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대영 박물관 (8-1,8-2)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며, 마음이 이루는 것이다."

- 법구경 -

8 - 1

직원은 사자와 고양이 그리고 거북이를 실은 손수레를 복도 통로까지 밀고 갔다. 석상으로 분장한 동물들은 끝까지 유지했는데, 통로를 지나던 중 사자가 가려워서 앞발로 엉덩이를 한 번 긁은 것 빼고는 완벽하게 위장된 정지 상태를 유지하며 직원 그리고 CCTV의 눈을 속였다. 그렇게 동물들은 긴 통로를 지나 유물 보관 창고로 들어갔고, 직원이 전자식 ID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자와 고양이를 실은 손수레를 놓고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문이 닫히고 창고 건물 안에 동물들만 남자, 헤드셋을 통해 다시 너구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우가 그곳에 CCTV에 녹화 화면을 송출하고 시작했어. 이제 수색을 시작해. ”

창고라고 동물들이 부르는 곳은 일종의 유물 보존 연구소였다. 여기저기 유물을 보존 처리하기 위한 기자재와 연구를 위한 책상이 놓여 있었고, 널찍한 홀 가운데에는 수선을 위해서인지 유물들이 들여와 있었는데 그중에는 빼곡히 고대 문자가 적혀있는 석판과 돌로 된 사자상도 보였다. 1) 그리고 홀 저편 끝으로는 오래된 책을 빽빽이 꽂아 놓은 서가가 있었다.

사자와 고양이 그리고 거북이가 각자 흩어져 여기저기를 찾던 중, 무전으로 거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깃을 찾았다."

사자와 고양이가 소리가 들린 서가의 구석으로 가보니, 거북이와 함께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버니를 발견하였다. 고양이는 이 장면을 보고 바로 본부로 무전을 보냈다.

"본부, 이제 15분 내로 이곳을 빠져나간다. 정문에 Air force one을 준비시켜라.”

한편 사자는 울고 있는 버니에게 다가갔다.

"버니 이제 울음 그쳐. 우리가 널 데리러 왔으니까."

사자의 말에도 버니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울지 말래도!"

이번에는 거북이 재촉하자, 버니가 입을 열었다.

"궁극의 자세를 보았어. 그 자세는... 우리 동물이 결국 할 수 없는 자세였어."

버니의 말에 고양이가 거북이가 눈을 크게 떴다. 한편, 사자는 개의치 않고 버니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괜찮아. 지금은 빠져나가는데 집중하고 그 자세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려줘."

사자가 버니를 위로하며 일으켜 세울 때, 갑자기 전자기계가 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놀란 사자와 고양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볼 때, 무전으로 너구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저 보안장치가 갑자기 가동되었어. 빨리 창고를 빠져나가야 해!"

사자는 서가 끝에 위치한 창문을 발견하였으나 쇠창살로 막혀있었다. 사자가 다른 출구가 없는지 급한 마음에 두리번거리고 있었을 때, 넓은 홀쪽 까지 간 고양이가 백색 가루를 뿌리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가 뿌린 백색가루에 붉은색 빛이 산란되어 보였는데, 입구부터 약 12 미터에 이르는 거리까지 격자형으로 레이저가 가동된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다시 독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부에서 비상 알람을 받은 경찰 인력들이 박물관 쪽으로 가고 있어. 시간이 별로 없으니 빨리 움직여!"

당황한 사자는 자리에서 서성거리더니 갑자기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서는 결심을 한 듯 정문 쪽을 바라보더니 고양이가 가진 백색 가루 파우치를 가져가서 한번 더 입구를 향해 뿌리면서 말했다.

"여우, 지금 자동문을 열어."

사자의 말에, 무전 너머로 여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사자, 레이저를 뚫고 나가는 건 안돼. 감지되는 순간 비상벨이 울리는 건 물론이고 모든 자동문이 강제로 닫힐 거야."

"알았으니까, 그냥 열어!"

사자는 지시를 하고 고양이와 버니를 양팔에 들고 거북이를 등에 태우더니 서가 끝까지 갔다. 그리고 돌아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입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입구까지 설치된 레이저 사이로 뛰어들 결심을 한 것이다.

레이저가 가로막은 곳까지 뛰어간 사자는 고양이의 허리를 안고, 버니의 귀를 낚아채면서 하늘로 도약하여 레이저 속으로 뛰어들었다. 레이저 사이로 뛰어든 사자는 한 손에는 버니, 다른 손에는 고양이를 안은 채로 ‘크로우 자세’ , ‘나무 자세’, ‘워리어 자세’ 등 여러 요가 자세를 보이며 절묘하게 레이저를 피해 통과하였다.  

