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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Sep 05. 2023

[시] 담담(淡淡)

잃어버리기 #11

나의 마음이 담긴 그릇이 점점 작아졌다.

내 마음이 점점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릇이 작은 거니?

마음이 큰 거니?

아니면, 그릇에 담지 말아야 할 것들인가?


꾹꾹 눌러봤다.

삐져나오는 것들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

반듯 접어봤다.

모양이 맘에 들지 않아서 기분이 별로였다.

생각이 변했다.

꼭 그릇에 담을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그릇에 담을수 있는 것들이 아니였을지 모른다.


봄날엔, 초록잔디에 펼쳐서 따뜻한 햇볕을 뿌려주자.

여름날엔, 바닷가 모랫속에 파묻어 숨겨보자.

가을날엔, 빨랫줄에 걸어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자.

겨울날엔, 눈사람 머리에 씌운 모자 안에 넣어보자. 


그릇에 담을 수 없었다.

그릇에 담을 필요도 없었다.

마음을 전해 줄 사람이 없었다.

마음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





+ 담(淡) : 맑을 담, 엷을 담

              水(물 수)자와 炎(불탈 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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