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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16. 2022

7월 16일 박신후의 하루

새로운 취미

40대가 되고 나서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맨날 하던 것만 하고 살면서 그냥 늙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해부터 다양한 취미를 시도해보고 있는데 막상 끌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등산, 골프 등 남들이 하는 것들도 시도해봤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요리, 공예 등도 배워봤지만 내 재능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낚시를 좋아하던 친구가 나에게 낚시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낚시만은 도저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 계속 거절했다. 뭔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꽤나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점도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계속해서 나에게 낚시를 가자고 노래를 불렀고 결국 나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40살 기념으로 새로운 취미를 찾는 여정에 낚시를 추가하기로 했다. 친구는 무척 신나 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나야 상관없었지만 결혼을 한 친구 입장에서는 낚시를 가는 것 하나를 집에 허락받는 것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낚시를 배우고 싶다고 사정해서 ‘어쩔 수 없이’ 낚시를 간다고 자신의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는 ‘속아’ 주었다. 

친구는 낚시터 예약과 장비를 모두 자신이 담당할 테니 나는 몸만 오라고 했다. 낚시터를 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어떤 것을 준비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친구 덕분에 조금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친구가 예약한 낚시터는 초심자들이랑 자주 가는 곳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에 가는 낚시터는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는 초심자들이 갈만한 곳에서 재미를 보게 해서 본격적으로 낚시를 다닐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이번 장소를 선택한 것이었다. 

친구는 심지어 자신의 차를 끌고 우리 집이 있는 곳까지 데리러 왔다. 낚시터를 가는 내내 친구는 낚시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했다. 친구는 계속해서 나에게 뭐라 뭐라 했는데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처음 듣는 용어였기도 했고 막상 낚시를 간다고 하니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밤새 낚시를 해야 했기 때문에 친구는 방갈로가 있는 곳으로 예약했다. 낚시터에 도착하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초보자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고수들만 있는 곳 같았다.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장비들이 이미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나보고 잠시 낚시터를 둘러보고 있으라고 하고 내려줬다. 그리고 그는 금방 오겠다며 낚시터 사무실 방향으로 향했다. 낚시터를 보고 있으니 뭔가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행이나 다른 없었지만….

친구는 다시 돌아와 우리가 낚시를 즐길 곳으로 나를 다시 데려갔다. 친구와 함께 짐을 들고 방갈로 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친구는 잠은 거의 못 자고 그냥 짐만 놓는 장소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방갈로를 보니 친구가 말한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필요하면 정말 잠만 잘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청결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바닥에는 벌레 시체가 조금 보였고 기어 다니는 것들도 보였다. 나는 바닥을 먼저 닦고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친구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바닥을 닦기는 했지만 밖에서 들어온 모기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름이라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방갈로와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친구는 낚시 세팅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리 친절하다는 인상을 못 받는 친구였지만 지금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친절하게 낚시를 알려준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세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친구는 나에게 낚싯대를 직접 잡게 하며 물고기를 잡는 요령을 알려줬다. 설명을 들었지만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친구는 괜찮다며 계속 나보고 시도를 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친구가 알려준 자세로 낚싯대를 던지면서 낚시와 친해질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 내 자세가 나오자 친구는 흡족해하면서 이번엔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물고기의 힘이 좋으면 찌를 물고 낚싯대가 끌려갈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주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낚시터에서의 매너까지 나에게 가르쳤다. 친구의 설명은 굉장히 상세하고 쉽게 알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이 친구는 은퇴하면 낚시 강사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는 떡밥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친구의 말로는 떡밥을 손으로 만지게 되면 냄새가 굉장히 오래가니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에 떡밥을 만졌는데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나중에 고생할 것 같은 냄새가 났다. 그래도 친구가 알려준 데로 떡밥을 바늘에 끼우고 던졌다. 내 자세가 꽤나 잘 나오자 친구는 박수를 쳤다. 

