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쿨하고 털털한 성격 속에 감춰둔 건

5회기 -3 | 사랑 받기 위해서라면

by 차원

※ 이 글은 심리상담을 받으며 쓴 기록입니다. 실제 상담 내용을 일부 편집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5회기 -2>에 이어서 씁니다.



그런 것을 경험한 사람의 내면 세계는 어떻게 되냐면
'나는 상대방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요구를 안 들어주면 저렇게 미움 받는 거지'
나는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거야라고
그 사람의 주관적인 세계가 형성이 되어버려요.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얼마나 예쁜지 잘 몰라요.



- 자존심이 셌던 것 같아서.
- 셀 수밖에 없죠.
자존심으로 자존감을 지켜내고 있는 거예요.
자존심, 자존감의 반대말이긴 해요.






상담자 | 안 하면 왜 싫어할 것 같아요? 중요한 부분이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이 하자는 대로 안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담자 | 음.


내담자 | 하자는 대로 안 하면..


상담자 | 제가 조금 위험하다는 게이지가 좀 올라왔는데 왜냐면, 연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분들이 돈이 떼이거나 성적으로 이용당하거나 그 사람의 감정을 이용당하거든요.

셋 다 치명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 위험 게이지가 많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제 표정이 좀 불편했을 것 같아서 제가 왜 그랬는지 설명했거든요. 이것 때문에 좀 그랬고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게요. 엄마 아빠가 그동안 차원 씨한테 많은 것들을 요구했잖아요.

만약에 밤에 일찍 들어와 이런 엄마 아빠가 하는 요구를 거절하면 어떻게 돼요?

어떻게 됐어요? 그러면 사랑받고 예쁨 받고 그랬어요?


내담자 | 아니요. 혼나고, 저 때문에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그러고 투명 인간처럼 지내야 되는.


상담자 | 그건 벌 받는 거죠. 혼나는 거고. 어떻게 보면 뜨거운 분노는 야! 하고 싸우는 건데, 차가운 분노는 이렇게 눈빛으로 날카롭게 지나가는 거거든요.

근데 차가운 분노가 더 무서워요. 더 치명적이거든요.

이걸 다른 말로 하면 미움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면 미움 받아요. 남자친구의 요구를 거절하면 미움받잖아요. 관계가 끊어지는 거랑 똑같잖아요.

제가 부모님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과 남자친구의 요구를 거절하는 거 둘을 비교해서 설명했는데 어떤 생각들이 드셨어요?


내담자 | 그런 것이 좀 공포였던 것 같아요.


상담자 | 공포죠. 어린 아이일수록 공포예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공포예요.


내담자 |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는 거, 그런 거를 필사적으로 좀 피하고 싶어 했어요.


상담자 | 자존심이 있어서 혼날 때 언니 동생 없을 때 혼나야 되거든요.

언니 동생 다 있는 데서 혼나고 얼마나 구박이었겠어요? 정말 수치스럽죠 그런 상황들은.


내담자 | 그런 수치심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상담자 | 그런 것을 경험한 사람의 내면 세계는 어떻게 되냐면 '나는 상대방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요구를 안 들어주면 저렇게 미움 받는 거지' 나는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거야라고 그 사람의 주관적인 세계가 형성이 되어버려요.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얼마나 예쁜지 잘 몰라요.

제가 오랫동안 상담하는 분들 중에 거절 못하고 자기 가치 확인 못해서 돈 날린 분들, 몸으로 이용당하거나 정서적으로 이용당하는 분들이 참 많아서 그분들이 훅훅 지나가면서 마음이 뜨끔도 하고 긴장도 되고 놀라기도 하고 그랬어요.

진짜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내담자 | 자존감이랑 자존심이랑 다르잖아요.


상담자 | 그렇긴 하죠. 다르죠. 자존심, 자존감의 반대말이긴 해요.


내담자 | 자존심이 셌던 것 같아서.


상담자 | 셀 수밖에 없죠. 자존심으로 자존감을 지켜내고 있는 거예요.


상담자 | 내가 내 자존감을 지키려면 조건들이 많이 붙어야 되는 상태였어요. 그러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으면 자존감이 무너지기 때문에 자존심으로 나를 보호해야 돼요. 그래도 자존심 부리면서 자기를 지켜냈네요. 자연스럽게.


내담자 | 그랬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털털한 성격이어 보여서 남들이 성격 좋아 보인다라고 말해요. 그래서 남녀 관계도 사귀어도 쿨하고 질투나 집착도 안 하고 이런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알고 보면 제가 그렇지는 전혀 않아서.


상담자 | 네. 그렇지 않으면 그거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엔조이 관계 있잖아요. 엔조이 관계에서도 질투가 일어나요. 친밀하고 사랑하고 그런 관계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이고 나만 봐야 되고 나를 위해 시간 내줘야 되고 그러는 거거든요. 그거 아니면 그냥 고객님이에요.


내담자 | 근데 그런 걸 상대방한테는 바라면서 제가 질투하면은 또 지고 들어간다라는 생각을 해요.


상담자 | 비참한 일이에요.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건 이미 내가 졌다는 뜻이거든요.

진 걸 들키기가 싫은 거죠. 이유는 왜요?


내담자 | 그러면은 약간 상대방이 나를 시시하게 생각할까봐.


상담자 | 맞아요. 막대해질까 봐. 그래서 어떡하든지 사랑을 얻기 위해서 자기를 지켜낸 거예요.

그러니까 쉬운 여자 안 되려고 노력하신 거죠. 너무 잘하셨어요. 다만 자신의 연애 방식들을 보면서 속상했겠어요.


내담자 | 네. 남자친구라는 존재를 엄청나게 갈망했던 것 같아요.


상담자 | 그럼요 갈망하죠.


내담자 | 근데 단 한 번도 이제 남자친구라는 존재라든지 아니면은 관계 자체라든지 마음 편하게 생각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서.


상담자 | 왜일까요? 중요한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랬을까요?


내담자 | 얘기했던 것처럼 제 자신이 자꾸 뒷전이 돼버려요.


상담자 | 그렇죠 뒷전이 된 이유가 있죠. 왜 내가 뒷전이 되죠?


내담자 | 그 상대방한테 다 맞추게 되는.


상담자 | 그러니까 그게 왜일까요?






발행이 늦었습니다. 혹여나 기다리신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5회기 마지막 글은 2/14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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