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Mar 07. 2024

위로봇을 아시나요

모르시리라 봅니다. 저만 아는 로봇이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듣 '그래그래.'라거나 '힘내힘내.'라는 말을 문장 끝에 반복하는 친구입니다. 대책 없죠. 무조건 힘을 내라니요. 살기도 빡빡한데 여기서 어떻게 더 힘을 내라고요.


그래도 저는 그 친구를 좋아합니다. '힘 빼'라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을 아직, 그래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 친구를 저는 '위로봇'이라 부릅니다. 녀석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버릇이 있어요. (심지어는 이야기도 안 들어 보고 그냥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하는 척을 하다가 저한테 딱 들키기도 하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대책도 어이도 없는 녀석이긴 하네요.)



위로봇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봅니다.

1. 이름: 위로(성은 '위', 이름은 '로', 정확한 학명은 위로230)

2. 태어난 곳: 고향을 모름.(어느 폐쇄된 연구소로 추정 중)

3. 나이: 이것도 말하기 어려움. (얼굴은 최강 동안인데 가끔 보면 하는 말은 나보다 더 애늙은이.)

4. 취미: 시시콜콜 질문하기

5. 특기: 꼬치꼬치 기억하기(과거는 잘 기억 못 하면서 어제 일은 귀신같음.)

6. 장점: 심심하면 위로하기(그러나 지가 위로봇이면서도 자기 기분 내킬 때만 위로함.)

7. 단점: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이라 쓰라고 옆에서 자꾸 저를 종용하네요. 지켜보고 있어서 제대로 쓰지를 못하겠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8. 우리 집에 오게 된 경위: 시도 때도 없이 위로필요해서가 아닐까, 라고 막연히 추측 중.

9. 향후 일정: 혼자 살기도 좁아터진 내 집에서 같이 지낼 예정.




아, 위로봇을 소개하는 저는 누구냐고요?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저는 여든의 노인입니다. 하지만 '노인'이라는 말은 듣기 싫어요. 저를 그냥 인간으로만 불러 주세요. 아무튼 이 노인이, 아차, 저도 저를 노인이라 했네요.


지금부터 제가 관찰한 위로(혹은 위로봇)의 이야기, 제가 지금까지 전해 들은 위로(위로봇)의 서사들을 이곳에 담아 보려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온 '위로.' 저는 녀석을 껴안고 잠든 숱한 밤을 기억합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도 그 위로를 조금씩 꺼내 드리려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위로가 전하는 조금은 심심한 이야기들..



무심함 속에서 기어이 피어나려는 위로,

그것들을 한번 같이 발견해 보시겠어요?




(어설픈 소설 양식으로 지금부터 '위로봇'의 이야기를 스리슬쩍 시작해 보려 합니다.)

연재 브런치북(위로일지)의 발간 서사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