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기린의 말을 듣고 보니 의외의 동물 두 마리가 기린의 양 옆에 앉아 있었다. 바로 버니와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보더니 여행 중 내내 조용히만 있었던 고양이가 말을 꺼냈다.
“혹시 지금 옆에 있는 강아지를 우리랑 한 팀으로 묶겠다고?”
고양이가 느낀 불편함은 다른 동물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 순해 빠져 보이는 버니 그리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저 강아지만큼은 같은 팀원이 아니기를 바랐다. 특히 과하게 애교를 부리며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강아지와 같은 팀이라면 왠지 자신들의 자부심이 상처받을 것만 같았다.
"강아지는 인간 심리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예요. 앞으로 여러분의 팀원이 될 것이랍니다.” 기린이 강아지를 소개하자 동물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열심히 공부해서 쌓은 실력을 가지고 팀에 합류한 자신들과는 달리, 강아지는 인간에게 아부나 하다가 이 팀에 합류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뭐야. MBFF (Men's Best Friend Forever)인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 나초 하나 얻어먹겠다고 사람들한테 꼬리를 흔드는 애를... 어? 잠깐. 설마 이름이 나초나 까넬라는 아니겠지?” 1) 카피바라가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왠지 불길하다는 듯이 기린을 바라보았다.
“맞아요. 강아지 이름은 바로 나초랍니다.” 기린이 강아지의 이름을 확인해 주자 동물들의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사실 강아지한테는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있답니다. 우리의 비밀 자금을 관리해 주는 것이죠.”
기린은 동물들이 강아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동물들에게 강아지의 능력을 강조했다. 사실, 강아지가 인간의 투자를 좀 안다는 이야기에는 모두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동물들은 인간세상을 직접 접해보지 않아 대체로 투자에 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이다.
"투자는 고도의 수리 능력과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인간들은 극한의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보이거든." 2)
기린이 소개를 마치자마자 강아지가 잘난 체하듯 말했고, 동물들은 그런 강아지가 더더욱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럼 버니 쟤는 왜 여기 온 거죠?"
이번에는 거북이가 앞발로 버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북이 역시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버니는 예술전공이라서 데리고 왔어요."
버니를 데리고 온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납득이 안 가는지 동물들이 웅성거리자 기린이 말했다.
"동물들에게 과학과 같은 논리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예술과 같이 비논리적인 지식도 중요해질 날이 올 거예요. 어때요? 버니까지 합류해서 일곱 마리의 전문가가 모이니 팀이 완전해진 느낌이죠?"
동물들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지 기린의 말에 대답을 않고 모두들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린에게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항의를 해도 기린이 저 두 마리를 감쌀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1) 나초(Nacho), 치코(Chico, 스페인어로 조그마한), 코코(Coco, 코코넛), 까넬라(Canela, 시나몬) 등은 멕시코에서 즐겨 쓰는 강아지 이름이다. 물론 야생의 동물들은 인간들이 지어준 것 같은 간지러운 이름들을 혐오한다.
2)인간들은 ‘동물처럼 군집행동을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동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인간만큼 떼를 지어 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종은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