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
요즘에는 '총량의 법칙' 앞에 흔히 이런 단어들을 붙여 쓴다.
'인생 총량의 법칙'
'행복 총량의 법칙'
'지랄 총량의 법칙'
'또라이 총량의 법칙'
'총량의 법칙'은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그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나는 위에 쓴 행복, 지랄과는 달리 총량의 법칙을 적용하는 분야가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일, 하는 일'에도 타고난 총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얼마큼의 총량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본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살면서 써야 하는 '글쓰기'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내가 써야 하는 글쓰기의 양이 어느 정도로 타고났는지는 몰라도 지금 나는 그 총량을 다 채우지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으니까.
누군가에게는 '산이 좋아서 계속 산을 타야 하는 총량'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총량'이 될 수도 있다. 하는 일로 봐도 '회사를 다니며 일할 수 있는 총량', '혼자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할 수 있는 총량'이 있듯 사람마다 타고난 총량은 모두 다 다른 것이다.
그리고 요즘 내가 생각하는 총량의 법칙을 적용하고 싶은 분야는 '사랑'이다. 사람마다 받아야 하는 사랑의 총량도, 줄 수 있는 사랑의 총량도 모두 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꾸준히 받았음에도 사랑이 모자라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충분한 사랑을 받기 힘든 환경에서 자랐을지라도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하기도 한다. 거꾸로 주는 사랑도 같다. 사랑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랑을 주는 것에 인색한 사람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나와 비슷한 사랑의 총량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사랑의 총량이 작은 사람을 곁에 두면 사랑의 총량이 큰 사람은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사랑을 더 더 더 달라고. 당신의 사랑이 내게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더 달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결국 사랑이 채워지지 않는 사람은 결핍을 느끼게 되고, 그 빈자리는 외로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단순히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본질적으로 사랑의 총량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은 사랑에 대한 태도와 표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사랑을 하는 관계라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타고난 사랑의 총량이 다를 뿐이다. 슬프지만 사랑의 총량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나면 그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오래가기는 어렵다. 결국 둘 다 지치기 마련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산을 탈 때 마음이 안정돼요."
"노래를 할 때 가장 나다워요."와 같은 말을 한다.
이 말은 곧 내가 타고난 사랑의 총량을 마음 편히 쓰고 있다는 뜻 아닐까.
그 사람에 대한, 산에 대한, 노래에 대한 마음은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사랑의 총량은 억지로 늘리고 줄일 수 없다.
이 삶을 사는 동안 다 써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 사랑의 총량은 클까? 작을까?
그 사랑은 어디에 많이 담겨있을까?
나는 사랑의 총량이 큰 편인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꼭 무언가를 사랑해 왔다.
학창 시절에는 라디오, 음악, 몇몇 영화와 드라마, 작가를 사랑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여행과 글, 그리고 사람을 사랑했고, 하고 있다.
나는 무언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또 그로부터 사랑을 느꼈을 때 삶에 대한 안정감과 충만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솔직히 난 사랑이 많아서 좋은 점은 잘 모르겠다.
사랑의 자리가 큰 만큼 그 빈자리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자꾸 뭔가를 사랑하려고 한다.
다들 알지 않나.
사랑하는 것은 아주 피곤하고,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사랑만큼 순간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앞으로 살면서 내가 타고난 이 사랑의 총량을 마음껏 다 쓰고 싶다는 것.
'조금 덜 써야 하나?'
'내 사랑보다 작은 사랑을 가진 사람일까?'
이런 헷갈림, 두려움 없이 사랑만큼은 내 마음대로 펑펑 다 쓰고 싶다.
내가 가진 이 사랑을 모두 다 써버리고도 가슴만은 꽉 차고 싶다.
★본 브런치 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브런치북 소개>
'사랑, 사람, 삶에 대한 단상집'
머릿속에 생각이 끊이질 않는 사람이 그 생각을 끊기 위해 쓰는 단상(斷想).
'사랑, 사람, 삶' 생김새도, 발음도 비슷한 이 세 단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죠. 짧은 저 세 단어 앞에 피어난 '그리움, 외로움, 기억, 추억, 아픔, 불안, 희망, 꿈'에 대해 씁니다. 수많은 삶의 감각 속에서 끝끝내 남는 것은 사랑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형식과 주제에 너무 얽매지 않고, 자유롭게 쓰기 위해 시작한 브런치 북입니다.
때로는 가벼운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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