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작은 일 25화

억지로 되는 인연은 없다

by 권성선

인연이라는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자꾸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인연은 그런 게 아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

새로 만난 동료,

스쳐가는 인사에도 마음이 묻어나는 사람.

어떤 인연은 이름도 모르고 지나가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다.

예전엔 사람과의 관계도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다.

연락하고, 챙기고, 애쓰면

마음이 움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오래가는 인연은

그렇게 억지로 되는 게 아니더라.

‘억지로는 안 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최명희 작가의 이 말을

나는 나이 들수록 더 자주 되뇌게 된다.

인연은 먼 길을 돌아,

어느 날 문득 다리를 절며

내 앞에 와서 주저앉는다.

“물 한 모금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도 고요히 앉는다.

그게 사람이어도 좋고,

책 한 권이어도 좋고,

문장 한 줄이거나,

때로는 나 자신이어도 좋다.

인연은 사랑만을 뜻하지 않는다.

살아온 날만큼,

스쳐간 만큼,

지금 내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인연이다.

그러니 혹시 오늘 당신 곁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물 한 모금만 건네보길.

인연은

때로 그런 방식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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