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종묘가 조선 왕가의 조상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이라면, 사직단은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입니다.
사직단은 조선의 궁궐 배치법인 ‘좌묘우사(左廟右社)'에 따라 경복궁의 오른쪽에 있습니다.
현재 위치로 경복궁에서 독립문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답니다.
사직단은 앞서 말한 대로 조선시대 토지의 신(사신, 社神)과 곡식의 신(직신, 稷神)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단이에요.
쉽게 말해, 농사가 잘되고 나라가 평안하길 기원하던 곳이죠.
조선 태조 이성계는 좌묘우사의 원칙에 따라 1395년(태조 4년) 현재 위치 서울 사직동에 사직단이 만들었습니다.
이때 사신(社神)과 직신(稷神)을 위한 두 개의 제단을 나란히 지었답니다.
사실 현재의 모습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복원한 것입니다.
사직단은 한양뿐만 아니라 지방의 각 군현에도 하나씩 설치되었습니다.
사직단은 종묘와 함께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나라와 백성의 평안, 그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다양한 제사를 지냈거든요.
정기적으로는 음력 2월과 8월, 동지나 설 전야에 제사를 올렸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임시 제사도 치렀어요.
사직대제: 음력 2월(중춘)과 8월(중추), 동지 뒤 셋째 미일(납일)에 지내는 정기 제사
기우제(祈雨祭): 가뭄이 심할 때 비를 내려달라고 비는 제사
기곡제(祈穀祭):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기고제(祈告祭): 국가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나라의 안녕을 비는 제사
사직단은 그냥 보면 커다란 사각형의 바닥만 있을 뿐이라고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기능과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먼저, 사직단은 가장 바깥쪽 담장과 사직단을 감싸는 내부 담장의 이중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신성하게 여겼다는 뜻이죠.
담장의 사방에는 홍살문이 있어요.
홍살문은 문짝과 지붕 없이 붉은색 주칠을 한 두 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아내는 신성한 문으로 여겨졌답니다.
그럼, 사직단의 홍살문은 총 몇 개일까요?
맞아요. 내부 담장 4개와 외부 담장 4개로, 총 8개의 홍살문이 있습니다.
특히 외부 담장에 있는 북신문의 홍살문은 삼문으로 이루어졌는데, 북쪽의 문은 신이 드나드는 문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럼 이제 제단을 살펴볼까요?
흙으로 덮은 두 개의 네모난 제단이 보입니다.
사단(社壇, 땅의 신을 위한 제단)은 동쪽에, 직단(稷壇, 곡식의 신을 위한 제단)은 서쪽에 자리하고 있어요.
제단은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에 따라 네모난 땅을 상징하는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졌고, 각 면은 3단의 돌계단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특히 방향에 따라 다섯 가지 색깔의 흙을 덮어서 땅의 오행(五行)을 나타냈다고 해요.
*천원지방이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으로 고대 중국에서 유래한 세계관.
6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사직단은, 농업을 기반으로 했던 조선 사회의 가치관과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길 바라던 조상들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사직단은 문화유산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왕이 직접 제관으로 참여해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나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제사인 사직대제 또한 중요무형문화재(2000년 10월)로 지정되어 현재도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