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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18. 2022

목수로 살아가기 10

목수로 오래 버티기

언제부터였는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직장에서 왕성하게 일하고 있던 오래전부터 은퇴 이후의 제2의 직업을 고민하곤 했었다. 살면 평생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다 은퇴 이후 하릴없이 지내는 것도, 설사 은퇴 없이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도 사는 동안 한 가지 일밖에 모르고 끝내는 것도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이미 들어선 일 외에 새로운-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에 도전해서 직업으로 가져가 보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한 가지 분야에만 매달려도 최고가 되기 어려운 데 이것저것 욕심내면 아무것도 이루기 어렵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나는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을 만큼 나름 자신 있게 해내고 즐길 수 있을 만큼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관심 영역을 넓히고 역량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삶의 의미와 재미를 더하는 것이라 믿었다.


은퇴를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선택한 목공을 치열하게 배우익혔고  제법 그럴듯하게 공방을 차려서 사업자등록을 했다. 수강자를 받아 목공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내 작업을 지속해 가고 있다. 인생의 목표를 실현해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4년의 준비기간과 노력과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대학 졸업 후 30년 넘게 직장에서 일해왔다. 그리고 다시 4년을 준비해서 내가 원하는 새로운 직업을 가졌으니 가능한 한 오래도록 이 일을 즐기고 싶다. 내가 하고 싶다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준비의 노력만큼이나 유지하고 발전해 가는 데 또한 많은 노력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엇보다도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 없이 그저 하루하루 아이들 놀이처럼 단순한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이걸 준비하면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생각하면 좀 더 의미 있게 이 공간과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그저 벌여놓은 게 아까워서 뭔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소위 생크 코스트(Sank Cost-매몰비용. 무슨 일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이미 투입된 비용... 일을 하지 않고 포기해도 회수 불가능한 비용/)가 아까워서 마지못해 지속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방을 계획하고 준비할 때부터 이미  큰 그림의 목표는 있었다. 언제쯤 실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어도 앞으로 4년~5년의 노력과 준비면 " 개인 전시회"를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큼 개성과 완성도를 확보하는 것이리라.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실현 가능하게 구체화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단계적 실천계획이 포함되어야 실현 가능성이 높다. 실행하다가 너무 무리다 싶으면 수정해도 되고 계획대로 안될 수도 있다.

획대로 안 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항상 변수가 있으니까.  그러나 목표 자체를 버리지 않고 계속 수정해가면서 실행을 하다 보면 목표에 근접하게 될 것이고  막바지에는 더 힘을 내게 될 것이다.

굳이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내 일에 관심도 없는데 그렇게 치열하게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인간은 성장하는 데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응원하는 타인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이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긍정적 변화가 삶의 동력이 되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는 95세에 이르기까지 매일 대여섯 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

최고의 경지에 이른 노구의 첼리스트가 매일 연습을 하는 데 대해 왜 그렇게 연습을 하시냐고 물었더니

"내가 요즈음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을 하지 않으면 영혼이 썩는다(알베르 까뮈-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문학가)"고 했다. 일이 과도하면 몸이 상할 수 있겠지만 정신이 망가지면 삶은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쓸데없이 고상한 나의 목표를 실현해 가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육체적 건강은 물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줄 열정이 유지되어야 한다. 몸이 망가지면 정신도 함께 무너지기 쉽다.


역설적으로 꾸준한 목공 작업 자체가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료를 찾고 디자인하고 시도해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과정이 몸과 정신의 건강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게  '목표를 향한 일과 일을 통한 건강유지'가 상호작용으로  목표에 다가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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