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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Jun 10. 2024

35. 인간의 의식체계의 특징(1)

- 자신에게 속는 인간 (자아의 보정 작용)

사람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속이고 속는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혹은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사람은 한가지 생각이 일어나면, 수많은 생각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일어난다.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르고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내 안을 흘러 지나간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반복된 생각인 경우가 많다.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 또 하고 오늘 한 생각을 내일 또 하는 것이다. 이따금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변형된 생각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관성적인 삶을 살아가는 ‘나’ 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이렇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은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모순과 상충을 이루기도 하면서 두서없이 내 안에서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조화와 모순, 그리고 상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각들은, 장소와 시간과 상황에 따라, 평소와는 다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내가 왜 이러지?’ 혹은 ‘내가 미쳤지!’ 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은 변화를 이루는 가운데, 일관성 있게 작용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내 생각 안에서 내 생각대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변화하고 일관되지 않은 생각들 속에서, 우리가 자각할 수 없을 뿐, 사람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속이고 속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혹은 자신이 속고 있다는 자각조차 할 수 없다.      


명상 공부를 좀 해본 사람이라도 생각들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동안 살아온 자아가 자신의 의식을 보정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의식의 보정 작용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자신의 의식이 언제나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아가 자기가 스스로 속이고 속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명상은 ‘자신에게 속지 않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인간의 의식은 일관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속을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너무 많은 생각들     


찰나(刹那)라는 말이 있다. 지극히 짧은 시간이란 의미이다. 눈을 깜박이는 시간의 30분의 1초라는 말도 있다. 불교에서는 이 찰나의 사간에 84,000개의 생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것을 하루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된다.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으로 검증한 결과는 하루에 6,000 ~ 80,000개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숫자가 어떻든 간에 사람은 하루종일 아주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해서 작업을 하다가 휴식을 취할 때 더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이 발견되었다. 이것을 DMN(default Mode Network: 기본모드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2) 인식의 속도를 넘어서는 의식의 속도    

 

인간은 ‘자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왜곡하고 속이면서 자기합리화한다. 그런데 이런 자기합리화의 과정은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보통의 경우 눈치채기 힘들다.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자기합리화하는 과정을 몇 번 행하다 보면 처음엔 마음에 자국을 남기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길이 만들어져서 자신을 속이게 된다. 이렇게 마음에 길이 만들어지면, 처음 느꼈던 마음의 불편함은 사라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익숙한 마음의 길을 따라갈 뿐이고, 스스로 속이거나 속고 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안에서는 이 모든 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모습을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면 명확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모순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거짓으로 숨기거나 혹은 논리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혹은 돈이나 권력에 의지해서 타인을 겁박함으로써 자신의 모순을 합리화한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보정하는 자기합리화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아 보정 작용과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게 된다.    

 

(3) 다층 구조의 의식 (표층의식과 심층의식)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은 물 밖으로 노출된 10%의 부분과 바닷물 속에 잠겨있는 90%의 부분이 있다. 물 위로 노출된 부분이 빙산의 일부인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의식은 전체의식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의식(표층의식)은 잠재의식, 무의식(심층의식)과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의 일부분이다. 즉, 지금 여기 ‘나’라고 인식하는 의식은 내 전체의식의 일부분일 뿐이다. 현재의식은 심층의식인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표출된 의식이기 때문이다.   

   

잠재의식과 무의식에서 작용하는 대표적인 것은 욕망이다. 욕망은 사람이 생명을 이어 나가게 하는 전체적인 욕망에서부터 개인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적인 욕망이 있다. 이런 욕망들은 잠재의식과 무의식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현재의식의 내가 인지할 수가 없다. 인지 이전에 이미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의식 이전에 작용하는 욕망에 속지 않을 방법이 없다.     


(4) 다중 구조의 의식 (표층의식)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 가사처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의식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나’라는 전체적인 의식 안에 다양한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은 하나의 인지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지 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인식한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의식을 구성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중적인 구조의 현재의식을 갖는다.      


살펴보면,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색깔/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등의 5가지 대상을 느끼는 눈, 귀, 코, 혀, 몸의 인지 방식이 있다. 처음 어떤 사물을 처음 접하면 사람들은 5감(五感)을 이용해서 사물을 인지한다. 이러한 감각인지는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보완, 간섭,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5개의 감각인지는 대상에 대해 개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지 작용이 일어난 이후에 인식할 때, 순수하게 감각인지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 내재하여 있는 기존의 의식과 대조하고 비교하여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인지하는 순간에도 수많은 다른 의식들의 간섭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식들에 의해 만들어진 상대적인 인지 방식이 있다. 이런 상대인지는 메타인지라고 하는 상위인지의 개념과는 다르게 작용하여,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서로 인지하여 인식하고 의식에 저장된다.      


그래서 하나의 의식이 또 다른 의식과는 다르게 작용하게 되어 서로 어긋나더라도, 이 모든 작용이 ‘나’의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자기가 자기에게 속는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무명에서 벗어나는 길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이다.





* 인지 (認知, Cognition)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등으로부터, 쌓은 경험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아는 것. 

  즉, `앎`과 관여 하는 정신 활동 

  예) 눈으로 보는 것이 사과임을 아는 것. 둥글고 붉은색의 시고 단 맛이 나는 물체임을 아는 것.


* 인식 (認識, Recognition, 또는 재인,再認)

  사물 또는 관념 등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구별/식별`할 수 있는 것 

  과거 경험으로부터 기억해 내는, 추상(追想)의 일종인 인지 활동 

  예) 눈으로 본 것이 배가 아니라 사과임을 아는 것. 사과가 싱싱한지 아는 것.


* 의식 (意識, Consiousness)

  인간이 일상을 경험하는 심적/지적 현상의 모든 것 

  - 인식들의 집합체로 종합적인 마음의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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