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5)

토끼에게 간은 없었다

by 이유진 봄해

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형 AI — 실제 인물이 아닌 ‘상징적 인물’의 표현입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마우스 왼쪽 버튼이 눌렸다. 출장 결재 상신. 의자 바퀴가 마루를 긁으며 뒤로 밀렸다. 손바닥 안으로 가죽 손잡이의 거친 표면이 맞물렸다. 구두코가 문을 향했다. 차 문이 닫혔다. 실내는 유리를 때리는 빗소리만 남았다. 가슴 안쪽에서 공기가 부풀어 올랐다. 엄지가 창문 버튼을 눌러 내렸다. 열린 틈으로 빗방울이 들이쳤다.


빗물이 핸들을 쥔 손등뼈를 때렸다. 맨살 위로 두꺼운 장갑의 면과 고무의 질감이 겹쳐 올랐다. 물방울이 방화 장갑 등판에 박혔다 튀어 올랐다. 습기와 매연 냄새 위로 탄내와 쇠 비린내가 섞여 들었다. 와이퍼 블레이드가 유리를 긁고 지나갔다. 물길이 찢어지며 겹겹의 선을 남겼다. 시야 안에서 장갑 낀 손과 맨손이 교차했다.


휴대폰 진동 모터가 빈 컵홀더 안쪽을 때렸다.

[벌써 보고 싶다.]


사진 한 장. 소파 위 아내. 렌즈는 위에서 아래를 향했다. 붉은 원피스 밑단이 허벅지 중간 선에서 끊겼다. 벌어진 무릎. 그늘진 천 아래로 허벅지 안쪽 살덩이가 포개졌다. 가슴의 부피가 목선까지 가득 차 있었다. 쇄골 아래 피부 위로 맺힌 액체. 창문 너머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응. 끝나면 바로 갈게.]

기어 버튼을 누르고 페달을 밟았다.



타이어 마찰음이 멎었다. 수산시장 골목. 빗물에 젖어 얼룩진 간판.

동화여관.


유리문이 안으로 밀려났다. 문틀 위 종이가 흔들렸다. 카운터. 여자의 정수리 위. 길고 허연 돌기가 솟아 있었다. 내 목줄기가 당겨지며 목울대가 내려갔다. 일주일 전 펌프실의 모터 회전음이 고막 안쪽을 때렸다. 눈꺼풀이 열린 채 굳었다.


“요즘 비가 자주 오네요.”

그녀가 손바닥으로 수신기 쪽을 가리켰다.


“소리만 듣고 바로 멈출게요.”

검지 끝이 경종 정지 버튼을 밀어 넣었다. 붉은 불이 점등되고 연이어 동작 버튼을 눌렀다. 주경종의 금속 타격음이 튀어 올랐다.


—땡.


검지가 즉시 정지 버튼을 내리눌렀다. 금속음이 끊기고 그녀 정수리 위 흰 살의 떨림이 그 자리를 채웠다. 버튼을 누른 손가락이 경직됐다. 내 눈은 떨리는 귀 끝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고개가 들렸다. 동공이 내 얼굴을 지나 위쪽으로 향했다. 설마.


“귀, 귀가… 보이세요?”

까만 동공이 다시 내 눈으로 떨어져 얽혔다.


구두 밑창이 바닥 합판을 긁었다. 파벽돌 하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둔탁한 타격음. 벌어진 벽 틈새로 흑갈색 액체가 스며 나왔다. 액체가 줄눈을 타고 타일 바닥을 덮었다. 벽면의 시멘트가 안으로 팽창했다. 구두 밑의 합판이 사라졌다. 허공을 짚은 손바닥 밑에 수신기가 없었다.


축축한 천 조각이 맨살을 덮었다. 곰팡이 포자와 삭은 생고무 냄새가 점막을 찔렀다. 회색 시멘트 벽. 짓눌리듯 낮은 천장. 면 소매가 위로 밀려 올라갔다. 팔 안쪽 피부 위로 일렬로 박힌 자반. 황갈색 군복. 적십자 완장. 금속 바늘이 천장으로 들렸다. 은색 바늘 끝이 맨 팔 안쪽을 향했다. 내 손등이 그 손목을 쳐냈다. 금속 주사기가 쇠 쟁반 위로 추락하며 쇳소리를 냈다.


こいつ—


둔탁한 타격음. 턱뼈가 측면으로 꺾였다. 뒤통수가 철제 침대틀 모서리에 부딪혔다. 굵은 손아귀가 뒷목을 틀어쥐었다. 체중이 등 위를 덮어 짓눌렀다. 금속 바늘이 피부를 뚫었다. 사선으로 깎인 쇠 끝이 근육을 긁으며 파고들었다. 속이 빈 플라스틱관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動くな.” (움직이지 마.)


