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글쓰기로 부업하라

by NULL

독서가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줄곧 이 생각을 품어 왔다. 그러면서도 독서가 직업인, 그런 일은 없다고 스스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새로운 직업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는 독서가 직업이 되는 때가 언젠가 올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가능하다면 그 처음이 내가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엇비슷한 일들을 찾아내기는 했다. 책 속의 좋은 글귀를 소개하는 플랫폼에 취업하는 것을 꿈꿨고, 뒷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는 웹소설 광고를 보며 그런 광고를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는 곳에 들어간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웹소설 플랫폼의 SNS 광고 포트폴리오를 가진 광고기획사가 내가 다니던 회사의 광고도 담당하고 있었다.




독서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시도로 나는 서평단 활동을 시작했다. 서평단 활동이란 신간을 무료로 제공 받아 블로그 등에 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감상을 쓰는 일이다. SNS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판사나 카페, 체험단 모집 플랫폼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평단은 서평 대상인 도서만을 제공받다. 별도의 원고료가 없기 때문에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 생계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독서는 가장 흔한 취미 중 하나인데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누가 월급까지 준다는 발상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가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쉽게 접지 못했다.


1단계. 책 한 권을 읽습니다.

2단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씁니다.

3단계. 문서 판매 사이트에 독후감을 올립니다.

- <글쓰기로 부업하라> 中


그러던 중 <글쓰기로 부업하라>라는 책을 읽게 됐다. 출간되자마자 제목에 끌려 책은 빌려서 보는 것이라는 원칙을 깨고, 급한 마음에 전자책을 구매해 출근길 지하철에서 호로록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삼 년이 지났지만 나는 이 책에서 말했던 부업을 내내 가슴에 담고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업은 크게 초기 단계와 고급 단계로 나뉜다. 초기단계의 부업이란 책을 읽은 후 3페이지 이상 독후감을 쓰고 문서판매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일이다. 이 일은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책을 출간하는 것처럼 엄청난 분량의 글을 쓰는 일도 아니고, 책을 읽고 내가 느끼고 이해한 것들을 3페이지에 걸쳐 적어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간단하진 않다. 책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글을 쓰고 완성하는 것도 느린 나에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면 요령이라는 것이 생기고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질 거라고 믿는다. 다행히 나는 이미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일 년 전쯤부터 블로그에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다. 독후감은 리뷰보다 많은 분량을 요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전혀 글을 쓰지 않던 것에 비하면 도움이 되는 습관이었다. 그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리뷰에는 나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유료로 제공되는 독후감에는 책임의식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한 부담감은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해소됐다.




독후감 판매는 퇴사 후 내가 처음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우울증 치료 초기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일 중에 가장 부담이 덜한 것을 고르다보니 독후감 판매가 첫 프로젝트가 되었다. 줄곧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을 드디어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아무도 내 문서를 사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등록했다.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묵묵히 이어졌다. 그리고 한 달 뒤, 첫 수익이 발생했다.

그렇게 얻은 수익은 참 작고 귀여웠다. 나는 이것이 나의 새로운 파이프라인 중 하나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작고 귀여워서 파이프라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독후감을 판매하는 일은 계속 하고 싶었다. 책에서 말한 대로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글쓰기 연습은 물론, 글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앓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치유하는 과정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고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칠 수 있었다.




독후감 판매 수익은 내가 측정한 금액이 고스란히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수수료를 제한 금액이 나에게 주어지는데, 출금 시 추가 수수료가 붙거나 광고 수수료를 떼어 가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총 네 군데 사이트에 자료를 등록해 판매했다. 사이트별 수수료율은 20 ~ 60%로 천차만별이었으며,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진 곳은 역시나 업계 1위 플랫폼이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책에 대한 독후감이 비교적 잘 팔리는 편인데, 가끔 전혀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책에 대한 독후감이 판매되기도 한다.

① 나는 읽기 쉬운 책으로 많이 읽고 많이 써서 올리겠다. 싼 가격으로 박리다매하겠다.

② 나는 어려운 책을 읽고 양질의 자료를 비싼 가격에 팔겠다.

- <글쓰기로 부업하라> 中


저자는 판매 전략을 세운 후에 그에 맞춰 자료를 판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하지만 퇴사 후 갖게 된 좋은 습관 덕에 나는 별 문제 없이 첫 자료를 등록할 수 있었고, 이제는 판매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새로 생긴 좋은 습관이란, 일단 닥치는 대로 해보는 것이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나는 제목도 대충, 판매금액도 대충, 읽을 책도 마구잡이로 정했다. 그렇게 석 달을 보내고 나니 이왕이면 어떤 책을 읽는 것이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도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판매금액에 대해서도 지금과는 다른 전략을 취해보는 것을 고민하게 됐다.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한 저자는 페이지당 가격을 100원으로 정했다. 나는 물가상승률과 다른 자료에 책정된 금액 등을 고려하여 3~5페이지짜리 독후감을 1,000원으로 책정했다. 독후감의 질도 책정금액도 상당히 애매한, 전략 상 좋지 않은 위치에 내 독후감이 놓여 있는 것이다. 물론 독후감을 쓰는 데 공을 들인 나의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많은 돈이 아니지만, 이 자료가 누군가에게 단독으로 제공되는 자료가 아니라 돈을 내면 누구에게나 제공된다는 점에서 결코 적은 돈도 아니다. 이건 출간된 책의 작가 인세와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향후에 등록하는 독후감은 금액을 낮춰 기간 대비 실수익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비교해본 후 수익성이 높은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앞서 말했듯 아직까지 수익은 미미하다. 하지만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건 몹시 매력적인 일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PDF 책을 판매하여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0에서 1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1이 어느 날 갑자기 100으로 돌아오는 기적을 만들어낼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거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이렇게 살고,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살고 있습니다.

- <글쓰기로 부업하라> 中


독후감 부업의 최종 진화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책 출간 역시 나의 퇴사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게 한두 해 사이에 가능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내가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독후감을 쓰다 보니 그게 의외로 금방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그날따라 너무 만족스러운 독후감이 나왔다. 판매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관심 있었던 작가 양성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저장하고 작가 신청을 했더니 나에게 주어진 합격의 목걸이! 나는 갑자기 브런치 작가가 됐다.


‘브런치 작가만 돼도 소원이 없겠다.’


소원은 어느 날 난데없이 이뤄졌다. 소원이 이루어진 뒤는 생각보다 휑했다. “저에게 골드바를 내려주세요!”라고 빌었더니 세상에 골드바와 나, 둘만 남은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거창하게 나의 브런치를 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새로 생긴 좋은 습관을 따르기로 했다. 일단 닥치는 대로 승인된 글을 등록하고, 프로필에 적당히 아무 말이나 넣고, 주위 사람들에게 링크를 뿌리며 퇴사 후 오랜만에 생존신고를 했다.


‘갑작스럽지만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브런치에 글을 키워가야지.’


라는 우아한 목표는 얼마 뒤 브런치 공모전 공지가 올라오면서 무너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주일에 글 하나도 무리였는데, 마감 당일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몇 개의 글을 휘갈겨 쓰고 있다.

소원이 ‘브런치 공모전에 제출이라도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잊지 말자. 나는 지금 독서가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이루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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