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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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레를 닮았다. 금이 간 천장의 모습은 한 마리의 돈벌레가 기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천장의 금이 갔던 날 후로부터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꾼다. 천장의 돈벌레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꿈을. 돈벌레가 움직인 자리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조그맣던 천장의 금이 점점 커지다, 돈벌레가 천장의 모든 곳을 기어가면 그 순간,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잔해들에 몸이 깔리고 눈에 먼지들이 들어가도 나는 눈을 감을 수 없다. 꿈속에서 나는 천장이 무너져 내린 공간을 그저 빤히 쳐다볼 수밖엔 없었다. 천장이 무너지고 난 후에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 공간이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어둡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면 내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두렵다.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그저 어두운 공간이 너무나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알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내 감긴 눈 사이로 들어왔다. 마음과 뇌는 마치 자식과 부모 같다. 뇌가 아무리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해대도 철없는 마음은 그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닦달하는 뇌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마음은 나태라는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벨 소리가 들려왔다. 칼로 물 베는 것과 같았던 이 부모 자식 간의 싸움을 말려준 것은 다름 아닌 알람이다. 매일 아침마다 듣는 잔소리보다 싫은 것이 이 알람 소리이다. 노래방에 가서 가장 많이 들어본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알람 소리를 흉내 내어 부를 것이다. 전날 밤 악몽을 꾼 탓에 내 등과 침대 시트는 땀에 젖어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의 알람을 끈 후에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물이 적당히 채워지자, 나는 물을 잠그고 천천히 발부터 물에 집어넣었다. 차례로 나머지 남은 발 한쪽을. 그리고 다리를, 몸을 차례로 욕조에 집어넣었다. 욕조에 몸을 뉜 후에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돈벌레를 닮은 그 금은 여전히 그 크기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다시 한 번 금을 쳐다보았다. 꿈에서 본 것처럼 당장에라도 징그러울 정도로 천장을 기어 다닐 것만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 몸을 물에 맡겼다.
좁은 욕조 안이지만 눈을 감고 출렁이는 물을 느끼고 있으면 그곳은 하나의 작은 바다가 된다. 그곳에서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한 마리의 물고기이며, 우렁차게 세상을 덮치는 하나의 큰 파도이다. 그리고 그곳을 유랑하는 한 명의 어부이며, 바다 중심에 떠 있는 외딴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전부 포용하고 있는 하나의 바다이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지나면 나는 특정한 형태가 사라진다. 뼈와 근육들은 모두 녹아 없어져 버리고 내 몸은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바뀐다. 그 후에 유연하던 나의 몸은 잘게 쪼개어지고, 물살에 휩쓸려 형태가 사라져버린다. 내 잘게 부서진 몸의 조각들은 물 사이사이에 섞여서 녹아 없어져 버린다. 내가 살고 있던 바다가 온전히 내가 되어버린다. 나는 물살에 이끌려 자유롭게 춤을 춘다. 나의 세상이자 바다인 이 조그만 욕조 속에서.
툭 - 그 작은 울림은 나의 바다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울림이었지만 내가 꿈에서 깨기에는 충분했다. 물에 떨어트린 물감처럼 그것은 서서히 내 바다를 잠식해나갔다. 그 울림은 계속해서 내 바다를 정복해나갔다. 그 작은 울림들 하나하나가 자유롭던 내 몸에 족쇄를 채웠고, 유연했던 나의 몸을 분질러버렸다. 나는 눈을 떴다. 나의 작고 역겨운 돈벌레가 알을 낳듯이 물방울들이 내 욕조를 적시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욕조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욕조마개를 빼버렸다. 욕조 속의 물은 소용돌이치며 하수구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바다이자 나의 세상은 그렇게 하수구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혀 버렸다. 재수 없는 새끼. 나는 중얼거리며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에 욕실의 불을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