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 작 전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기린은 급하게 다시 팀원들을 소집했다. 사자가 쉽게 깨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 동물 팀원들은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었는데, 거북이는 짐을 싸서 집을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고양이와 너구리 그리고 파랑새와 카피바라는 안 보이는 곳에서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사자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싸움을 멈추고 모두 사자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버니가 잡혀갔다는 이야기 들었지? 이건 비상사태야."

사자가 동물들에게 말했고, 기린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버니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져간 스마트 폰도 문제예요. 거기에 우리 단체 사진이 들어있어요."

기린의 말대로 버니에게 준 스마트 폰 안에는 사진뿐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저장물이 들어있으며 인간들에게 발각 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맙소사. 우리 모두 동물원에 잡혀가게 될 거야!” 파랑새가 좌절스럽게 외치자 사자가 말했다.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우리가 버니를 구출할 테니까. 다람쥐, 박물관에 대해 조사한 것을 설명해 줘."

사자의 지시에 지휘봉을 들고 서 있던 다람쥐가 위성사진을 동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버니가 잡혀있는 곳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대해 조사해 온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1)

"내가 대영박물관에 대해 알아보았어. 너희도 알겠지만, 박물관은 오래된 책이나 석상 그리고 보석과 같은 인간들의 오래된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야. 버니는 유물들을 보관하는 창고 건물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나쁜 뉴스는 창고로 접근하려면 정문밖에 통로가 없다는 점, 밤에는 레이저 감시 시설이 작동하기 때문에 낮에 들어가서 구출해와야 한다는 점, 그리고 창고로 통하는 문은 두껍고 무거워서 힘센 동물이 가야만 열 수 있다는 점이야.” 1)

"인간의 문을 여는 것은 정말 어려워. 아마 우리 중에 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동물은 없을걸?"

인간의 문에 대해 좀 아는 강아지의 말에 동물들은 조용해졌다. 인간 세계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너구리나 고양이 모두 강아지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문은 걱정 마. 내가 직접 갈 거니까.”

사자의 말에 동물들이 눈이 휘둥레져서 사자를 쳐다보았다. 사자가 직접 나선다고 할 줄은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왕세자가 직접 가는 건 반대예요."

같이 있던 흑표범이 사자를 말리려고 하자 사자가 흑표범의 입에 앞발을 대고서는 말했다.

"이번 일만큼은 왠지 내가 해결해야 된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저하고 고양이, 강아지가 같이 가면 어떨까 싶어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피할 거야? 대낮에 사자가 고양이, 개 하고 나란히 손잡고 박물관에 들어간다? '더 썬'지 2) 에 제대로 나오겠네."

카피바라가 옆에서 한 마디 하자, 동물들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잠시 고심하던 사자가 자신 있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박물관에 석상들을 보관한다고 했지? 우리가 석상으로 분장해서 들어가면 돼."

젊은 사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버지 궁전에서 보았던 선대 사자의 조각상이었다. 사자는 선대 사자의 포즈를 따라 하면 인간들의 눈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강아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켜 주면, 그 틈을 타서 석상으로 분장한 나하고 고양이가 같이 들어갈 거야. "

"나도 갈래!"  

갑자기 거북이가 외쳤다. 모두가 의외라고 생각하며 거북이를 쳐다보았다. 3)

"버니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구해내서 재경기를 할 거야. 그리고 다시는 못 기어오르게 만들거야."

거북이가 같이 가겠다고 하자, 사자는 승낙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더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 말하려던 그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기린이 말을 꺼냈다.

"사자, 몸은 정말 괜찮나요?"

"괜찮은 것 같아요."

"흠..."

기린이 사자를 잠시 살피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저도 구출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가장 최신장비를 지원해 드릴게요. 그리고 해킹의 전문가인 여우를 사 올 거예요. 인간들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여우라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기린이 언급한 여우는 일전에 사자 일행이 사하라 사막에서 만났던 그 이상한 여우였다. 여우가 원했던 것은 사실은 비트코인이었는데, 지금 상황이 긴급한 만큼 기린은 그 요구를 들어주고 여우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4)

"완벽해. 오라클과 너구리는 본부에서 지휘를 맡아주고 다람쥐는 여우와 함께 박물관의 보안시설을 파악해 줘. 나하고 고양이와 거북이가 직접 박물관에 들어갈 거고, 카피바라는 필요한 장비와 물품들을 마련해 줘. 시작하자.”

사자의 지시에 동물들은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모두들 동시에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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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람쥐는 인간 시설 침투 전문가이다. 최근 카피바라 구출 계획을 세우면서 경험이 더욱 축적되었다.  

2) 영국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타블로이드이다. 더썬은 연예, 스포츠, 가십 등을 주로 다루기에 기사 신뢰성과 관련된 논란이 많은 편이다. 

3) 버니와 거북이는 오랜 갈등 관계가 있다. 이솝우화에서는 거북이가 경주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의 별주부전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보다 재치면에 있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밉기는 해도 자신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상대가 꼭 존재해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러기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서로를 돕기도 한다. 

4) 동물세계에는 거북이, 여우 말고도 컴퓨터 전문가가 더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부록: 여우, 드디어 합류하다!>를 참고하자.

22화 여우의 합류와 동물세계 IT 4인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