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을까
달빛이 태양을 밀어내기 시작하자
침묵에 눌린 걸음이 무거워졌다
말을 하는 법을 잃은 사람처럼
한 번도 입을 떼지 못한 아이처럼
이름들이 입안에 갇혔다
점점 걸음은 더디어 가고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찾느라
낯선 자음과 모음이 줄을 섰다
바람이었던가 봄이었던가
하나 둘 이름을 쫓아
달빛을 따라 다시 걸었다
은사시나무 아래를 지나다
흔들리는 잎들의 소리가 들렸다
단어를 만들고 문장이 되는 시간
눈을 감으니 밤의 노래 같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천천히 나에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