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이것저것을 해봤지만, 딱히 해보고 싶은 건 없었다. 그러다 막연하게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지 못했지만 영어 독해를 좋아했고, 잘하지 못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안타깝지만, 겸손이 아니다. 정말 잘하진 못했다.) 이걸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게 딱 번역이었다. 당장 뭘 해야 할지 전체 그림을 그려놓지 않았으니 시작하기 더 편했다.
무언가 또렷하게 하고 싶은 건 퇴사 후 처음이었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통번역 자격증이 있다고 하니 일단 그걸 준비해볼까. 아니면 대학원을 갈까. 그런데 준비 과정이 너무 길다. 나는 또 준비 과정 속으로 도피하고 싶은 건 아닐까. 정말 그렇게 준비할 가치가 있는 걸까? 실질적인 정보가 없었다. 홍보가 아니면, 모든 게 두리뭉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선 그 직무에 맞는 스펙을 쌓고, 자소서를 쓰고, 인적성을 본 뒤 면접. 일련의 과정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디에 자소서를 쓰고, 어떻게 일을 받는 거지? 도통 모르겠다.
일단 번역 회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원서를 쓸 수 있는 곳의 회사를 나열했다. 그런데 또 커다란 벽이 나에게 나타났다. 관련 경력이 없다는 것. 외국 거주 경험? 없다. 토익, 토익스피킹, 토익 라이팅 점수가 좀 높다는 이점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만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재능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내 재능을 올리고, 누군가가 그 재능을 구매하는 사이트. 그 사이트는 수수료를 받고 판매자와 의뢰인을 연결해준다.분야는 다양했다. 그중 거래가 활발한 분야가 바로 번역이었다. 나도 살포시 내 얼굴을 올리고, 나의 이력 사항을 올렸다.거짓말은 없었다. 외국계 OEM 회사를 다녔고, 만료가 코앞인 토익 점수들을 나열했다.물론 만료일은 적지 않았다. 그리고 한자 자격증이 있고, 예~전에 여행기 공모전에서 받은 수상 경력을 수기 공모전 수상 경력이 있다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적어두었다. (조금 과장된 건 사실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니!)
이공계열을 전공했고, 관련 자격증이 있으니 그쪽 번역도 가능하다고 적어두었다.프리랜서에게 필요한 건 몸집 키우기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걸 가진 것처럼 홍보를 해야 한다. 물론 거기에 거짓말이 포함되선 안 된다. 그건 사기다. 하지만 적당한 과장과 적당한 몸집 키우기는 인정.그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
별 기대는 안 했지만, 떨렸다. 진짜 일이 들어오면 어쩌지? 물론, "뭘 어째! 해보는 거지." 막무가내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치기 어린 나의 열정이 다른 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쪽지가 왔다. 나에게 의뢰를 하고 싶다고.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첫 발을 떼기 위해선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러다 경사진 절벽이 오면 내 발은 하늘을 날고 있다. 뛰기 시작했다면 무서워도 멈출 수 없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그 의뢰는 어땠냐고?
Ep.5를 기대해주세요... 두둥!
경력은 없는데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겐 재능 사이트를 추천한다.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고 경력도 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