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고 거절당한다는 공포 때문에 나를 지웠다

5회기 -2 | 사랑 받는게 뭐길래

by 차원

※ 이 글은 심리상담을 받으며 쓴 기록입니다. 실제 상담 내용을 일부 편집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5회기 -1>에 이어서 씁니다.


소중하게 대해지고 싶은 마음,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초점이 많이 간다면
그것에 대한 결핍이 발생했다는 얘기거든요.

자존감을 지키려면 조건들이 많이 붙어야 되는 상태였어요.
그러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으면 자존감이 무너지기 때문에
자존심으로 나를 보호해야 돼요.
그래도 자존심 부리면서 자기를 지켜냈네요. 자연스럽게.






상담자 | 내가 저 사람을 저 사람보다 50을 좋아하는데 내가 저 사람을 한 70을 좋아해 이렇게 느껴지면 어떠세요?


내담자 | 그러면은 그거를 들키지 않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자 | 왜 들키지 말아야 돼요? 그게 중요하거든요.

들키면 어떻게 되기 때문에 들키지 말아야 돼요?


상담자 | 천천히 편안하게 다 울고 나서 얘기 하세요.

어떨 때는 말하는 것보다 눈물을 흘리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내담자 | 그걸 들키면은 뭔가 상대가 저를 좀 쉽게 생각한다던지.


상담자 | 쉽게 생각한다는 거, 막대해지는 거 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안좋겠네요.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고 막대해지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그 반대가 소망이잖아요. 나를 소중하게 대했으면 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대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걸 표현하는 게 어렵네요. 소중하게 대해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중요하죠.

근데 우리가 소중하게 대해지고 싶은 마음,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초점이 많이 간다면 그것에 대한 결핍이 발생했다는 얘기거든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러니까 남자친구의 대체물은 엄마나 아빠라 그랬잖아요. 그 정도로 친밀하니까. 엄마랑 아빠가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속상한 부분이네요.


내담자 | 엄마도 아빠도 엄청 살가우신 분은 아니었지만 크게 그런 문제는 없었거든요. 아는 친한 언니랑 제 얘기를 듣다가 '너 혹시 아빠랑 사이가 안 좋니?'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진짜 없거든요. 뭐 아빠랑 사이가 안 좋을 어떤 심각한 계기는 없었어요.


상담자 | 그래요. 근데 사이가 좋아요? 그러니까 사이가 안 좋은 것과 사이가 좋은 것은 좀 다르거든요.


내담자 | 사이가 좋기는 해요. 운동도 같이 하고.

다만 엄마든 아빠든 저를 어리게 보고 대체로 혼내려고 하니까 그 시선이 기본인 거 같아서. 그렇다고 저도 혼나는걸 잔소리로 치부하기만 하고 해결하거나 미리 대처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안 했었거든요.

연락 없이 늦는게 문제면은 오늘 늦으니까 먼저 주무시던가 아니면 오늘 늦은데 뭐 2시까지 가겠다 뭐 이런다던가 그런 대처가 안 통할거란 생각에 하질 않고, 그냥 '아 몰라' 이런 식으로만 했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막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기는 해요.


상담자 | 우리가 언제까지 갈게 라고 말하지 않고 '아 몰라' 할 때는 감정적인 표현이에요.

할 수 있는데 감정적으로 표현이 되는 거거든요.

딸의 애착형성에 있어서 아빠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사이가 안 좋지는 않은데 내가 남자친구한테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도 같아요. 그러면 이제 우리가 이걸 살펴볼만한게, 지금 아빠가 괜찮긴 해요. 날 좀 어리게 봐서, 잔소리를 좀 해서 그렇지.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상상해볼게요. 내가 바라는 아빠는 어떤 분이에요? 만약 내가 아빠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아빠를 갖고 싶으세요?


내담자 | 오히려 더 엄격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상담자 | 어떤 면에서요?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어떻게 하는 게 엄격하다고 느껴지시는 것 같아요?

저는 방임하지 않는 걸로 들리거든요. 니가 알아서 해 이게 아니고 그래 뭐 어떤 거 하고 싶어 이거 하고 싶어 저거 하고 싶어 관심을 기울이고 안내하고 대화하고 이런 걸 니가 알아서 해라 너 좋을 대로 해라 이런 거 말고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충분히 엄격하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몇 시까지 들어오라는게 엄격한 거잖아요.


내담자 | 그렇죠 맞아요.


상담자 | 엄격이 어떤 뜻이에요?


내담자 | 일단 동생이 있는데 남동생이 근데 남동생이 되게 이제 저나 언니가 이제 자제 당했던 것들보다는 훨씬 더 풀어진 삶을 살았거든요.


상담자 | 그게 남자애라 그런 것 같아요? 동생이라 그런 것 같아요?

만약 여동생이었으면 어떨 것 같아요?


내담자 | 비슷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집에 엄마가 아빠를 아주 조금은 업신여기는 느낌을 자식들 앞에서 풍긴 적은 있거든요.


상담자 | 엄마가 아빠를. 그래요.


내담자 | 말로 그랬던 거죠. 아빠도 가끔은 확 눈이 돌아버리면 정말 몇 없는 순간이긴 하지만 엄청 화를 내기도 하세요. 근데 두 분이서 어쨌든 해결은 하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는 질 때는 져주시는 부분들도 봤거든요, 각자가. 근데 아무래도 화내는 부분들을 더 인상 깊게 기억은 하니까.


상담자 | 충격이잖아요.


