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찾기 힘든 미국에서
레쓰비 캔커피, 지금도 있으려나.
대학교를 다닐 때는 물론 7여 년의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전철을 이용했다. 지금도 모든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한국’ 전철이다. (맨해튼 메트로는 절대 기피하는 것 중 하나).
그리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편의점에서 산 레쓰비 캔커피다. 왜 하필 그 브랜드였을까. 물론 지금처럼 그 종류가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많진 않았다. 그리고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먹기에 항상 온장고에 들어있는 커피를 선택했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2-3가지 중에서 가장 싼 커피였던게 레쓰비였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집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뜨겁게 데워진 레쓰비 캔커피를 사들고 전철역까지 햇빛을 받으며 걷는 15분. 손에 들어온 커피의 온기는 항상 마음속 설렘으로 바뀌면서 하루의 시작을 언제나 기분 좋게 했다. 주변 상가, 사람들, 길거리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침의 활기참이 느껴지니 내 발걸음에도 힘찬 기운이 가미된다.
전철에 들어서기 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자리를 잡을 준비를 한다. 출근 시간의 북점임이 싫어 피크 시간보다는 ‘조금 일찍’ 혹은 ‘조금 뒷 시간’에 타기 때문에 대부분 운 좋게 자리를 잡는 편. 살짝 어렵겠다 싶으면 무조건 출입분 옆 코너 비는 곳을 찾아 등을 기대선다. 30분 독서 시간에도 역시나 함께 하는 것은 레쓰비 캔커피. 문장 속 행간의 여운을 만끽하는데 가장 ‘완벽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목적지 역 도착. 전철역부터 학교까지 셔틀버스를 타거나, 전철역부터 회사까지 걸을 때에는 보통 음악과 함께였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그 길의 신을 만끽할 때도 아직 동이 나지 않는 커피를 아주 조금씩 아껴서 먹는다. 이 기분,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마시는 속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의 ‘갈고닦은 스킬’로 학교, 회사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도달했을 때야 커피캔은 깔끔히 비워진다. 쓰레기통으로 명중시킬 때의 쾌감! 이제는 본업으로 오늘의 또 다른 챕터를 시작할 준비가 완벽히 됐다.
친정 앞의 그 편의점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는데 갈 수 없음이 아쉬울 때가 많다. 캔커피는 고사하고 (캔커피라는 아이템 자체가 한국만의 특이템이란다) 한국에서는 흔한 편의점조차 이곳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이 차로 15분 거리. 무엇보다 캔커피 자체에 목적이 있기보다는 나의 걷기, 독서 시간을 함께 해주는 친구로서 찾는 것이기에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부터가 나의 목적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그때의 캔커피 시간을 아예 못 즐기고 있지는 않다. 역시나 인간에겐 적응력과 응용력이 있었다. 매일 아침 일하기 전, 집에서 내린 뜨거운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나만의 ‘레쓰비 커피’를 만들고 산책길에 나선다.
오늘은 생각난 김에 파란색 작은 보온통에 커피를 담아본다. 이만하면 크기와 색깔까지 비슷하니 그야말로 ‘레쓰비 캔커피’의 완벽한 재연 아닌가. Let’s be! 그 시절 그 기분까지 전해지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