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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19. 2021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

#2. 문화적 차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날 발전시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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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_#1. 나날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가의 세계 (<-Click)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해서 생각하다
Onesie 랑 Slumber Party 가 뭐야?


최근에는 구글 번역이 너무나 잘돼서 웬만한 어려운 용어나 생소한 단어는 구글이나 포털 영어사전으로 잘 알 수 있다. 특히 모르는 단어들은 구글에 단어를 치고 이미지로 검색하면, 텍스트로만 이해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최근에는 구글을 애용한다. 하지만 그래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은 용어도 있다.



Onesie는 무엇일까? 구글에 단어를 치면 뒤집어쓰는 후드 형태로 된 동물탈을 쓴 사람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Baby를 덧붙여 검색하면 갓난아이들의 배냇저고리 류의 옷이 나온다. 주로 옹시는 이런 신생아 옷을 일컫는 말로 이번에 작업한 Little Stuffed Bunny 책을 그리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Slumber Party는 무엇일까? 검색해 보니 어린 소녀들이 집에서 파티하는 사진이 나오는데, 슬럼버 파티는 주로 10대 아이들(특히 소녀들)이 집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노는 파티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소꿉친구들이 가끔 집에 모여서 부모님들과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 시시덕거리며 과자를 먹고 노는 것처럼, 미국도 이런 것을 Slumber Party라고 한다.



Slumber Party 의 예시. (이미지 출처: www.buffalorising.com)



이런 용어들은 대부분 구글에 치면 나오지만, 그래도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아트디렉터에게 질문하는 게 좋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은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약어로 PC)이 매우 중요한 나라라서 그림책 안에 나오는 아이들의 인종과 성별을 최대한 다양하게 꾸미는 게 좋다. 백인, 흑인, 동양, 인도인, 중동, 남미인....  대개 하얀 피부의 백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들이 주로 번역되는 한국의 시장과는 다르게, 미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고 권장한다. 이 점은 한국의 그림책들도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렇게 다양한 인종을 그리려면 당연히 그들의 생김새와 헤어스타일, 입는 옷 종류들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본 작업 전에 다양한 리서치로 자료들을 모으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 편이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지만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그리기 위해선 필수적인 작업이기에, 폴더별로 모아놓고 완성된 작업들과 같이 백업을 해놓곤 한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까? 



작업을 하면서 느는 건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여러 꼼수들 뿐이다. 텍스쳐들을 스캔해서 복사 붙여 넣기, 이미지의 컬러를 보정하기, 오브젝트를 잘라서 복사 붙여 넣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완성은 해야 하니 이런 다양하게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고 연구하게 된다. 



덕분에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고 기간 안에 빨리 끝낼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그저 그림 그리는 기계에 불과한 걸까? 내가 컴퓨터인지 컴퓨터가 나인지 모르겠어...'싶을 정도로 지루한 디지털 작업에 신물이 나게 된다. 멀리 있는 곳에 내 원화를 보낼 수는 없으니 결국 디지털 작업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데, 역시 손그림과는 다르게 기계적인 일들의 반복성이니 만큼 내 안의 창의성이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그림 그리면서 프로페셔널이 되어보겠다고 혼자 재미있게 포트폴리오를 작업하던 나, 그날의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하지만 또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진짜 '프로'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Earn when you Learn.  배운 만큼 얻는다. (이미지 출처: www.allaboutcareers.com)


그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게 되면 거기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알게 되고,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들어오지 않는 현실에 좌절도 해보고 설령 보상이 있더라도 과거의 내가 누구였더라? 싶을 만큼 변해버린 나 자신과 나의 그림을 보게 된다. 그렇게 쌓이는 작업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해온걸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지, 혹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릴까? 같은 호기심에 다양한 책과 전시회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아마, 그만큼의 많은 실패와 실수가 없었다면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동기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예전에 꿈에 벅찼던 초심자의 모습 그대로, 지금의 작품으로도 만족해하면서 예전과 똑같은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겠지. 양자역학으로 유명한 과학자 닐스 보어도 말했다. 



"전문가란, 매우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다".  



나는 아직까지 이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충분한 모든 실수를 저질러 본 경험이 없으므로,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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