 데이빗 조카 브레노가 음향을 담당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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