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기 -1 | 자기 불신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 비트겐슈타인
그런 세계를 경험하다 보니까 그 세계에 살고 계시는 거예요.
이게 그동안 내가 경험한 세계거든요.
내가 익숙하게 여긴 비난의 표현들은
나를 일그러지게 만든 세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담자 |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내담자 | 이번이 제일 뭔가 여기 오기 전에 가장 평온했던 주간인 것 같긴 해요.
상담자 | 너무 반갑네요. 우리가 편하게 살려면 그렇게 살아야 되잖아요.
내담자 | 괜찮을 때는 되게 괜찮은데 마음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질 때는 걷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상태에 대해 이름 붙여 놓으니까 항상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게 좀 정돈이 되는거 같아요.
상담자 | 네 맞아요. 정리가 되죠.
내담자 | 그래서 좀 평안을 조금 얻은 것 같긴 해요.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게, 제가 MMPI 검사 했을 때도 나왔던 '의기소침' 부분인데요. 한마디로 소심하다, 라는 거잖아요. 신경쓰이더라구요. 평소에도 그런 면이 있거든요. 연인이랑 놀기로 했을 때 연인한테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수 있잖아요. 또 일할 때라든지 아니면은 집에다가도요. 근데 워낙에 집에서 허락을 잘 못 받던 아이였으니까 거절 당할 것이다, 이런 게 체화된 건지 어떤 제안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려다가도 망설여지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엄청 하는 것 같아요.
내담자 | 거절당한다든지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혼자 생각하다가 그만두는. 어떻게 보면 수동적이고 소통이 안되는 듯해 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데이트를 할 때도 뭔가 이걸 제안했을 때 상대방이 별로 안 좋아할까 봐 제안을 잘 안 하게 되는. 그게 저도 모르게 만성이 된 것 같아요.
상담자 | 심리적으로 민감하셔서 잘 보고 계시네요. 사람은 외부 현실과 내면 세계라고 이렇게 나뉘어져 있어요. 내면 세계는 사람이 생존하려고 투사를 하거든요. 예를 들어 볼게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어떤 사물에 대해서 공통된 투사를 하니까 사물이 돼서 보이잖아요. 그래서 안심도 하고 외부 현실이랑 내면 세계가 같아지니까 공통된 인지와 지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어요.
그치만 눈에 보이는 것 말고 가치관, 삶을 사는 방식 이런 것들은 내면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각자의 내면 세계들이 달라요. 차원 씨는 지금 말씀하신 거절이 두렵고 판단이 두렵고 자기의 생각이 맞는지 자신감이 없다 보니 망설이거나 좀 우유부단하다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나를 표현하기보다는 살피는 게 더 익숙한 그런 세계를 경험하신 거죠.
상담자 | 그러니까 그런 세계를 경험하다 보니까 차원 씨는 그 세계에 살고 계시는 거예요. 이게 그동안 내가 경험한 세계거든요. 말을 해도 거절이나 판단을 당하면 말하기 싫죠. 우리가 성적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이 사람이랑 스킨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할 수 없거든요. 이것처럼 자기의 어떤 의사, 감정 이런 것들을 결정하고 생각할 수가 있어야 되는데 그동안 계속 아니라고 그거 틀렸다고 얘기를 들어오다보니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을 하는 게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차원 씨는 심리적으로 아주 민감하고 똑똑하세요. 다 맞아요.
상담자 | 그리고 많은 부분들이 상담을 하다 보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이 있고 아는 것이었는데 확인이 되면서 좀 안정감을 갖게 되는 데, 아는 게 많으세요.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보다는 알던 것들을 확인하면서 안정감을 갖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 얘기를 하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참 심리적으로 똑똑하고 민감한데 그런 것들을 확인받지 못해서 자기 신뢰감이 낮고, 스스로가 그런지 모르는 상황인 것 같아서 참 마음 아프게 들었어요.
상담자 | 제 얘기 어떻게 들리셨어요?
내담자 | 맞아요. 누군가랑 다투게 될 것만 같은 상황을 피하려고 했던 것도 내가 여기서 화내도 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가족이랑은 막역하게 지내고 서로 밑바닥도 알고 하잖아요. 언니 같은 경우는 서열 같은 것도 있으니까 저를 보통 억압하는 게 있었지만 저라고 막 말을 잘 듣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서로 욕하고 막 이렇게 싸우긴 하는데..
상담자 | 그래서 천만 다행이에요. 그게 되셔서.
내담자 | 근데 연인관계 같은 때는 항상 말해야 될 것들을 다 삼키던 경험이 되게 많아가지고 그게 연습으로 될 지 모르겠어요.
상담자 | 혹시 어떤 말투를 삼키셨는지 또 궁금하고 만약 생각이 안 난다면 그 말을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았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네요. 이게 연습을 통해서 될지 안 될지는 왜 참았는지를 알아야 되기 때문에 왜 참았는지 이유를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유에 따라서 대안이 달라지니까.
내담자 | 전에 만났던 사람과 일인데요. 보통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면은 으레 연락을 하잖아요. 집에 잘 들어갔는지 그런 연락을 갔을 때 즈음 한다든지 아니면은 헤어지자마자 잘 들어가 이런 식으로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사람이 있었거든요.
상담자 | 데이트하고 헤어졌는데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얘기가 없어요?
내담자 | 한 몇 시간 뒤에 오거나 아니면 제가 먼저 한다든지 했어요. 근데 저도 만만치 않았던 게, 약간 기싸움 같은 느낌으로 자꾸 변질이 되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덜 좋아했던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저는 받고 싶은 거죠. 근데 그거를 안 해주면 해달라고 말을 하면 되는데 저는 그것도 잘 안 됐던 사람이라서. 해도 상대방도 잘 안바뀌었고.
상담자 | 해달라고 요청하는 요청이나 요구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면 말 못하게 되죠. 들어가면 연락해줘라는 말을 표현 못하고 삼키셨다는 얘기네요.
내담자 | 그 이유는 이제 뭔가 그런 요구를 하면 제가 더 좋아하거나 더 마음 쓴다는 걸 알게 된다는 생각에..
상담자 |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게 들키는 건가요. 그 사람이 나를 더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게 느낄 것 같으면 표현하기가 잘 안 되죠.
내담자 | 약간 욕심이기도 했는데,
상담자 | 그게 왜 욕심일까요? 만약에 저한테 상담 끝나고 왜 선생님 잘 들어가는지 얘기 안 해 주세요? 그러면 그게 욕심이에요. 이거는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되는데 연인 사이에는 그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남들도 다 하는 거 아니에요? 그죠? 근데 이 마음을 이 소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 부정적인 것, 욕심이라고 생각을 하셨네요.
근데 궁금한 부분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잖아요. 여자분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데 더 많이 사랑하면 어떻게 보이세요? 내가 저 사람을 저 사람보다 50을 좋아하는데 내가 저 사람을 한 70을 좋아해 이렇게 느껴지면 어떠세요?
내담자 | 그러면은 그거를 들키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자 | 왜 들키지 말아야 돼요? 그게 중요하거든요.
들키면 어떻게 되기 때문에 들키지 말아야 돼요?
2/12 (금) 7시에 5회 -2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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