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성찰]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스무 살이 되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서른이 되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며, 마흔이 되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마흔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하지만, 막상 부모님 앞에 서면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가끔은 혼자 몰래 고민을 삼키며 답을 찾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사회에서는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방에 앉으면 아직도 방향을 찾지 못한 어린아이 같다.
나이는 숫자로 쌓여가지만, 그것이 곧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걸까? 아니면 모든 걸 정확하게 알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어른이 된다는 건 실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고, 무조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 순간에도 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직장에서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나의 작은 실수 하나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번지면서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까지 내 책임일까?'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건 실수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늘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져도 다시 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도 같은 걸 느낀다. 아이가 넘어지면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내가 넘어졌을 때는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아이에게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실수를 자책하고 있다. 아이는 울고 나서 다시 웃는데, 나는 넘어지고 나면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모님도 실수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후회하며 살아오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도 완벽한 어른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하며 배우고 계셨던 것이다.
한 번은 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 엄마는 언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글쎄,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데?"
그때는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부모님도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셨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되면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후회 없이 선택하며, 인생의 정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된다. 실수는 계속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은 언제든 찾아오며, 어떤 순간에도 명확한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사회에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울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어른인 척해야 하지만, 정작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가면 된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따금 후배들이 내게 조언을 구할 때가 있다. 나는 어른답게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여전히 고민하는 문제들이 많고,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안다. 그들도 사실은 답을 몰랐고, 다만 최선을 다해 선택했을 뿐이라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를 갖는 것.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는 것.
어른이 된다는 건, 무조건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순간에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마흔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배운다.
아이 앞에서 내가 어떤 어른인지 고민하는 법을.
부모님께 조금 더 따뜻한 말을 건네는 법을.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용기를 갖는 법을.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 그렇게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