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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Jul 07. 2021

엄마도 기저귀가 사고 싶다.

위로받기를 거부하면서도 위로가 필요한 답정녀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2018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0.98명보다도 줄어든 수준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를 기록했다.
미국은 1.73명, 일본은 1.42명을 기록한 가운데,
스페인은 1.26명으로 꼴찌를 면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평균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출처 : 데일리 굿뉴스_한혜인 기자
<위기의 글로벌 출산율... 0명대는 韓 ‘유일’>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기사에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우리 아이처럼 외동인 아이가 많겠구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 평균은 평균일 뿐...


연락하고 지내는 학창 시절 친구들은 모두 아이가 둘셋이다.

아파트 놀이터에도 외동인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다.

애초에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것을

외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것도 잘못이다.



“엄마, 나도 동생이랑 놀고 싶어.”

“놀이터에 동생들 있잖아.”

“그건 싫어!! 내 동생이랑 놀고 싶어.”


우리가 동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만

아이는 이내 입을 삐죽이며 화난 어투로 말한다.

“엄마는 밥만 만들어 주고 기저귀만 사놓으면 된다고!!

내가 아기 밥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다 할게.”


유산 전 임신 중이었으면, 하다못해 임신 준비 중이었다면

기특하고 웃음이 나고 귀여웠을 아이의 말에

나는 더 화가 났다.


엄마도 기저귀 사고 싶어.
그런데 우리 딱풀이는 떠나버렸잖아!!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다른 일 같았으면 벌써 등원 길에 만난

동네 엄마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며 풀었겠지만

이건 말할 수 없었고 말하기 싫었다.





유산 이후 나는 삐딱선을 타고 있다.

위로의 말을 왜곡시키며 나에게 내가 더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의 유산 소식에 같이 눈물지으며

이제 좀 괜찮냐고 묻는 친구에게

“안 괜찮지.”라고 톡 쏘아붙이고는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냐고!! 속으로 분노했다.


힘내라고 말해주는 지인에게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이런 일을 겪고 힘을 낼 수가 있을까?' 속으로 한탄했다.


“아직 젊잖아. 나 같으면 한번 더 시도해 보겠다.

이번에는 잘 될 거야.”

희망을 주고 응원해 주는 말에도

‘나는 네가 아니라 못하겠다,

너는 참 임신이 쉬웠겠지만 나는 아니잖아.’ 라며

더 이상 내 속내를 드러내기를, 아픔을 말하기를 멈추었다.


나를 위로해 준 그들은 잘못이 없다.

그들은 내가 정말 괜찮기를 바라 힘내기를 원하고,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안해 준 것이다.


나는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슬픔을 토로한 걸까?

아니,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닌데

굳이 답하는 상대가 원망스러웠던 걸까?


사실 나는 위로받기를 거부하면서도

위로가 필요한 답정녀이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한없이 들어주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는 그런 말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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