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아 물럿거라, 계속하고 싶은 생활 루틴 3
코로나19 탓에 학생 신분인 덕에,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2020년. 돌아보면 나는 집에서도 자주 불안한 상태에 놓이곤 했다. 정확히 말하면 예민한 상태였다. 단순히 ‘앞서 걱정하는 마음’과 달랐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분명 두발 딛고 서 있는데도 몸이 안정감 없이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아주 불쾌한 기분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불안한 상태로 몰아붙이지만 그 중 첫 번째는 층간소음이다. (제길. 이게 이유라고 말하는 것 자체로 불쾌하지만) 낯선 사람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발소리, 말소리는 고요한 내 공간에 시도 때도 없이, 때론 새벽 시간까지 침투하곤 했다.
이걸로 관리사무소에 전화하길 몇 번, 급기야 새벽 2시에 남의 집 문을 두드려야 일까지 있었다. 참다참다 이런 일을 행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집 구조의 문제인지 이웃을 잘못 만난 탓인지, 더 큰 문제는 무슨 짓을 해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나부터가 언제부터인가 소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뭐지? 어디서 나는 소리지?” 오히려 무뎌지면 좋으련만, 나는 미세한 소리에도 기분이 상하고, 행동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으로 반응했다.
어느 날 이런 나를 문득 발견하고 좀 놀랐다. 시끄러운 소리를 알아채기 위해 이토록 귀를 기울이다니. “뭐야. 나부터가 지금 불쾌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잖아.” 해결할 수 없는 일때문에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고, 그게 자꾸만 내 불안을 부채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발견했다. 안되는 일을 통제하려 들 수록 나는 더 불안해진다는 걸.
왜 불안한 상태가 싫으면서도, 이토록 예민해져 있는 것일까?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일을 시작했고, 아래 세 가지가 효과가 있었다.
붕 떠 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려도 소용이 없었다. ‘마보’ 어플을 사용해 명상을 하면서, 명상은 떠오르는 생각을 그저 지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관찰하고 판단 없이 내려놓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또 크게 심호흡하는 것도 내 몸에 안정감을 싣는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에 곧바로 ‘기분 나빠’라고 반응할 게 아니라, 감각은 감각 따로 – 생각은 생각 따로 분리하는 훈련이 도움이 됐다. 그냥 소리가 나는 걸 관찰하고, 반응은 내가 선택하는 연습이다. 쉽지 않지만 파블로프의 개처럼 소리에 그저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내 모습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나니, 내 반응을 (정말!!) 바꾸고 싶어졌다. 분리하고 싶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몸을 쓰는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 매일 지키진 못했지만, 9시 뉴스를 볼 때쯤, 저녁 먹고 잠깐 숨을 고른 후에 유튜브를 보며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했다. 그렇게 몸을 써서 땀을 흘리는게, 내 불안정한 상태를 달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마음의 불안을 몸으로 달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산책을 했을 거다. 당분간도 홈트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뻔한 말 같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간은 가만히 두면 저절로 부정적으로 흐르고 마는 존재니까. 하루에 세 가지 감사일기라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속에서 어떻게든 좋은 일 세 가지를 꼽아서, 그저 소음 공간에서의 투쟁이 내 하루 일과가 아니었음을,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유 없는 불운 말고 더 큰 행운이 내 삶 구석구석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게 내 삶의 중요한 믿음으로 단단히 자리잡을 때까지.
이게 제일 중요하다. 오늘도 '불안'한 상태를 느꼈을 때, 이 글을 쓰고 해야 할 일을 했다. 대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기분과 상관없이 해야 할 작은 일들을 꾸준히 실천했을 때 조금씩 상태가 나아졌다.
분명 예전에 살던 집에서 나는 이보다 더 심한 소음에 시달렸다. ‘정말 안녕’하고 돌아서서 어렵게 왔는데, 이것만 아니면 완벽할 것 같다는 억하심정 때문인지 올해 유독 스트레스를 받았다. 조금 누그러진 채 살고 싶다. 완벽한 컨디션을 꿈꾸기보다, 어디서든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로 머물고 싶다.
결국 예민함을 곤두세우는 것도 에너지라 하루에 써야 할 힘을 엉뚱한 데다 흘려보내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아직 헐렁해지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도 꾸준히 저 세 가지 활동은 지속해볼 생각이다.
언제든 불안과 맞딱뜨릴 수 있지만,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
내 공간에서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있고 싶다.
나는 내 반응을 선택하고, 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고 싶다.
* 남은 2020년, 매일매일 한해를 타오르는 눈빛으로 응시하는 중입니다.
01. 나의 2020 연말정산: 타오르는 2020년의 초상
04. 불안이 싫은데도 예민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