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Jun 06. 2017

공유 사무실 목표 달성!

매일 가만히 점심값 벌기 #12

월세나 전세 혹은 무리해서 구매해서 집을 구해야 되나?

작년 한창 더울 때 부모님 집에서 나오려고 결정했을 때 고민했던 내용입니다. 결론은 오피스텔을 월세로 빌려 다른 분들과 함께 사용하면서 그 월세를 충당해 보자였습니다. 그 과정을 아래와 같이 브런치에 글로 남겼었습니다.


집 + 사무실 = 오피스텔

송도신도시 오피스텔 입성기 #1

송도신도시 오피스텔 입성기 #2

무실 진척도

공유사무실 책상 재배치


처음 3~4개월 정도는 한두 달 사용하는 분들만 계셔서 월세 내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한분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계시지만 제가 목표로 했던 여섯 분이 되기 전까지는 제가 그 어마어마한 월세를 계속 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시겠다는 분이 없으셔서 한동안 그 넓은 공간을 한분만 사용하시게 됐습니다. 그 혼자 사용하시는 분도 혼자 사용하니깐 심심하시다고...

오늘 책상 재배치 하느라 산만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무실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거짓말처럼 늘어나더니 결국 저번 주에 마지막 여섯 번째 자리도 사용하시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데로 모두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었고, 모두 남자였습니다. 중간에 한번 여자분이 들어오셨지만 남자분들만 계시고 화장실도 하나인지라 얼마 나오지 않으시더니 한 달 뒤에 바로 그만 사용한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여성분께서 사용한다고 하셨을 때 오래 사용하지는 못하실 거라 생각하고 힘들실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괜찮다고 하셨지만 결국 그렇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 사무실을 제일 오래 사용하신 분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같이 사용하시는 분들이랑 담배도 피고 이야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사람들끼리는 크게 문제가 없는 거 같아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출근하고 밤에만 사무실에 와서 사용하시는 분들이랑 만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일 오래 사용하신 이 분께서는 감사하게도 사무실 보러 오는 분들이 있으면 사무실 설명도 해주시고, 새로 사용하시는 분들께는 사무실 지침 같은 걸 설명도 해주십니다!!! 심지어 청소도...... 정말 은인 같은 분입니다! 평소에 어쨌든 일을 벌이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분들이나 상황에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그렇게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연습실 공사를 할 때고 그랬고, 휴학하고 음악 할 때도 그랬고, 인터넷으로 뭔가 팔 때도 그랬으며, 이 것들이 잘 안됐을 때 회사를 입사하기로 생각했을 때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공유 사무실 같은 경우에는 바로 이분이 그런 것처럼요.


결론적으로 여섯 분이 사무실을 사용하시게 되는 시점부터 이 오피스텔을 월세로 사용하고 있는 저에게 그 어떤 비용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익도 없습니다. 그럼 제가 얻는 건 없지 않으냐고 질문을 하시겠지만 저는 공짜로 생활할 곳이 생겼고, 작업할 공간이 생겨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며, 그냥 무난하게 싼 월세나 전세로 갔을 때에 비해 훨씬 좋은 환경에서 공짜로 생활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매나 전세를  했을 경우 묶였을 큰돈이 지금 제 수중에 있기 때문에 그 돈으로 뭔가 다른 것을 할 수가 있게 되었는데 실제로 저는 이 돈과 오피스텔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서 다른 무언가를 또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닥에 보이는 소파 뒷편으로 한자리가 더 있답니다

공유 사무실을 준비/운영하면서 있었던 일들 몇 가지를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라이버시

저는 개인적으로 카페와 같이 오픈된 공간과 책상을 좋아합니다. 칸막이나 파티션이 있는 사무실보다는 주위에 풍경과 사람들이 다 보이는 카페를 더 선호했기 때문에 이 공유 사무실도 처음에는 카페처럼 꾸미고 싶었고, 파티션도 없이 책상들만 있었으며, 서로에 프라이버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책상을 재배치했습니다. 결과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타깃으로 했던 개인 사업하시는 분들의 나이가 대부분 저의 아버지나 삼촌 뻘이어서 더욱 프라이버시에 대해 민감해하셨습니다. 특정 자리가 관리자의 자리처럼 되어 있던 거나 파티션이 없는 점, 또 자신이 하는 작업을 뒤에서 누군가 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의 자리를 제외한 모든 자리에 파티션을 설치했고, 자리 배치도 모든 자리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이 되도록 배치했습니다. 구조 상 자리 하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그 점은 모두의 동의를 얻어 지금은 자리에 대한 불만은 없어진 상태입니다.

 

사업자 등록

사무실 문의를 하시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이 오피스텔에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이미 이 오피스텔에 사업자 등록을 해놓은 상태이고, 동일한 장소에 중복되게 사업자 등록을 하면 불법인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답변을 드려 사무실을 사용 못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좀 알아봤더니 불법이 아니더라고요. 건물 주인분께서 동의만 해주시면 저 말고 다른 분들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했던 겁니다. 대신 전대 계약서와 주인분의 동의서를 작성해야 되는데 이 계약서가 무슨 양식이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전대 계약서를 내려받아 주인, 저, 임차인 이렇게 셋이 작성을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부동산 가서 할 것도 없이 제가 동의서와 전대 계약서까지 작성을 해서 지금은 사무실 여섯 분 중에 두 분이 이 곳을 사업장으로 등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만약 주인 분께서 동의를 해주시는 다른 곳에 오피스텔을 구해 지금의 공유 사무실과 같이 운영을 한다면 이건 뭔가 되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실행할 예정입니다.


잡일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분들께서는 제가 퇴근해서 사무실에 오기 전에 다들 귀가하시기 때문에 그때부터 저는 이것저것 잡일을 하게 됩니다. 청소도 하고, 커피도 채우고, 쓰레기도 비우고... 커피에 경우 제가 가지고 있는 믹스 커피 몇 개를 정수기 옆에 두었더니 언제부터인가 제가 커피를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사무실 사용자분들께서 말씀하셔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열심히 커피도 채우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정수기 필터 점검자 분께서 오시면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되고, 얼마 전에는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수리 기사님을 불러 고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하지 않으면 좋은 일들이지만 이 정도 노력으로 공짜로 신도시에서 이런 좋은 조건에 생활/작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거에 비하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게다가 여기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다들 사업하시고 매너가 좋으신 분들이라 남의 공간처럼 사용하시지 않고 자신들이 일하는 사무실처럼 사용해주실 뿐만 아니라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끔씩 청소도 해주시고, 제 택배를 대신 받아도 주셔서 오히려 제가 민망한 경우도 있답니다. 


소소한 혜택

그 외 너무 좋은 점들이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1. 이 곳은 사업장이라 상업용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덥거나 추울 때 냉난방 장치를 마음껏 사용해도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에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2. 오피스텔이라 세탁기, 냉장고, 오븐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3. (제가 운영하는 공유 사무실 혹은 지역의 특징일 수 있지만) 주차공간이 너무 여유 있어서 모든 분들이 주차공간을 사용하시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4. 신도시라 주변 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직구를 통한 소소한 용돈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