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못소 Jun 20. 2018

글의 메시지는 언제 정하는 걸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른다.



태초에 사람은 글 없이 말로만 소통하다가 점차 글과 그림을 써서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합니다. 글을 못 쓴다고 해서, 글을 읽지 못한다고 해서 살아가는데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은 글을 쓰기 시작한 걸까요?


최초의 글을 해석하면, 그 내용은 "00이 얼마를 빌려갔다."처럼 증거가 필요한 거래라고 합니다. 지금처럼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보다 사회의 약속을 적어두는 용도였던 겁니다. 


영수증처럼 거래의 증거로 사용이 되던 글이 점차 발달한 이유가 뭘까요?


이는 사람의 기본 욕구를 알며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슬픔, 분노, 행복과 같은 감정을 넘어, 어떤 현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게 모두에게 허락되지는 않았습니다. 신분제가 있던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의견 표출에 한계가 있고, 신분제가 사라진 사회에서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기 힘듭니다. 

말로 자기 생각을 표출할 수 없으니, 사람은 말 대신 글, 그림, 노래로 대신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필명으로 자신을 감추고 솔직한 생각을 표현한 거죠. 이처럼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기 생각 즉,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에세이, 소설, 짧은 칼럼, 일기처럼 글의 형태가 달라져도, 글마다 글쓴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도 자신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지 모를 때가 대부분입니다. 


감이 안 잡히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해안가 모래에 금이 섞여 있는 걸 알지만, 모래와 뒤섞여 있어서 금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글을 오래 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쓴 사람은 '금'을 빨리 발견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 신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알아채는 능력은 없습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지 모를 때, 
글의 메시지는 언제 정하는 걸까?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잘 모를 때, 글의 메시지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1. 글 쓰기 전에는 잘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모른다고, 글을 쓰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카페 노래가 좋다.'

'사람들이 많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도 괜찮습니다.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편한 문장 또는 단어를 쭉 나열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 단어가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일 확률이 높습니다. 




2.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마지막 문장을 고민한다. 


저는 소설을 쓰다 보니, 소설의 결말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결말 없이 우선 등장인물 정하고, 앞에 에피소드를 쓸 때가 많은데, 쓰면서 끊임없이 결말을 고민합니다. 

결말 없이 쓴 글은 밑그림이니, 간단하게 문장이나 단어로 정리해도 괜찮습니다. 손은 타자기를 눌러 글을 쓰면서, 머릿속으로 결말을 계속 고민합니다. 그러다 중간에 결말이 떠오르면 전체 스토리를 다시 만집니다. 그렇게 하나의 소설이 완성됩니다. 


칼럼이나 에세이를 쓸 때는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문장을 고민합니다. 글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글을 쓰면서 마지막 한 문장을 고민하면, 무의식 속에서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습니다.




3. 글 쓰는 게 힘들다면, 친구와 말하는 것도 좋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메시지 없이 글 쓰는 게 힘든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거르지 않고 친구에게 말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말로 뱉다 보면 뜬구름 같았던 생각이 구체화가 됩니다. 그리고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을 가만히 명상하듯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각은 최대한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글이 편하다면 글로 

그림이 편하다면 그림으로 

말이 편하다면 말로 


자신이 편한 수단을 사용해서,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처음에는 중구난방, 어수선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니 두리뭉실한 생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눈에 보이면, 두리뭉실하였던 형태가 잡히면서 메시지를 찾는 게 훨씬 수월해집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나요?



글 쓰기 전?

글 쓰다가?

글을 다 쓰고 나서?


반드시 이때에 메시지를 정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어떠한 때라도 메시지가 정해지면, 그때 글을 한 번 더 다듬으면 되니까요. 


지금 바로 메시지가 없어도 되니, 편한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마음이 편해질수록 모래사장에 숨어있는 금이 쉽게 발에 걸릴 겁니다. 






# 글 못 쓰는 소설가의 다른 칼럼 둘러보기


▶  가르침의 역설 (소설 원고 피드백받을 때 조심해야 할 점)

▶  글을 못 쓴다고, 자신을 학대하지 마세요.

▶  소설가는 맞춤법 전문가가 아니다.





글 못 쓰는 소설가 브런치 : https://brunch.co.kr/@storyhyun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지금 슬럼프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