허리춤의 속옷이 발목 방향으로 뜯겨 내려갔다. 허벅지 안쪽 맨살을 틀어쥔 악력이 무릎 관절을 바닥 쪽으로 찍어 눌렀다. 골반뼈가 위로 들렸다. 무릎이 거친 나뭇결을 긁었다. 허벅지 사이로 둔탁한 질감이 밀려 들어왔다. 금속 바늘이 빠져나간 팔꿈치 오목한 곳으로 검붉은 혈액이 흘렀다. 나무판자 틈새에 말라붙은 허연 얼룩 위로 피가 덮였다. 삐걱―. 하중을 받은 침대가 판자 위를 긁어댔다.


“고… 고이운 씨!”


고막을 때리는 울림. 거친 나뭇결이 사라지고 젖은 천의 질감이 증발했다. 허공을 짚고 있던 내 손등 위로 타인의 체온이 덮였다. 손등에서 시작된 온기가 손목을 감쌌다. 무릎 관절이 펴지고 골반이 의자 위로 떨어졌다. 손바닥 아래에 플라스틱 수신기가 없었다. 매끄러운 코팅 합판. 로비 탁자였다. 원두가 타들어 가는 자극이 코를 채웠다.


수축했던 기도로 공기가 거칠게 빨려 들어왔다. 시선이 위로 향했다. 탁자 맞은편 여자. 여자의 두 손이 내 손등을 쥐고 있었다. 포개진 손가락. 황색 스탠드 불빛이 손등의 뼈대를 비췄다. 머리 위로 솟은 하얀 귀 끝이 흔들렸다. 눈물이 고여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래턱이 움직였다.


“숨…”

반쯤만 빠져나왔다.


“… 놓지 말고. 숨 놓지 말고.”


시야가 한꺼번에 물컹해졌다. 손등이 붙들린 채 상체가 탁자 쪽으로 내려갔다. 이마 뼈가 그녀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눈물이 그녀의 피부와 탁자 코팅면 위를 적셨다.




블라인드로 차단된 실내. 양옆으로 벌려 고정된 다리 받침대. 천장의 수술등이 하얀 원형 빛을 진료대 위로 쐈다. 종이 가운이 선영의 허벅지 위에서 구겨져 있었다. 칠이 벗겨진 발톱. 선영의 고개가 측면으로 돌아갔다. 눈 밖으로 흘러내린 물이 귓바퀴 옆 종이 시트를 적셨다.


푸른 가운의 남자가 금속 기구를 들었다. 금속 표면에 빛이 튀었다. 기구가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금속 관절이 맞물리며 벌어지는 소리. 선영의 손가락이 진료대 쇠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투명한 관이 뒤를 이었다. 초음파 모니터 검은 픽셀 위로 하얀 점 하나가 찍혔다.


정진은 유리창 너머에 서 있었다. 오른손은 재킷 안주머니 안쪽에 있었다. 옆에 선 남자가 종이컵 안의 액체를 삼키고 창틀 위에 컵을 얹었다.


“괜찮을까요?”


정진의 턱 끝이 유리창 쪽을 향했다. 진료대 안쪽에서 관이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다. 선영의 양손이 안면 전체를 덮었다. 차음 유리가 소리를 막았다.


“난자는 의뢰인 거야. 자궁만 빌리는 건, 처벌할 법이 없어.”


재킷 안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손이 수첩 모서리를 훑었다.

“선금은 착상 될 때까지 주지 마.”


옆의 남자가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갈색 액체가 컵 벽면을 쳤다.

“아까 백화점에서 인사하신 분. 누굽니까.”


유리 안쪽. 선영의 발바닥이 다리 받침대에서 떨어졌다. 땀에 절은 종이 가운이 허벅지 맨살을 타고 미끄러졌다. 유리창 안쪽, 초음파 모니터의 전원이 꺼졌다. 하얀 점을 이루던 픽셀이 사라졌다.


“... 될 여자.”

정진의 얼굴 근육은 수축하지 않았다. 한 손이 수첩의 검은 표지를 넘겼다.


「별주부전」


다음 장 빈 공간. 펜촉이 종이 표면을 긁고 지나갔다.

검은 잉크가 새로운 획을 남겼다.



먼저, 프롤로그의 문을 열어주세요.

이 작품은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며 쓰였습니다. 성적 착취와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