친구의 세팅까지 완전히 끝나자 본격적으로 낚시를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낚시라고 하면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세월아 네월아 가만히 기다리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친구는 나에게 계속해서 떡밥을 뿌려야 잡힌다며 계속해서 낚싯대를 회수하고 떡밥을 끼우고 다시 던지는 행동을 주문했다. 이 주기가 상당히 짧아서 어느새 낚시는 노동처럼 느껴졌다. 또한 계속해서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가려워서 미칠 것 같았다. 모기향을 곳곳에 설치했지만 개방된 공간이라 별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친구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행복한 것 같았다. 

오후 6시까지 낚시를 계속했지만 이상하게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흔하다는 입질조차 오지 않았다. 친구는 이런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계속해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친구는 낚시터를 잠깐 둘러보고 온다고 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 사이 나는 잠시 낚싯대를 회수하고 쉬었다.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는 낚시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 모든 것이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잠시 후, 친구는 돌아오며 오늘 전체적으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낚시터 근처의 식당은 그리 맛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허기는 달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밥을 먹고 나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친구는 알리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친구는 더 의욕적이 되었다. 그는 밤낚시가 진짜라며 나에게 기대하라고 했다. 

밤이 되고 어두워지자 모기들은 더욱 사정없이 나를 물어뜯었다. 에프킬라까지 가져와서 모기를 죽였지만 끝이 없었다. 하지만 물고기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친구는 그래도 입질은 계속 오고 있다며 조금만 있으면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친구의 낚싯대에 붕어가 한 마리 잡혔다.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친구는 나에게 붕어를 보여주며 곧 나도 잡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재미가 없던 낚시가 살짝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나는 맥주를 가져와 친구와 마시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했다. 서로에게 섭섭한 이야기도 하고 좋았던 추억들도 말하며, 조금 멀어진 다른 인연들에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낚시보다는 이런 것이 좋았다. 물론 이런 것은 꼭 낚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두운 밤, 낚싯대만 바라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매력에 낚시 애호가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내 나에게도 입질이 왔다. 입질이 왔다고 하자마자 친구는 내 쪽으로 오더니 ‘지금이야!’라고 외쳤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낚싯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녀석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붕어 한 마리가 바늘에 걸려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순간 붕어의 힘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질 뻔했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힘을 내서 마침내 붕어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꽤나 큰 크기였다. 내가 낚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나는 붕어를 들었고 친구는 사진을 찍었다.  

붕어 한 마리를 낚고 나니 낚시가 더 재미있어졌다. 묘한 매력이라는 것은 낚시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친구 역시 만족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좋아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낚시를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았다.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취미로 가져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낚시는 여기까지였다. 계속 기다렸지만 입질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다시 지루해진 나는 졸리기 시작했다. 청결 상태가 의심스러운 방갈로에서 자는 것이 꺼려졌지만 졸음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먼저 자겠다고 했고 친구는 새벽 낚시가 진짜라며 내가 자는 것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졸려하는 나를 보니 친구는 조금만 눈을 붙이라고 했다. 그는 새벽에 일출과 함께 즐기는 낚시가 정말 좋다며 자신이 깨울 때 꼭 일어나라고 했다. 

방갈로에 들어가 에어컨을 틀었다. 벽에 붙은 모기들을 몇 마리 처리하고 준비된 침구류를 폈다. 그러나 이불은 세탁을 안 하는지 뭐가 잔뜩 묻어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탁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지워지지 않는 무언가 들이 잔뜩 있었다. 굉장히 찝찝했다. 배게가 있기는 하지만 쓰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가 여행용 배게와 작은 담요를 가져오라고 말했었는데 친구에게 정말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낚시터 침구류를 같이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컨디션은 되지 않아 다시 침구류를 접고 내가 준비한 것을 바닥에 깔았다. 아까 바닥의 상태도 좋지 않아 이 역시 찝찝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을 보니 낚시가 다시 싫어졌다. 그냥 잠을 자지 않고 몇 시간만 즐기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1박 2일로 이렇게 하는 낚시는…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낚시가 내 취미가 될지 안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낚시터에서의 첫날 경험은 좋으면서도 별로인 그런 애매한 상태로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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