사자가 날아서 레이저가 촘촘하게 지나는 부분에 이른 그 짧은 찰나, 동물들은 극도로 긴장했다. CCTV 화면으로 이를 지켜보던 너구리는 순간 눈을 가렸고 다람쥐와 여우는 두 앞발로 머리를 잡았다. 사자가 레이저에 닿기 직전의 숨 막히는 장면이었다.

"안 돼!"

기린이 외친 순간, 사자는 우아하게 자세를 바꾸며 레이저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갔고, 이를 마치 영화의 슬로 모션을 보듯 지켜보던 동물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레이저 사이를 통과하기 위해 사자가 취한 자세는 생소하면서도 너무나 편해 보였는데, 오라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생소한 자세가 그들이 찾던 '궁극의 자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2)  

사자는 그렇게 신기한 몸동작으로 10 미터를 날아 입구를 통과했고, 자동문 반대편에 있는 복도 벽에 부딪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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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니도스의 사자상과 로제타 스톤은 대영박물관의 대영박물관의 대표적 유물들이다. 박물관에서 두 유물들의 상태 점검을 위해 창고 안으로 들인 것으로 보인다.  

2)  요가를 수행하는 자들은 이 자세를 '달인자세'라고 부른다. 인간들은 '달인자세'를 쉽게 할 수 있지만, 동물들은 고관절 구조상 이 자세를 쉽게 취할 수 없다. <부록: 궁극의 자세를 발견하다.>

24화 궁극의 자세를 발견하다

8 - 2

"말도 안 돼요. 방금 본 자세가 바로..."

기린이 놀라운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무전으로 파랑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장 풀지 마. 경비 인력이 복도 입구까지 진입했어."

"사자, 오른쪽 복도를 돌아나가 경비팀을 따돌린다. 오른쪽으로 가." 여우가 안내를 하자, 사자는 고양이를 입에 물고 버니와 거북이를 등에 태우더니 여우가 안내한 방향으로 돌아서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대광장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사자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곳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 절대로 들키지 않고는 지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석상인척 하면서 나가면 돼. 다행히 버니도 흰색이니까 우리를 따라 정지 동작을 하면서 나가면 될 거야."

사자와 고양이 그리고 버니는 사람이 들이 자신들을 조각상으로 착각하도록 마임을 하면서 반대편 입구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계획대로 관람객들은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광장 중앙부쯤 어렵게 도달했을 때 어떤 남자가 그들을 알아보고 다가와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이거 봐, 이게 그 유명한 크니도스의 사자상인가 봐.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관람객이 사자를 석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었으나, 그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사자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갑자기 천장 쪽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다. 사자가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대광장에 달려 들어온 강아지가 인간의 춤을 추기 시작했고, 파랑새가 불이 붙은 폭죽을 입에 물고 미친 동물처럼 이리저리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파랑새가 부리에 물고 있는 것은 위급상황을 위해 기린이 카피바라에게 준비시킨 폭죽이었다.

사자를 크니도스의 사자상으로 착각해 모여들었던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놀라 강아지와 파랑새에게 시선을 빼앗겼는데, 이때가 동물에게는 기회였다. 사자는 다시 고양이와 거북이 그리고 버니를 안고 힘껏 정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강아지와 파랑새가 피우는 소동에 정신이 팔린 관람객들은 도망가는 사자 일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정문으로 뚫고 나간다. Air Force one! 우리를 받아줘!" 

사자가 외치면서 정문을 향해 뛰어나가 정문 앞 계단에서 하늘을 향해 최대한 높이 점프를 했고, 때마침 입구로 급강하한 독수리가 보자기로 그들을 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박물관 내부에 방금 들어온 사람들 그리고 대영박물관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방금 본 것이 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 순간에 동물들이 사람들 앞에 자신들의 존재를 노출해 버린 것이다.

"Air force one, 해를 향해 날아가!” 때마침 들려온 너구리의 지시에 독수리는 정확하게 하늘의 태양을 향해 사력을 다한 날갯짓을 했다.

사람들은 박물관 앞에서 독수리가 사자를 잡아채 날아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너도나도 핸드폰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급하게 핸드폰을 하늘을 향해 들었지만 오후 2시의 강렬한 햇살에 초점을 잡을 수 없었고, 사자를 태운 독수리는 다행히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찍었다!"

이 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바로 몇 초 뒤 바로 파랑새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걱정 마! 내가 처리했다. Air force one 걱정말고 이곳을 빠져나가라."

아프리카의 본부에서 팀원들의 모든 상황을 전달받아 듣고있던 너구리, 여우, 다람쥐, 흰 기린, 그리고 카피바라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 풀어지자 다리에 힘이 빠져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