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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꼭 2가 아닐 수도 있어

그래서 정답은 뭐라고?

by 배재윤 Dec 18. 2021

  1+1은 왜 2일까? “사과 한 개와 사과 한 개를 갖다 놓으면 두 개니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수학적으로 엄밀한 증명방법이 아니다. 사과란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사과는 제각각 크기와 색깔 그리고 모양 전부 다르다. 빨간색 사과, 덜 익은 사과, 청색 사과 중 무엇이 진짜 사과인지 알 수 없다. ‘갖다 놓는다.’라는 행위는 더하기(+)란 연산을 모두 설명할 만큼 충분한가. 예를 들어 서울시 기온이 5도에서 10도 상승했다. 기온 변화는 ‘갖다 놓는다.’로 설명할 수 없다. 사과 한 개의 정의는 또 무엇일까. 흠이 난 사과와 벌레가 들어있는 사과는 과연 사과 한 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혼란이 생긴 이유는 논리의 출발점을 제대로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리(Axiom)로 논리의 출발점을 세운다. 공리란 너무나도 당연해서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한다. 공리들의 모임은 공리계라고 부른다. 1+1=2는 페아노 공리계와 더하기의 정의로 증명할 수 있다. 페아노 공리계는 자연수를 엄밀히 정의하며 다섯 가지 공리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읽고 이해하는 독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토록 체계적인 논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고 가면 좋겠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마 정신이 멍해졌을 텐데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쉽게 요약하면 “자연수는 1부터 무한대까지 순차적인 진행을 한다.”로 이해하면 된다. 더하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1+1=2 증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페아노 1번 공리로 1은 자연수이다. 페아노 2번 공리로 1은 그다음 수 1'을 갖는다. 즉 1'=2이다. 더하기의 정의에 자연수 1을 대입하자. 1+1=1'이다. 1+1=1'=2이므로 1+1=2이다.


  만약 페아노 공리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생 시절 발명왕 에디슨은 선생님께 찰흙 한 덩이와 찰흙 한 덩이를 둥글게 뭉치면 여전히 한 덩이이므로 1+1=1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선생님은 에디슨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어린아이의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위상수학을 이해한다면 그의 말이 참임을 증명할 수 있다.


  위상수학(topology)이란 도형의 ‘크기와 모양’에 상관없이 도형의 ‘연결 상태’를 바탕으로 도형을 연구한다.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예로 생각하자. 고무공을 납작하게 만들 수 있고 바람을 넣어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고무공이 납작해지거나 크기가 커져도 한 덩어리라는 연결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고무공을 찢어버리거나 뚫지 않는 이상 늘리거나 비틀어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고무공뿐만 아니라 정육면체, 구, 삼각기둥, 원기둥 등등 모양과 크기가 달라도 한 덩어리라면 모두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따라서 두 개의 찰흙 덩어리를 둥글게 뭉치면 크기는 커져도 한 덩어리다. 위상수학에서는 1+1=1이다.

  

1+1의 결과는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우리는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선택일까.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그 순간이 너무 두려워 털썩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사실 하나만 꼭 기억해주길. 정답이 명확할 줄 알았던 수학조차도 정해진 답이 없다. 1+1은 꼭 2가 아닐 수도 있으며 그 사실은 페아노 공리계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아 그래서 1+1의 정답은 무엇이냐고? 당신이 생각한 답. 그것이 진짜 정답이다. 내가 정한 선택에 굳은 확신을 두고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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