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Moo의 말이 사실이라도 납득 안 가는 게 있어요. Moo는 거의 2천 년 전의 동물인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동물들이 공부를 시작조차 안 한 건 왜인가요?"
너구리가 진지하게 묻자, 기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을 하기 시작했다.
“동물들을 공부시키려는 프로젝트 여러 세대에 걸쳐 시도가 됐었어요. 사실은 저와 흑표범도 몇 번이나 시도했었고요."
"뭐가 문제였죠?"
"그건... 동물들이 모이기만 하면 자꾸 싸웠기 때문이랍니다."
"동물들이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고요?"
사자가 놀라서 기린에게 물었다. 프로젝트에 대해 기린과 이미 상의했지만 동물들이 싸운다는 것은 기린이 처음 밝히는 내용이었다.
“네. 종이 다른 동물들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갈등을 일으켰어요. 동물들의 공부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우리 동물들의 학습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답니다.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 여기 있는 동물들도 서로 싸우게 된다는 말인가요?"
사자가 묻자 기린이 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싸우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이번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순한 동물들만 모았으니까요."
기린의 말에 같이 모여 있는 동물들이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여기 모인 동물 중에 카피바라나 파랑새의 성격이 좀 불안해 보이긴 했지만, 과연 기린의 말대로 가장 순한 동물만 모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의구심이 들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는 꼭 이곳의 이름 '거인의 어깨'의 의미를 떠올리기를 바라요."
기린은 계속해서 동물들에게 '거인의 어깨'에 대해 설명했다.
‘거인의 어깨'라는 건 부모, 스승, 그리고 선배들이 쌓아놓은 지식의 토대를 말하죠. 이천 년 동안 인간들과 우리들의 차이가 생긴 이유는 인간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 앞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랍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동면에서 깨어나 다른 동물들이 올라설 어깨가 되어주어야 해요.”
동물들은 여전히 기린의 계획에 의구심을 느꼈지만, 어쩌면 기린말대로 다른 동물들이 올라설 어깨가 되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자신들이 그동안 숨어서 공부를 한 의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의미가 있는 일을 위해서라면 서로에게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어도 얼마든지 참아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