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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고 다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과 성찰]

by 소선 Mar 21. 2025

어릴 땐 기다리면 다 돌아오는 줄 알았다

버스를 기다리면 오고

시험 결과도 기다리면 나오고

멀어진 사람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기다린다고 해서  

다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연락을 기다렸던 친구는  

더 이상 내게 전화를 걸지 않았고 

화해하고 싶었던 사람과의 거리도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기다리는 것만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버스가 오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듯이 

사람도

기회도

시간도  

때로는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기다림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기다리지 않아도  

내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

기다림에만 머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릴 때는 기다리면 다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버스를 기다리면 결국 도착했고, 시험 결과도 정해진 날이 되면 나왔다. 친구와 다퉜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이야기하게 되었고, 멀어진 사람도 언젠가는 다시 마주칠 거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것은 세상의 이치였고, 인내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기다린다고 해서 모든 것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연락을 기다렸던 친구는 끝내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고, 언젠가 화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과의 관계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 멀어졌다. 어떤 기회는 내 것이 될 줄 알고 기다렸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돌아올 거라 믿고 기다렸던 것들은 조용히 사라지거나, 아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기다린다고 해서 다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동안 나는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삶의 중요한 순간들도 기다리면 언젠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다림이 때때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멀어지고, 더 잊혀지고, 더 불확실해지는 일들이 많아졌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다.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한 건 각자 바빠지면서부터였다. 나는 언젠가 다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연락이 끊겼고, 결국 몇 년이 흘러버렸다. 문득 그 친구를 떠올릴 때면 ‘왜 먼저 연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기회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누군가 나를 추천해 주기를 기다렸다. 내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잡으러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다리는 것만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버스가 오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듯이, 사람도, 기회도, 시간도 때로는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기다림이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내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과의 재회, 우연히 찾아온 기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풀리는 오해들. 어떤 것들은 기다림 속에서 천천히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그러니 중요한 건 기다리느냐 움직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기다리고 언제 움직일지를 아는 것이 아닐까.


한 번은 지인을 통해 오래전 멀어진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하며 그대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연락을 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걸린 전화였지만, 친구는 반갑게 받아 주었다. 그렇게 한 통의 전화로 몇 년간 끊겼던 관계가 다시 이어졌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기다리기만 했다면 이 순간도 없었을 거라는 걸.


우리는 때때로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때가 있다고 믿는다.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것들도 많다. 결국 어떤 순간에는 기다려야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내가 먼저 한 발짝 내디뎌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일에서도 그렇다. 일방적인 기다림은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어쩌면 기다림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나 자신이 변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도,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할 거라 생각한 적이 많았다.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나은 대화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기만 했을 때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변화는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기다리는 것은 쉽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하지만 기다리기만 한다면, 후회할 일들도 많아진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던 일들도, 사실은 내가 먼저 적응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직장에서도,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과의 거리도, 배우자와의 관계도, 아이와의 소통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대화를 시도할 때만 관계는 변했다.


어쩌면 우리는 ‘기다린다’는 말을 핑계 삼아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책임을 뒤로 미루는 일이다. ‘기다려 보면 알겠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변하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떤 문제들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어떤 감정들은 서둘러 움직이기보다 기다릴 때 더 깊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기다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다려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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