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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May 31. 2024

나를 때린 것은 누구였을까

연재 20주 차. 1월 19일에 시작한 연재가 어느덧 만 4개월을 맞았다. 연제 제목은. 보시다시피...


<비혼을 때리는 말들>


처음엔 '그만 좀 때려'라는 심정으로 시작한 연재였다. '때리다'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어휘가 들어간 제목에는 그간 나를 때려 온 말들을 신명 나게 비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스무 개에 가까운 글을 쓰면서 문득 느낀다.


그 말에 반응하고 그 말에 꼬투리를 잡았던 것은 누구일까.

그 말에 잠시 흔들렸거나 멈추어 뒤돌아보았던 사람은?



2화_ 폭력적 언사, 둘이 잘해 봐~
3화_짚신도 짝이 있대
4화_아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5화_어디에 내어놓아도 안 빠져, 빠져, 빠져
6화_한창 예쁠 때 결혼해야지
7화_모아 둔 돈 좀 있을 거 아냐
8화_언제 철들래?
9화_자녀가 어떻게 되세요?
10화_아이를 낳아 봐야 어른이 되지
11화_넌 좋겠다, 네 마음대로 하고
12화_나이 들어서 아프면 어떡해
13화_미친 척하고 만나 봐
14화_결혼하지 마, 그냥 혼자 살아
15화_눈이 너무 높은 거 아냐
16화_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가더라
17화_너 닮은 딸이면 예뻤을 텐데
18화_너도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19화_야, 너도 (비혼) 할 수 있어!


그간 쓴 목차들을 돌아보니, 어느 날 나의 일상으로 훅 들어온 펀치들도 있었고, 내가 버선발로 마중 나가 맞이한 펀치들도 있었다.


그렇다. 세상이 나를 종종 때린 것은 맞다. 하지가끔은 때리기도 전에 방어 자세를 취했다. 오랫동안 팔을 채로 '비혼을 때리는 말들'에 발톱을 세운 것 또한 맞다. 정말 때리는 말들이어서 기분이 상한 적도 있었고 알고 보면 때리는 말들이 아니라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어서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말이 '비혼'으로서의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연재 브런치북까지 발간하도록 암암리에 날 도운 셈이다. 그러니 그 모든 말에 일일이 대꾸하고 응대하며 고개를 갸웃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나'로 존재하면 될 것이고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나를 따라올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발화되고 흩어지면 그뿐이다.



과연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부디, 비혼을 때리는 말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가 닿든지 간에 그 누군가는 먼지를 털듯 휙 털어 버리고 자신만의 갈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길에서 나 역시 누군가와 함께 '비혼'으로 빚어진 발걸음들을 나란히 내디디고 싶다.


누가 때리든 어디를 때리든,

더는 그 말들이 나를 휘젓거나 집어삼킬 수는 없다.



그저,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사진: Mohamed_hassan@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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