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_관찰_04
마흔이 되어서야 내가 ADHD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몰랐던 건 아니다.
살면서 종종 “아, 이건 좀 남들과 다르네” 라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기질이 ADHD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진단을 받고 나니 과거의 많은 장면들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게 ADHD랑도 연결될 수 있겠구나.”
이런 알아차림이 하나둘 생겨났다.
나는 취미가 정말 많다. 여기 브런치에만 해도 그와 관련된 글을 여러 편(아래 참조) 써 두었다. 운동 이야기,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 활동적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 그동안 꽤 많은 생각을 해왔다고 여겼는데, 시선이 조금 바뀌자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비슷한 단어들이 반복된다. ‘취미는 좋은것이다’, ‘활동적이 취미가 좋다’
그 동안 몰랐지만 이 반복 자체가 하나의 신호였던 것 같다. 내가 활동적이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몸에 더 잘 드러나 있다. 살과 근육이 많은 체형은 아니다. 조금 마른 편이고,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훨씬 편하다. 관절통이나 근육통을 자주 느끼고, 팔다리에는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작은 상처들이 늘 있다. 가만히 떠올려 보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이름에 꽤 잘 들어맞는다.
나의 경우에는 불안에 대응하는 방식이 ‘움직임’에 가까운 것 같다. 몸을 움직일 때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게 병이든 기질이든, 무 자르듯 전부를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나는 행동력이 좋고, 위기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편이다. 그 점만큼은 스스로 꽤 만족하고 있다.
뇌 과학적으로 보면 ADHD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런 뇌는 자극이 너무 적으면 견디기 힘들어한다. 마치 “이 정도 자극으로는 부족해!” 라고 외치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자극은 꼭 약이나 행동으로만 채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대상을 집중해서 바라보면 평소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보이고, 그 자체로 자극이 늘어난다. 머릿속에서 질문이 폭발적으로 이어질 때, 연상이 꼬리를 물 때도 또 다른 방식의 자극이 된다.
여전히 모른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신기하게 차분해져서 자극을 줄여도 마음이 좋아질 때가 있고, 반대로 약을 먹거나 자극을 더 많이 받아도 마음이 좋아질 때가 있다. 흥미롭고, 보상이 있고, 새로움이 있을 때는 유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도움이 되던 무언가를 누가 빼앗아 가면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주 재미있는 건, 그 부정적인 느낌을 억지로 막지 않고 그대로 즐기면 계속하여 자극정보가 들어오는 것 같다. 마치 공포영화나 운동을 할때 심장이 뛰는것 처럼 말이다. 심장박동이 불안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축제의 북소리처럼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럼 또 다른 자극이 조용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자극은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차분함과 아주 가까운 상태처럼 느껴진다. 극단적으로 반대처럼 보이는 활동성과 차분함이 의외로 아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것은 느리고 차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알아차리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움직임의 에너지가 불안이나 집착에서 나오지 않고,
타인의 시선이나 허상의 기준이 아니라 진짜 ‘나’에게서 나오는지를 보고싶다.
멈추는 법을 배우기보다,
움직이는 나를 더 생생히 살아내는 것.
https://brunch.co.kr/@sshoajae/149
https://brunch.co.kr/@sshoajae/163
https://brunch.co.kr/@sshoajae/166
https://brunch.co.kr/@sshoajae/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