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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un 21. 2020

노각(수박 흰 부분 맛)

노각 노각 노각 씹는 소리.

늙은 오이가 노각이란다.

나는 이 맛을 노각으로 만나기보다 수박의 흰 부분으로 먼저 맛보았다.


음식 솜씨 좋은 친할머니는 가족들이 다 먹은 수박의 이빨 자국을 도려내고 초록 부분을 자른 후, 흰 부분을 길게 길게 썰어 노각 없는 노각무침과 비슷한 반찬을 만들어 주셨다. 우우우우우우 우와~

우리 할머니의 FLEX~!


노각을 살 일이 없던 우리 집(노각이 꼭 수박 나올 때만 나오니 말이다....)

성인이 되어 고오급 한정식 집에 가니 찬으로 나왔을 때가 노각과의 첫 대면이었다.

'읭! 여기도 수박껍질로????'


궁금하던 차에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매니저의 안내로 알게 되었다. 늙은 오이보단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나 좀 더 폼나는 이름이다.


이제는 아무도 수박의 흰 부분으로 나물을 무치지 않기에 라떼~의 전설로 사라져 버린 음식이다. 노각 입장에선 스크레치나는 기분이겠지만, 사실 수박을 살짝만 도려내면 빨간 부분 때문인지 수박껍질로 만든 게 내 입엔 더 좋았다.


노각 무침을 만들어 봅니다.

노각 하나, 양파 반개 * 노각 하나가 부족하여 오이 하나 더 추가했다. (섞인 맛도 재미있고 좋았다. )

양념장

다진 마늘 1t, 다진 파 1T, 고춧가루 2T, 고추장 1T, 매실액 2T(혹은 올리고당 1T), 식초 2T, 참기름 1T, 통깨 1T


1. 노각은 껍질을 모두 벗기고 반으로 갈라 속씨를 뺀다.

2. 세로 길이대로 썰어 소금 1/2, 설탕 1, 식초 1에 절인다.

3. 준비된 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가 불려야 하니 미리 만들어 둔다. )

4. 생긴 물은 버리고 노각은 가볍게 짜준다. (빨래 짜듯 꼬들꼬들 짜는 사람도 있다. 개인차이므로 기호대로.)

5. 양념장에 버무리고 바로 먹기보다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켜 시원하고 간이 배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질문)

당신: 소금에 꼭 절여야 하나요?

나: 소금에 절이면 노각의 쌉쌀한 맛을 조금 제거할 수 있어요. 양념장에 버무리는 음식이므로 양념이 잘 묻고, 양념한 후 채소에 물이 덜 생겨 2-3일 두고 먹어도 끝까지 동일한 맛을 유지해 줍니다. 물론 밑간이 되기도 하고요. 버무려 바로 드시거나 쌉쌀한 맛이 좋고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면 이 과정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노각의 양념장은 설탕과 식초를 조금 더 추가하면 비빔소면장으로 훌륭하므로 노각 무침 김에 면도 삶아보았다. 여름이니 메밀! 메밀국수는 어려우니 고마운 컬리에서 주문한 키트로 냠냠!

 광화문 미진의 추억을 더듬더듬하여 차림새를 갖춰 보았다.

노각 무침에 비빈 메밀면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 있는 소면도 꺼내 더 삶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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