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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2 대영박물관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Nov 05. 2024

8 - 2


"말도 안 돼요. 방금 우리가 본 자세가 바로..."


기린이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번에는 대광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파랑새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긴장 풀지 마! 경비 인력이 복도 입구까지 진입했어."


"사자, 오른쪽 복도 쪽으로 돌아나가! 그쪽으로 가 경비팀을 피해서 광장으로 갈 수 있어." 


사자는 망설임 없이 다시 일어나더니, 고양이를 입에 물고 버니와 거북이를 등에 태우고서는 여우가 안내한 방향으로 질주했다.


복도 끝까지 단숨에 달려간 사자는 대광장 앞에 도착해서 급히 발을 멈추었다. 광장을 보니 그곳에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서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사자가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말했다.  


"석상인척 하면서 나가면 돼. 다행히 버니도 흰색이니까, 우리가 조각상처럼 정지 동작을 하면서 조금씩 움직이면 눈치채지 못할 거야."


사자와 고양이 그리고 버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조각상으로 착각하도록 가만히 서 있다가, 사람들이 다른 곳을 볼 때만 움직이는 방식으로 광장의 출구를 향해 살짝씩 이동했다. 처음에는 사자의 생각대로 관람객들이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대광장 중앙부까지 어렵사리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그들을 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거 봐, 이게 그 유명한 크니도스의 사자상인가 봐.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관람객이 사자를 석상으로 착각한 것이다.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이를 시작으로 사람이 동물들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들을 석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었으나, 광장에서 빠져나갈 확률은 점차 더 낮아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자조차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갑자기 천장 쪽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다. 동물들이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대광장에 강아지와 파랑새가 난입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난입해 들어온 강아지는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파랑새는 불이 붙은 폭죽을 입에 물고 정신 나간 동물처럼 이리저리로 날아다녔다. 파랑새가 부리에 물고 있는 것은 위급 상황을 위해 기린이 카피바라에게 준비시킨 폭죽이었다.


사자를 크니도스의 사자상으로 착각해 모여들었던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소동에 놀라, 순식간에 강아지와 파랑새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칠 사자가 아니었다. 사자는 다시 고양이와 거북이 그리고 버니를 안고 힘껏 정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아지와 파랑새가 피우는 소동에 정신이 팔려 관람객들은 도망가는 사자 일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정문으로 뚫고 나간다. 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 우리를 받아!" 


사자가 전속력으로 외치며 달렸다. 


그렇게 박물관의 정문 계단 앞까지 도달한 사자는 하늘을 향해 최대한 높이 점프를 했다. 그리고 때마침 빠른 속도로 입구 쪽으로 급강하한 독수리가 거대한 보자기를 펼쳐 그들을 받아내었다.


"맙소사... 저거... 사자야?"


순간, 박물관 입구로 이제 막 들어오려고 하는 관람객들 그리고 대영박물관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신이 방금 본 것이 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 순간, 사람들 앞에 동물들의 존재가 노출된 것이다.


"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 해를 향해 날아가!” 


때마침 무전으로 울려 퍼진 너구리의 지시에, 독수리는 하늘의 태양을 정면으로 향하며 사력을 다해 날갯짓을 했다.


독수리가 사자를 잡아채 날아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하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그 장면을 사진에 담기 위해 너도나도 핸드폰을 꺼내 하늘을 향해 들었다. 하지만, 오후 2시의 강렬한 햇빛에 초점을 잡을 수 없었고, 사자를 태운 독수리는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찍었다!"


이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하지만, 바로 몇 초 뒤 바로 파랑새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걱정 마! 내가 처리했다. 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 걱정 말고 이곳을 빠져나가라."


브런치 글 이미지 2


아프리카의 본부에서 팀원들의 모든 상황을 전달받으며 듣고 있던 너구리, 여우, 다람쥐, 흰 기린, 그리고 카피바라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피를 말리는 긴장감이 풀어지자 다리에 힘이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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