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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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층에 사는 사람을 알고 있다. 퉁퉁한 체격에 면도를 잘하지 않는 남자였다. 종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에 자주 만났는데, 그는 항상 커다란 박스 안에 종이 쓰레기를 담아서 내려오곤 했다. 내가 그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으면 안이 썩은 내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종이 쓰레기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박스 안에는 치킨과 피자 박스들로 넘쳐났고, 가끔씩 그가 먹고 남긴 음식물 찌꺼기들이 박스에 붙어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것이 내 몸에 닿을까 싶어 엘리베이터의 구석으로 점점 더 들어가곤 했었다.
천장의 금이 간 것을 보았을 때에도, 분명 위층 남자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엉덩방아를 찍어서 생긴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는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곤 했는데, 그것을 보고 있자면 그의 주변에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만약 그의 무릎에서 일하는 근육이었다면 하루도 못 가 파업을 해버렸을 것이다. 그날은 그동안 악으로 버텨왔던 근육들이 결국 파업을 해버린 역사적인 날이었을 것이다. 다리가 풀려버린 그의 커다란 몸은 힘없이 무너져버렸을 것이고, 칼집을 낸 아보카도처럼 생긴 그의 엉덩이가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한 충격으로 인해 욕조에 금이 간 것은 물론, 내 천장에까지 돈벌레 같은 금을 내버린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 추측일 뿐이었다. 엉덩방아 때문에 밑층의 천장에 금이 갈 정도라면 그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날은 아마 이 아파트 최후의 날일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파트의 최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천장의 돈벌레는 산란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동그랗고 투명한 그녀의 알은 내 눈 밑으로 가볍게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은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기엔 충분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 버튼을 눌렀다. 천장 수리가 몇 번이더라. 알 수 없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작정 114를 누른 후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말과 함께 친절한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장 수리는 몇 번인가요? 여직원은 몇 개의 번호를 불러주었고,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불러준 번호를 받아 적었다. 나는 인테리어 전문회사에 전화를 걸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한 수리를 부탁했다. 누구라도 할 행동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던 A/S 기사는 이틀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천장을 지켜보는 일 밖엔 할 수 없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꽤나 크고 깊게 내 인생에 개입했다. 그렇다고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이틀 동안 천장에 금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첫 번째로는 <천장의 금은 언제부터 있었는가?>였고, 두 번째로는 <천장 위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이다.
첫 번째 질문부터 생각해 보자면 내 대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하긴, 애초부터 알았다면 더 빨리 A/S 기사를 부르거나, 위층 뚱보에게 천장 수리비를 받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저히 언제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 금이 간 날은 내가 발견했던 날일지도 모르고, 회사에서 처리한 일을 다 하지 못해서 야근했던 수많은 날들 중 하루 일 수도 있다. 여자친구와 침대에서 쿵쿵거리며 뒹굴거린 날이거나, 어쩌면 내가 이 집을 계약하기로 했던 날일 수도 있다. 집주인이 욕실을 보여줄 때에도 몸으로 욕조 쪽을 그러니까, 천장의 금이 갔던 것을 숨기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내 시야를 가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그에게 전화를 걸어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첫 번째 의문을 거쳐서 도착한 곳이 두 번째 질문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봤을 때 천장 위에는 환풍구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면대 위에 있는 정사각형의 환풍구 구멍으로 생각해 봤을 때 말이다. 그런데 환풍구와 이어져 있어야 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 천장에 있는 수도에 금이 가고, 우연히 그 수도 밑에 있던 내 천장에 금이 가서 한 번씩, 그것도 내가 목욕을 할 때에만 물방울이 떨어져서 내 목욕을 망쳤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 일은 무엇이란 말이다. 내 머릿속에 드는 의문들에 대한 대답들은 집에서뿐만 아니라, 일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불쑥불쑥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커다란 생각에 집어삼켜지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작은 금 하나가 내 하루를 송두리째 빼앗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