내담자 | 네. 또, 아빠가 되게 성실하게 일하셨거든요. 어릴때는 교육에 참여를 거의 하실 수가 없어서 제가 아빠를 그 당시에 인지하고 있던 모습은 아빠는 뭔가 날 도와주지 못하신다. 워낙에 엄마가 많이 하셨으니까 아빠도 원해서 방임한 거라기보다는 그냥 상황 자체가. 제가 할머니 손에서 오랫동안 키워지기도 했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상담자 | 친밀하고 가깝고 살가운 눈앞에 바로 만져지는 아빠를 원하셨을 것 같아요.

그게 엄격이라는 단어로 표현이 됐었네요. 친밀한, 친한, 가까운, 나한테 관심 있는. 우리가 그런걸 사랑이라고 하죠.


상담자 | 친한 사이라고 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도 하죠. 그걸 바라셨네요.


내담자 |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동생이 대학생인데 아직 기숙사에 다녀서 등하교 하다가 방학 때는 오거든요. 그러다 어느날은 동생이 집에 오기로 했는데 아빠가 고깃집에 가자 라고 하셔가지고 제가 괜히 ㅇㅇ이(동생) 오니까 고깃집 가는 거냐고 했는데 아빠가 그때 딱 정확하게 아니 ㅇㅇ이 없어도 너랑 가겠다 라고..


상담자 | 그 말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내담자 | 그때 되게 신경을 쓰고 계시구나 싶었어요.


상담자 | 내가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아빠의 말이 참 기다리던 말이었을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를 통해서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꼈을 것 같네요.


상담자 | 그 한마디에도, 말만 그렇게 했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그 말이 그렇게 좋네요.


상담자 | 나를 위한 아빠의 그 말이 누구의 곁다리가 아닌, 동생이 태어나기 위해서 내가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냥 내가 태어난 게 기쁘고 내가 그 목적이고 나를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런 아빠를 참 원했을 것 같아요.

너무나 당연하잖아요. 딸이 살면서 반드시 경험해야 될 경험이에요.

그러니까 유아기적 전능감이라고 하거든요.

아빠가 엄마보다 나를 더 좋아하고 나를 최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경험을 해야

우리는 그 결핍이 생기지 않아서 배불러서 만족하거든요.

근데 위로는 언니가 있고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고 가운데 끼어가지고

그거를 확인받기가 참 많이 어려웠을 것 같네요.


내담자 | 제가 과거에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그렇고 절대적인 사랑을 원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생각을 해봤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길게 만났던 사람이 한 2년정도였긴 한데 그때마저도 안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중에는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다 해버리고 마는 거에요. 강압적이고 이런게 아니라, 제가 저자세인 느낌을 보이니까 상대방이 저를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하는 거 같다, 이런 거를 느끼게 되고 그런걸 제지하기 어려워지더라고요.


내담자 |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는 특정 인물이랑 그 관계에서 기대할 게 없으면은 문제없긴 하거든요. 이 사람이 나를 저버릴 거라는 어떤 걱정도 특정 바람도 없으니까 상관이 없는데.


상담자 | 그렇죠. 그런 기대가 없으면 관련이 없죠.


내담자 | 특수 관계일 때는 너무 그런 거에만 치중을 하다 보니까 제가 스스로를 너무 신경 안 쓰게 되고 그게 자연스러워지고 약간 망가진 관계가 돼 버리는.


상담자 | 맞아요. 지난번에 술을 많이 드시게 된 이유가 그 바로 전 남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셔서 술을 따라 마시게 됐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었는데 방금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한테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말씀하셨어요.

사랑받고 싶은 사람한테 어떻게 하고 계세요?


내담자 | 다 맞춰주는.


상담자 | 그렇죠. 다 맞춰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랑받기 위해서 맞춰주고 있어요.

안 맞춰주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담자 | 관계가 지속이 안 될 것이다 이런 느낌.


상담자 | 그러면 이걸 문장으로 좀 해보면, "저 사람이 원하는 걸 내가 해주지 않고 맞춰주지 않으면 나 차일 거야"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차원 씨의 매력은 그 사람한테 맞춰줄 때 매력이 있지 안 맞춰주면 매력이 없게 돼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세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세요?


상담자 | 지금 여성으로서 자기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걸 확인해야 되는 상황인데, 안 맞춰주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담자 | 제가 안 맞춰주면 관심이나 사랑을 못받고 만남을 못하게 될 것 같은.


상담자 | 그렇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이번 주말에 우리 데이트할까? 하면 차원 씨는 피곤하거나 아파도 '피곤해서 못 가' '아파서 못 가'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아프더라도 약 먹고 나간다는 거잖아요.

그 이유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서잖아요.

왜 그 사람이 차원 씨를 싫어해요? 왜 싫어하게 될 것 같아요?


내담자 | 그 사람이 하자는 걸 안 해서..


상담자 | 응 안 하면 왜 싫어할 것 같아요? 중요한 부분이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되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 사람이 하자는 대로 안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담자 | 음.


내담자 | 하자는 대로 안 하면..






5회기 -3은 2/15 토요일 오전 7시에 발행됩니다.


내용을 추리고 편집해도 어수선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더불어 거의 반년 전의 내용을 돌아보면서 변한게 있긴 한건가, 변할 수 있긴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 공포가 뼈에 깊게 아로 새겨진 반응 양식, 사고 방식 같이 느껴지네요. <미움받을 용기>를 박수 치며 감명 깊게 읽은게 6년 전인데도요. 활기차고 긍정적일 때는 곧 나아질 거고 제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이 안나는데, 가끔씩 이렇게 희망이 안보이는 마음가짐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1회기 상담 <고도로 우울한 33세, 내 인생 첫 심리상담>

2회기 상담 <제가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구요?>

3회기 상담 <모든 일에 의욕이 안나는 '정신 지체 운동'>

4회기-1 상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

4회기-2 상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드러나면 어떨 것 같아요?>

5회기-1 상담 <내 생각이 옳은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