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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구름 Jun 11. 2021

자화자찬


우리는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반성하면서 좋은 일 잘한 일에 대해서는 굳이 되돌아보지 않는다.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작은 일에는 칭찬하고 기뻐했지만, 내가 이루어 낸 일들에 대해서는 꽤 엄격한 편이었다. 이 정도 가지고 나 잘했소를 외치는 건 뭔지 모르게 건방진 것처럼 느껴졌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겸손이라 여겼다.




언젠가 큰 아이와 대화를 하던 중에, 감정이 격해진 아이가 울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시훈이가 숟가락만 놔도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나한테는 왜 그런 말도 안 해줘요?' 아이의 말에서 느꼈다. 5살인 작은 아이와 10살인 큰아이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일의 크기를 재단해 놓고 판단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일상에서 필수로 해야 할 기본 습관에 대한 잦은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칭찬이 아닌, 고맙다는 인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에 관계없이 일의 크기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잘한 일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아이의 말을 통해서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뜻 모를 서운함과 무기력을 느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남편이 밖에 나가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며 열심히 살아가듯이, 나 또한 집안 경영을 책임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 한 해 한 해 쌓여 가는 경력과 능력으로, 진급하는 성과로 혹은 주위 사람들의 '고생 많았어'라는 말들로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는다. 또한 일을 거듭할수록 발전과 대가가 있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인받을 것이다.



주부인 나 또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총괄한다.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급이 있다던가, 눈에 보이는 대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열심히 살아가다가 이런 생각에 부딪히면, 아까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서글퍼지고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노고를 알아주고,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 그건 누구일까?



더 이상 나에게 인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뻔fun해 지기로 결심했다. 스스로 칭찬하고, 스스로에게 선물도 주고, 나 잘났소 하고 외치고 다닐 생각이다. 이렇듯 전업주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뻔뻔함이다.




뻔한 일상이지만 fun 하게 지내야 한다.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서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루 10분은 자꾸만 쌓여가고, 그런 시간들이 모이면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낸 다는 허무함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된다.



또한 나 자신을 지속적으로 칭찬해 주어야 한다. 말로 표현하기 쑥스럽다면 셀프 칭찬 일기를 추천한다. 일명, 셀칭일기로 하루의 끝에 잠들기 전, 나에게 하는 칭찬 한 줄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매일 같은 칭찬을 해도 상관없다. '아이를 세 번 혼낼 뻔했는데, 그중 한 번은 참았다.' 이런 것도 칭찬이 될 수 있다.  작은 수고라도 내가 먼저 알아차려 주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혹은 아이가 어디에 나가서 상을 타거나, 남편이 이직을 성공했다던가, 그런 사실들로 칭찬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지도 말고, 다른 가족들의 기쁜 일로 대리만족 하지도 말자. 그저 나에게만 집중하며 하루에 한 가지를 발견해보자. 앞으로는 그렇게 자화자찬하며 살아갈 것이다.



자화자찬은 나의 작은 점도 아껴 줄 수 있는 마음의 너비를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속 없는 겸손이 아니라 밉지 않은 잘난 척으로 나의 기를 세워 주는 것이다.



매일매일 반성과 죄책감으로 얼룩졌던 일기 속에 나를 칭찬하며 아껴주는 글들로 채워진다. 뻔한 일상에서 fun 한 일상 한 조각 찾아내는 것, 그것을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것, 지금 당장 자화자찬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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