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이 세상 동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여러분이 제대로 된 '동물 전용 GPT'를 만들어줘요. 그게 완성되면 GPT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인간의 책들을 동물들한테 뿌릴 거예요."
그리고 기린에 이어 사자가 말했다.
"그렇게 동물들이 다 같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 동물들이... "
사자는 말하면서최고의 일곱 마리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두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린과 사자를 보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의 계획이 참기 힘들 정도로 황당하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파랑새가 기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책하고 스마트 폰을 동물들한테 뿌리려면 돈이 엄청 많이 필요할 텐데. 종잣돈은 있어요?" 1)
이 말을 듣자, 기린이 파랑새에게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얼마 전 제가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이 대박을 쳤어요. 그걸로 책들을 사들일 거예요. 그리고 스마트폰은 여기 카피바라한테 부탁할 거예요. 쥐들을 움직여 인간들의 스마트 폰 십만 대를 구해달라고 할 거랍니다.”
최고의 일곱 마리는 기린의 대답을 듣더니 다시금 조용해졌다. 기린이 따박따박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인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 이 시점에서 가장 짜증이 난 동물은 카피바라였다. 지금 이 황당한 계획을 반박하지 않으면 기린은 분명 자신에게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해 올 것 같았다.
"파랑새 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이 프로젝트의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걸 얘기해야지. 여태까지 동물들이 공부를 안 한 게 아니고 뇌세포가 적어서 공부를 못 한 거잖아. ”
카피바라가 날 선 지적을 하자, 이를 듣고 있던 기린이 말했다.
“오래전, 지혜가 남다른 Moo라는 이름의 소가 희망적인 말을 남겼어요. 그 소가 말하기를 동물들의 기억력, 판단력, 올바른 교재, 그리고 환경 이 네 가지를 갖출 수 있다면, 우리 동물들도 인간만큼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했어요.” 2)
기린이 전설의 소 Moo를 언급하자 동물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Moo라면 동물의 세계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전설 속의 동물이었다.
"기억력, 판단력, 교재, 환경이 좋으면 누구는 공부 못하겠어? 그건 동물들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비꼬아서 말한 거지."
카피바라가 여전히 수긍을 하지 않자, 기린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Moo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기억력, 판단력은 이미 충분하고, 앞으로 우리가 만들 GPT가 훌륭한 교재가 되어준다면 분명 인간 이상 잘할 수 있을 거예요."
1) 기린은 인간 돈으로 약 1조 가치에 달하는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궁금하다면 <부록: 기린이 마련한 비자금>을 참고하자.
2) 이것이 바로 동물 공부 속도의 획기적인 향상을 예측한 Moo의 법칙이다. 인간세계에는 이와 혼동하기 쉬운 Moore의 법칙이 있는데, 이는 반도체 성능의 향상을 예측하였다. Moo의 법칙의 전문과 함께 이론적 배경이 궁금하면 <부록: 동물은 10,000시간 내에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를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