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썼지만 10대가 쓴 글처럼 보이는 이유
30대가 썼지만 10대가 쓴 글처럼 보이는 이유
유치한 글은 어떤 글인가요?
'유치하다'는 표현은 많이 쓰지만, 이런 글이 유치하다고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유치하다'라고 느끼는 거라,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 구성이 좋고 글도 잘 썼는데, '유치하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 이상해서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반전이 있고 이야기 푸는 방식이 절묘한데,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글과 비교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두 번을 읽어보니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요인은 바로 <대화>였습니다.
'유치하다'는 말속에는 '어리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습니다. 작가의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소설 내용이 어린 사람이 쓴 느낌일 때, 우리는 보통 '유치하다'라고 표현합니다.
소설에서 나이는 단어와 어미로 느낄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 설정은 30대지만 주인공 말투가 10대라면, 독자는 등장인물을 10대로 떠올립니다. 이에 예민한 독자는 30대가 10대처럼 말하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껴 소설을 읽다 덮어버립니다.
설정이 30대 회사원이라면 회사원의 말투를 써야 합니다. 설정만 30대라고 해서, 독자가 30대로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등장인물이 30대처럼 행동하고 말해야, 독자는 갭을 느끼지 않고 등장인물 설정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등장인물 말투가 나이 어린 단어와 말씨를 쓰면, 설정과 상관없이 등장인물 나이가 어리게 느껴집니다. 이는 전체 글에도 영향을 끼쳐 소설 자체가 유치하게 느껴집니다.
소설의 타깃이 10대 학생이면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어른과 대화한 경험이 적어서 등장인물 말투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0대 중후반은 바로 이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10대가 아닌 30대가 쓰는 소설처럼 보이고 싶다면, 등장인물 말씨를 세밀화해보세요. 회사에서 쓰는 말, 동호회에서 만나서 쓰는 말, 학부모 사이에서 쓰는 말 등 상황에 따라 우리는 다르게 말합니다. 평소 주변 사람이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쓴 소설 속 등장인물은 어떻게 말하고 있나요?
자신이 쓴 글 중에 대화만 읽어보세요. 그리고 등장인물의 나이를 예측해보세요. 지금 예측한 나이가 내 소설의 나이입니다.
▶ 가르침의 역설 (소설 원고 피드백받을 때 조심해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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