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쓰는 당신을 위한 소설쓰기 노하우
에세이를 써보거나 블로그에 오랫동안 글을 올린 사람도 소설은 접근하기 어려워합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유명한 작가의 소설책을 보거나 소설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도서를 구매해 읽습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 쓰는 사람일수록 소설책을 많이 읽거나 글쓰기 교육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처음 소설을 쓰려고 할 때, 평소에 관심이 없던 베스트셀러를 갑자기 찾아서 읽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고, 작가 지망생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를 갑자기 찾아보는 이유가 뭘까요?
그건 소설 쓰는 방법을 모르니까 배테랑의 소설을 따라 쓰려는 무의식 때문입니다.
흰 종이를 채우기 막막해서 베테랑의 글을 보며 필사하거나, 그 사람의 글을 떠올리며 습작하려고 합니다. 이 방법은 필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소설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기 말투로 글을 쓰지 않고, 계속 타인의 말투로 글 쓰는 것이 습관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이는 화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A라는 화가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피카소가 떠오릅니다. A는 피카소를 존경해서 그의 화풍을 추구하며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A의 그림을 보면서 A를 떠올릴까요? 피카소를 떠올릴까요?
이런 일은 소설에서도 그대로 일어납니다. 아직 소설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때, 다른 작가의 글을 따랐으면 그 말투가 습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원히 자기 말투로 글 쓰는 걸 찾지 못합니다.
자기 말투가 익숙해졌을 때는 다른 작가 글을 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글에 잘 융화하여, 필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소설을 써 본 적이 없는 분은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자기 말투를 영원히 못 찾아, 다른 사람의 글을 따라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육도 위와 같은 이유로 조심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선의로 알려주지만, 글을 오랜 쓴 사람일수록 자기 말투와 취향이 이미 확고합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 취향으로 알려주게 됩니다.
이는 고의나 악의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소설 코칭을 하면서, 이점을 가장 조심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선의로 알려주지만, 가끔은 선의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때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가르침의 역설 (소설 원고 피드백받을 때 조심해야 할 점) 칼럼에서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처음 소설을 쓸 때는 먼저 <자기 말투>를 찾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고유의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도 사람마다 <자기 말투>가 있습니다.
이 말투를 찾으려면 글을 많이 적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막연히 글을 적으라고 하면, 누구나 망망대해에 뚝 떨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야 벽 짚고 서는 아이에게 갑자기 "뛰어!"라고 하는 것처럼, 두렵고 부담되고 어려운 방법입니다.
감기(가제) 줄거리 : https://brunch.co.kr/@storyhyun/42
고스트 작가(가제) 줄거리 : https://brunch.co.kr/@storyhyun/46
뚜벅뚜벅 걸어가다(가제) 줄거리 : https://brunch.co.kr/@storyhyun/12
팟캐스트 목소리의 그대(가제) 줄거리 : https://brunch.co.kr/@storyhyun/16
갑작스러운 미션에 머리가 새 하애 지지 않도록 밑그림이 필요합니다. 위의 줄거리 그 밑그림 역할을 합니다. 최소한의 등장인물, 최소한의 사건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줄거리입니다.
이 줄거리를 보고 글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면, 글을 처음 쓰는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쓰면서 등장인물을 늘려보고, 작은 사건을 늘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론을 배워서 쓸 때는 머릿속 지식과 실제 글 써본 적이 없는 경험이 갭이 커서, 오히려 글 쓰는 걸 어려워합니다.
반면 줄거리를 토대로 소설을 쓰면, 글 쓰기가 편해서 습작을 쉽게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설 쓰기를 경험하면서, 소설 쓰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글을 써 본 적이 없고, 에세이는 써봤지만 소설이 어려운 분은 위의 줄거리를 참고해서, 줄거리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저작권이 걱정되어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 점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줄거리는 아이디어 일 뿐, 소설로 탄생했을 때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소설을 완성시킵니다.
그러니 글 쓰는 방법을 몰라서 망설이고 있는 분은 위의 줄거리로 연습해보세요. 하나의 줄거리를 소설로 완성할 때마다 필력이 느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가르침의 역설 (소설 원고 피드백받을 때 조심해야 할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