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다시 시작된 진로 선택

사소한 선택이 모여 내가 된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by 봄비

모 기업 입사 설명회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말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선택은 많으나 집중은 잘 못하는 나에겐, 꽤 근사하게 들렸다. 생각해보면 우린 어릴 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곤 한다. 대부분은 공부를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한다. "내가 이걸 하려고 그렇게 공부를 했나"로 허무하게 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자리하고 있다. 론 요즘은 그 길이 넓어졌지만, 어찌 되었건 한 번 선택했으면 방향을 틀지 말고 그 길을 파라는 생각은 여전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선택해왔가.


지금 나는 여행칼럼니스트이자 번역서를 출간한 영한 번역가다. 이 선택은 내가 고등학생일 때 수학을 좋아하면서 시작었다. 응? 무슨 소리인가 하고 갸우뚱할 것이다. 모든 일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든 이어져 있었고,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더라.

누군가 나에게 통번역학과를 나왔거나 영문학과 또는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난 외국계 OEM 회사를 다녔고, 내가 속한 팀은 화공 기술팀이었다. 번역을 알게 된 건 회사에서 시킨 일 때문이었다. 번역할 일이 필요했고, 그 계기로 번역가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화공과나 화학과를 나왔냐고 물어볼 수 있다. 또 고개를 절레절레.


취업을 하기 위해선 생명공학과라는 전공을 리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고, 방향을 틀었다. 전공과 비슷한 수질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나름 토익 점수가 높아 운 좋게 환경관리도 겸하는 외국계 OEM 회사의 화공 기술팀에 취업 수 있게 되었다. 빠의 영향으로 환경 쪽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황우석 박사 열풍이 불었고 자연계 나온 친구들은 너도나도 생명공학과를 지원했다. (그 열풍은 얼마 가진 않았지만.) 취업을 생각하지 않고 전공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내내 후회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재밌게 학교 생활을 했었다.


그렇다면 왜 자연계를 지원했냐고 물어볼 수 있다. 내가 다녔던 여고엔 11반이 인문계였고, 고작 세 반만이 자연계였기 때문에 대세를 따라 인문계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수학을 좋아했다. 국어보단 수학이었다. 물론 수학을 잘하진 못했지만, 국어나 사회도 마찬가지로 잘하지 못하니 차라리 좋아하는 걸 선택하자는 게 이유였다. 그 이유가 다다.


그러니깐 결론은 수학을 좋아해서 했던 선택들이 모이고 모여서 번역으로까지 흘러 것이다. 연결 고리가 없는 듯하면서도 연결 고리가 완성된다.




것봐. 인생은 모르는 거라고 했잖아.



진로를 선택할 때 필요한 건
직선보단 곡선!



길을 잃어보지 않고 남들 하는 대로 직선으로 가면 고생도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이냐. 직선이냐. 어느 게 낫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대다수가 가는 방향이 정답은 아니었다. 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따라가 봤지만, 그 길은 결국 내 길은 아니었다. 같은 학교, 심지어 같은 전공을 한 친구들끼리도 결국 다른 미래를 살고 있는 것처럼 길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꼭 잘하는 일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한 사소한 선택들, 그 선택들은 대부분 직선의 길에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선 최선을 다해 남들이 가는 방향대로 한 선택들.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후회는 없다. 어떻게든 나에게 남아있으니깐. 하지만 이전 선택이 이후 선택의 발목을 잡은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들이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올가미를 걸어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였다.


선택했으니 집중하거라. 왜 그래야 하지?

거기서 재능을 찾았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 무엇을 하든 중간쯤에 있었다. 기준에 따라 노력 부족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타고난 재능이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재능을 도와줄 조력자다. 내 노력만으론 가질 수 없는 두 가지.


그 길에선 난 나만의 반짝이는 재능을 찾지 못했다.

그럴 땐 새로운 길을 들여다보는 게 답이다.

아무리 방구석에서 노력해도, 내가 본 세상이 전부이니, 내가 아는 길이 내가 갈 수 있는 길의 전부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린 어떻게 새로운 길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각해보면 나의 경우 그랬다.


회사에서 나에게 번역 업무를 시키지 않았다 번역사의 일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빠가 환경공학과를 전공하지 않았다면 수질기사를 취득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교 입학 당시 황우석 열풍이 불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나만의 다른 진로를 선택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넓은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추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야가 넓어져야 길도 보인다. 퇴사 후 다른 시작에 앞서 시간이 남는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어쩌면 그 속에서 타고난 재능이란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 진로는 꼭 큰 변화, 큰 결심, 대단한 포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니깐!


자.. 이제 진짜 시작해보자. 무얼 해볼까.

뭐부터 시작하지?


퇴사 후 다음 플랜은?
- 더 괜찮은 회사나 직무를 찾아본 뒤 바로 이직을 한다.
- 좀 쉬다가 이직을 한다.
- 대학원에 들어가거나 유학을 가서 다른 공부를 하거나 전공을 더 깊게 공부한 후 이직을 한다.
- 여행을 간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이직한다.
- 사기업은 답이 아니다. 공기업이나 공무원 준비를 한다.

물론 다 좋다. 그런데 진로 선택이 이 방법밖엔 없을까?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 접해본 적 없는 걸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야가 넓어져야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법!

자연계열을 공부했으니 그걸 살려야지.
전공을 살려야지.
이전 직장의 경력을 살려야지.
그것이 나의 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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